한국발전기술, 노동자 노조가입 이력 등 민감 정보수집 “직원 실수”?
한국발전기술, 노동자 노조가입 이력 등 민감 정보수집 “직원 실수”?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1.11.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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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명백한 노조탄압…의원실‧언론에만 사과, 노동자에게 사과 없어”
원청 지시 여부 진상조사 요구…남동발전 “민감 정보 요구한 적 없다”

한국발전기술 소극적 대응 “언론에 나온 게 다, 드릴 말씀 없다”

[백세경제=최주연 기자] 한국발전기술이 업무와 관계없는 노조가입 이력 등 노동자의 민감 정보를 수집하려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이 정보의 수집 동의를 얻으려했던 시점이 근로환경 폭로 바로 다음날이었다는 점에서 보복성이 다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원청인 한국남동발전에 대한 지시 여부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본지는 한국발전기술 노조 관계자 A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여다 봤다. 

“김용균이라는 이름이 다시 거론되는 것도 사망사고 이후 어떤 것도 변하지 않은 근로환경을 드러낸 것도 부담스러웠겠죠. 치부를 드러내니 바로 노동자 겁박하려고 들어온 행동이라고 봅니다”

한국발전기술 노조는 지난달 25일 故 김용균 3주기 행사를 진행했고 여전히 열악한 근로환경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발전기술 소속이었던 고 김용균씨는 지난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져 전국민적인 안타까움을 샀다. 폭로자리에서 노조는 현장 모습이 담긴 내부 사진과 영상을 재생했는데 이것으로 이번 일이 촉발됐다. 행사 다음날 한국발전기술이 국가 보안시설인 발전소 내부 사진 등이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며 보안 서약서 서명과 함께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요구한 것이다.

“바로 다음날 보안 서약서 내려오더라고요. 노조 탄압이라고 밖에 안 보입니다.”

이번 한국발전기술이 사용한 보안서약서는 ‘보안준수 특수계약’ 문서에 포함된 [첨부5]에 해당하는 내용이다.(사진=제보자)
한국발전기술이 수집하려 했던 민감정보 항목은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탈퇴 이력 △정치적 견해 △건강 등이다.(사진=제보자)

이 서약서는 국가시설인 발전소 설비의 보안을 위해 노동자가 처음 계약 당시 정보누출 금지에 서명하는 문서다. 문제가 된 한국발전기술이 수집하려 했던 민감정보 항목은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탈퇴 이력 △정치적 견해 △건강 등이다. 노조에 따르면 민감정보 수집동의는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과거 보안 서약서 및 개인정보 수집 동의서에는 업무적으로 필요한 항목만 있었다.(사진=제보자)
과거 보안 서약서 및 개인정보 수집 동의서에는 업무적으로 필요한 항목만 있었다.(사진=제보자)

실제 본지가 입수한 과거 보안 서약서 및 개인정보 수집 동의서에는 업무적으로 필요한 항목만 있었다. △업무 △협력회사명 △부서명 △사번 △ID △사용자명 △직위 △전화 등이다.

“민감정보 수집 동의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업무와는 관계없는 이 탄압적인 서약을 남동발전 산하 사업소 노동자에만 받게 했다는 점에서 원청인 남동발전과의 커넥션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한국발전기술이 사용한 보안서약서는 ‘보안준수 특수계약’ 문서에 포함된 [첨부5]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이 문서 표지의 다음 장인 보안준수 특수계약에서 세 번째 항목에는 “계약자는 용역사업에 투입되는 모든 인원에 대하여 [첨부4]의 보안 서약서와 [첨부5]의 개인정보 수집 동의서를 우리 회사에 제출하여야 하며, 사업 참여인원의 인력교체 발생 시에는 사전에 발주부서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라고 명시돼있다. 여기서 ‘우리 회사’는 한국남동발전이다.

이번 한국발전기술이 사용한 보안서약서는 ‘보안준수 특수계약’ 문서에 포함된 [첨부5]에 해당하는 내용이다.(사진=제보자)
이번 한국발전기술이 사용한 보안서약서는 ‘보안준수 특수계약’ 문서에 포함된 [첨부5]에 해당 내용.(사진=제보자)

“일각에서는 한국발전기술이 과잉 충성했다는 말도 있는데, 남동발전이 모를 리가 없다고 봅니다. 한국발전기술이 결국 남동발전이고 서부발전입니다. 그 회사들의 퇴직자들이 모인 회사가 바로 한국발전기술이라는 회사입니다. 하청은 권한이 없습니다”

한국발전기술은 2011년 한국남동발전 100% 출자 자회사로 설립됐다. 2012년 남동발전은 52.43% 지분만 남기고 나머지 지분을 협력업체들에 매각했다. 이후 한국발전기술은 2014년 5월 한국남동발전이 지분 전부를 태광실업에 넘기면서 민영화됐다.

이 관계자는 이 논란 이후 회사로부터 사과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언론, 의원실에나 사과했나보더라고요. 정작 우리는 사과 못 받았습니다”라고 말했다.

한국발전기술은 개인정보 수집 동의서를 실무진이 실수로 작성했다면서 개인정보 수집을 전면 중단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본지는 노조 측 주장에 대한 한국발전기술의 입장을 직접 들어보려 했지만 한국발전기술은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한국발전기술 관계자는 9일 [백세시대]와의 통화에서 “기사에 나온 게 전부이기 때문에 따로 답변 드릴 게 없다”면서 “관련 부서가 그렇게 얘기했고, (본인은) 다른 부서라 잘 모른다”고 말했다. 한국남동발전에 문의해야 하는 거냐고 묻자 “답변 드리기 그래서…”라며 난처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에 본지는 한국남동발전 측과 통화했지만, 이 관계자는 “처음에 들어오시는 분들에 한해 보안서약서를 받고 이후에 추가적으로 받지 않는다”면서 “그 (민감 정보) 내용은 한국발전기술에서 자체적으로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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