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서 한글 배우고, 도서관서 초등학교 졸업장
경로당서 한글 배우고, 도서관서 초등학교 졸업장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11.26 13:19
  • 호수 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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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평생교육 채널 다양… 온라인 정규 중‧고교 과정도
충남 논산시의 한 경로당에서 한글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충남 논산시의 한 경로당에서 한글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경로당 한글교실 늘어나… 도서관도 초등학력 인정 과정 운영

방송통신중‧고등학교, 어르신 우선 선발… 주말만 학교 등교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박성완(87) 어르신은 지난 2019년 못다한 학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 경기 광명중학교에 입학했다. 그런데 박 어르신은 학교에 월 2회, 그것도 토요일에만 간다. 물론 평일에도 수업을 꼬박꼬박 듣는다. 집‧경로당 등 학교가 아닌 장소에서 말이다. 이는 그가 다니는 학교가 광명중학교 부설 방송통신중학교여서 가능했던 것이다. 박 어르신은 “내년에는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입학해 못다한 학업의 꿈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교육이 이전보다 어려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중‧고등학교, 경로당, 도서관 등 문해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다양해지면서 어르신들의 교육 열정은 식지 않고 있다. 

평생교육의 가장 기초인 한글교육의 경우 평생교육원에서 벗어나 경로당이 교육의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지자체들이 앞다퉈 ‘찾아가는 한글교실’을 운영하면서 교육장으로 경로당을 활용하고 있는 것. 

대표적으로 충남 논산시의 경우 비문해 어르신들에게 읽고 쓰는 즐거움을 제공하고자 2016년부터 관내 경로당 대상 ‘마을로 찾아가는 어르신 한글대학’(이하 한글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경로당 회원 5명이 한글교육을 원하면 강사를 파견하는데 전체 510여개 경로당 중 300여개 경로당이 참여, 약 3000명의 어르신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논산시의 한글대학은 2021년 전국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 최우수상을 비롯해 2020년 대한민국 평생학습대상 교육부장관상 등을 수상했고 타 지역에서도 잇달아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또 교장‧교감 등 교육자 출신이 경로당 회원으로 속속 가입하면서 자체적으로 한글교실을 운영하는 경로당도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한노인회 대전 중구지회(지회장 이인상)의 어덕마을경로당은 매주 수요일 오후 1시 30분부터 2시간 가량 ‘한글박사교실’을 운영한다. 초등학교 교장 출신인 권인원 경로당 회장이 자신의 경력을 살려 한글이 서툰 어르신들의 평생 한을 풀어주고 있다. 

권 회장은 지난해 11월부터 12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한글을 가르쳐 왔는데 자비로 어르신 맞춤형 교재를 제작해 보다 수월하게 수업을 따라올 수 있도록 했다. 

권 회장은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꾸준히 알려줘서 손주와 자식들에게 편지도 쓰고, 시화도 그려 전시회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초등학력 인정 문해교육의 경우 동네마다 위치한 도서관을 활용하면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현재 각 시‧도 교육청에서는 지역 평생교육원 등 기관을 지정해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때 서울 외 지역에서는 접근성이 그나마 높은 도서관을 활용해 초등학력 인정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울산의 경우 울주도서관, 울산남부도서관, 울산중부도서관서 초등학력 과정을 운영한다. 6년 과정을 1단계(1~2학년 수준), 2단계(3~4학년 수준), 3단계(5~6학년 수준)로 단축했고 단계별 수업시간은 40주, 총 240시간이다. 대면수업으로 진행돼 학생들은 주 3회 도서관에 나와 수업을 듣는다.

중등학력 이상의 경우 대부분의 수업을 비대면으로 들을 수 있는 방송통신중‧고등학교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현재 전국 공립 중·고교에 24개 방송통신중학교와 42개 방송통신고등학교를 부설로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중 방송통신중학교는 2013년에 시작된 것으로 중학교 학력이 없는 학습자들이 학력인정을 받을 수 있는 정규 공립 중학교다. 월 2회 토요일 또는 일요일에 출석 수업을 진행하고 평상시에는 모바일기기와 인터넷 등 온라인으로 수업을 해 다른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고 학업을 지속할 수 있다. 미처 학업을 마치지 못한 사람, 다문화가정, 탈북자 등이 대상자이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을 우선 선발한다. 정규 과정이기 때문에 수업료 또한 무료이다. 방송통신고등학교 역시 운영방식은 똑같다. 다만 중등학력 이상 인정을 받아야만 입학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온라인, 오프라인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는 어르신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가족 돌봄을 위해 온라인 수업을 통해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거나 노인대학 등 기관에서 강사로 활약하기 위해  관련 교육을 받고 있는 어르신들이 많아지고 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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