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코로나19 ‘재택치료’ 확대 방안 제시에 의료계 “재택치료는 미봉책” 지적
정부 코로나19 ‘재택치료’ 확대 방안 제시에 의료계 “재택치료는 미봉책” 지적
  • 조종도 기자
  • 승인 2021.11.26 13:15
  • 호수 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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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8일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에서 코로나재택치료관리팀 간호사가 재택치료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증상 여부, 체온 등을 체크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지난 11월 18일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에서 코로나재택치료관리팀 간호사가 재택치료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증상 여부, 체온 등을 체크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당국 “재택치료 정착시켜 중증 병상 부족문제 해결”  

의료계 “재택치료는 환자 방치… 전혀 도움 안된다”

[백세시대=조종도기자]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후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위‧중증 환자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수도권의 병상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11월 24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4115명으로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이후 처음으로 4000명을 넘었고 위중증 환자도 586명으로 역대 최다를 경신했다. 확진자 급증으로 병상 부족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서울시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 가동률은 86.4%로 갈수록 포화상태다. 남아 있는 중증환자 전담병상은 47개뿐이다.

이에 방역당국은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재택치료를 활성화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김부겸 총리는 11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면서 “재택치료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뒷받침할 의료대응의 큰 축이지만, 아직 현장에서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경증이나 무증상임에도 너도나도 병상을 차지하게 되면, 정작 집중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 병원에 와보지도 못하고 생명을 위협받게 된다”고 말했다. 

당국은 재택치료에 대해 의료계와 정부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비판도 만만찮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재택치료 역시 관리하는 데 인력이 소요되므로, 재택치료를 무작정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중증병상부족을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도리어 중증병상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재택치료 중 병이 악화됐을 때 적절한 조치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재택치료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증상에 따른 의사 처방이 필요하지만, 대면치료가 아닌 한 처방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재택치료 현장과 함께 문제점을 살펴본다.

◇코로나19 재택치료 어떻게 이뤄지나

“해열제는 드셨나요? 약 복용 후 열은 내렸는지요.”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A간호사는 코로나 재택치료 환자인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상 증상 여부와 체온 등을 빠짐없이 체크했다. 전날 열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해열제를 복용하도록 했는데, 처방대로 이행했는지, 차도는 있는지 물었던 것이다. 만약 증상이 악화되면 즉시 의사에 알려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A간호사는 “환자의 상태를 전화로만 확인할 수 있으므로 질문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는 11월 18일 보건복지부가 취재진들에 공개한 코로나19 재택치료 병원의 환자관리 현장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은 지난 10월 18일 코로나19 재택치료 협력병원으로 지정됐다. 이 병원은 감염내과 전문의 4명,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1명, 간호사 4명 등 의료진 9명으로 이뤄진 코로나 재택치료관리팀을 운영 중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11월 현재 전국에는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을 포함해 93개소의 재택치료 전담병원이 지정됐다. 

입원할만한 요인이 없는 70세 미만의 무증상‧경증의 코로나19 확진자들은 본인이 동의하면 재택치료를 배정받을 수 있는데, 무증상인 경우에는 확진 후 10일, 경증일 경우엔 증상이 나타난 이후 10일간 재택치료를 받게 된다.

지방자치단체 산하에 마련된 재택치료전담반에서는 환자에게 ‘재택치료 키트’를 배부하고 생활수칙과 응급 시 비상 연락망, 자가격리 모바일앱 설치 방법 등을 안내한다.

재택치료 키트에는 산소포화도(혈액 속 헤모글로빈과 결합된 산소량 비율) 측정기와 체온계, 해열제, 종합감기약, 손 세정제 등이 들어있다.

의료진은 하루에 2번, 오전 9시와 오후 5시에 체온과 산소포화도, 기타 증상 등 환자 상태를 전화로 확인한다. 모니터링 외에도 환자의 요청이 있으면 24시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재택치료의 한계와 문제점

재택치료 환자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 의료진이 중증으로 판단할 경우, 30분 이내에 전담 구급차가 출동한다. 중증 판단 기준은 산소포화도 94% 이하, 호흡곤란, 의식 저하 등 크게 3가지다.

서울시 감염병관리과에 따르면 지난 11월 17일을 기준으로 서울시의 누적 재택치료환자는 1만1400여명이다. 이중 상황이 악화해 응급이송된 환자는 46명이다. 

응급환자 이송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10월 2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재택치료를 받던 환자가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119와 이송의료기관 간 재택치료 환자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고, 출동한 119 구급차도 전담 구급차가 아니어서 시간이 지체됐던 것. 

약물이 필요한 경우 의사 처방도 한계가 있다. 투약이 필요한 증상이 있으면 대상자를 접수한 후 재택 담당 주치의가 환자의 증상에 따라 처방하고, 약국과 보건소를 연결해 문 앞까지 약을 배달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체계 상 원격진료로 처방할 수 없는데다, 증상이 심한 경우 의사들이 대면진료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감하게 처방전을 발급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밖에도 집에서 치료할 경우 보호자 및 동거 가족이 함께 격리 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가족들은 식기와 화장실도 따로 쓰고 독립된 방에서 생활해야 한다.

이런 한계들 때문에 재택치료가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재택치료 확대는 고위험군을 재택치료라는 미명하에 방치하는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재택에서 상태가 더욱 악화돼 사망자 수만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종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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