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들국화
[시] 들국화
  • 이환채 시인‧전남 목포
  • 승인 2021.12.03 14:37
  • 호수 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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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

이환채  시인‧전남 목포
이환채 시인‧전남 목포

어디쯤 왔을까?

가던 길 잠시 멈추고 뒤돌아보면

긴 여정의 인생길, 그 속에

코를 찌르는 당신의 짙은 향기

너울너울 흰 연기 날리며 춤을 춥니다.

 

여름을 짓누르는 폭염의 무더위도

당신의 끈질긴 생명력과 끈기 앞에 

결국 두 손 들고 조용히 길을 내주자

청초한 당신은 온 산과 들에

상큼한 향기를 풀-풀, 풀어놓습니다.

 

낙엽이 산골물과 함께하면

그리운 사람과 여행을 떠나자고 했는데

그 약속은 이미 하얗게 바래고

당신의 뽀얀 심장의 추억으로만 

설기설기 절벽에 매달려 있습니다. 

 

오늘도 내 인생 황혼 길에서

숱하게 많은 지난 세월들을 반추하며

은은하고 그윽한 당신 향기에 취한 채

예쁜 연두색 스카프를

당신 목덜미에 살짝 걸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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