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좋은 지식 80] 풍선효과
[알아두면 좋은 지식 80] 풍선효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11.19 14:08
  • 호수 7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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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연합뉴스
그림=연합뉴스

한쪽을 규제하면 다른 쪽서 문제가 불거지는 현상

최근 정부가 아파트에 대한 규제 기조를 이어감에 따라 비규제지역과 오피스텔 등으로 수요세가 몰리며 일명 ‘풍선효과’가 확대되고 있다. 

‘풍선효과’란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룩 튀어나오는 모습을 빗댄 표현으로, 어떤 현상이나 문제를 억제하면 다른 현상이나 문제가 새로이 불거져 나오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용어는 닉슨 미국 37대 대통령이 시작한 마약과의 전쟁에서 처음 사용됐다. 당시 닉슨 대통령은 가장 약한 단계의 마약으로 분류되는 마리화나(대마초) 흡연자도 모조리 감옥에 보내고 주요 마약 공급 조직인 멕시코 갱단을 집중 단속하는 초강경책을 펼쳤다. 이로 인해 감옥에 갔다 온 초범들이 갱단 조직원이 되고, 마약 공급처가 콜롬비아 같은 다른 중남미 나라로 다변화되는 등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이를 ‘풍선효과’(Balloon effect)라는 신조어로 불렀다.

이후 풍선효과는 경제용어로도 확대됐다. 정부가 공권력으로 특정 재화나 서비스 공급을 차단해도 수요가 있으면 어떤 경로로든 공급이 이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과외 금지 조치는 비밀과외를 성행하게 만들고, 성매매특별법은 사창가는 없애지만 여러 변종 성매매를 부추겼다. 국가에서 어떤 특정 내용을 문제 삼아 책이나 음반 판매를 금지시키면 해적판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정부가 은행 대출을 억제하면 사채 시장이 커지는 것도 이와 같은 이치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부동산 풍선효과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서울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부동산 대책을 십수차례나 내놨지만, 수도권 아파트와 오피스텔 값이 연쇄 폭등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실제 11월 15일 현재 수도권 내 비규제지역 아파트 거래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 월별 아파트매매 거래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월 경기도 이천시와 여주시, 포천시, 양평군, 연천군, 가평군 등 6곳의 아파트 매매건수는 총 7517건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동기 4125건보다 82%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비규제지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최대 70%까지 적용되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60%까지 적용돼 대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다주택자도 1순위 청약을 넣을 수 있으며 재당첨 제한도 없다. 

비규제지역뿐 아니라 아파트 대체재로 꼽히는 오피스텔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다. 올해 1~10월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은 1만5546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31.9% 늘었다. 

규제지역에서 비규제지역으로, 아파트에서 오피스텔로 부동산 시장의 풍선효과가 확대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선 땜질식 규제보다 근원적 종합처방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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