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좋은 지식 82] 테이퍼링
[알아두면 좋은 지식 82] 테이퍼링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12.03 14:32
  • 호수 7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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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이 시중에 푼 돈을 서서히 거둬들이는 것

11월 2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해 기준금리 1%대에 진입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년 1월에 0.25%p를 추가로 올릴 수 있음도 시사했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선 건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과 물가 상승 등 요인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테이퍼링과 기준금리 인상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테이퍼링이란 통화 유동성을 확대하기 위해 시행하던 양적완화 정책(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국채를 매입하는 등 통화를 시장에 푸는 정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것을 일컫는다. ‘양적완화 축소’ 또는 ‘자산매입 축소’라고도 부른다.

테이퍼링은 스포츠에서 사용되던 용어였다. 테이퍼(Taper)는 ‘폭이 점점 가늘어지다’는 의미로, 마라톤이나 수영 선수 등 지구력이 필요한 운동선수들이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훈련량을 점차적으로 줄여나가는 과정을 테이퍼링이라고 한다. 

그러다 지난 2013년 5월 당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의회 증언에서 “몇 번의 회의에서 자산 매입을 축소할 수 있다(The Fed might taper in the next few meetings)”는 발언을 한 이후부터 양적완화의 점진적인 축소를 의미하는 경제학 용어로도 사용되고 있다.

FED는 지난해 3월 촉발된 코로나 사태로 미국 경제가 충격에 빠지고 금융시장에 혼란이 가중되자, ‘제로(0) 금리’와 자산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를 동시에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매달 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을 사들여 1200억달러(약 140조원) 규모의 현금을 시장에 풀었다. 이를 통해 5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눈에 띄게 경제 상황이 개선되는 효과를 냈다. 하지만 최근 인플레이션(화폐가치가 하락해 물가가 전반적·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 조짐이 보이자 11월 초 테이퍼링 시작을 선언하며 통화정책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테이퍼링이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본다. 하지만 테이퍼링 이후 진행될 금리 인상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현재 0~0.25%)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높은 금리를 쫓아 국내 달러를 유출시키는 대규모 자금 유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지난 8월부터 선제적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 또한 한국은행이 내년 최소 1~2번의 추가 금리 인상을 통해 1.25~1.5% 안팎까지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금리 인상은 위기 상황에서 빚을 늘려 온 가계와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에 뛰어들었던 젊은 세대들에게 큰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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