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막집·움집이 기원… 온돌‧마루‧흙벽‧창호‧기와지붕 등이 특징
보강재 등 사용, 단열‧편리성 높여… 현장 조립 방식으로 건축비도 줄여
[백세시대=배지영기자] 최근 한옥이 선조의 지혜를 품은 친환경 주택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조상의 지혜가 담긴 서까래, 대청마루, 마당, 기와 등의 여러 가지 한옥의 특징들은 현대의 주거 트렌드와 융합돼 주거 공간의 새로운 흐름으로 선호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은퇴 후 지낼 주택으로 한옥을 희망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도심에 빼곡히 들어선 빌딩 숲, 성냥갑 아파트 사이에서 우리 숨통을 틔워주는 한옥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한옥의 역사와 특징, 장단점 등을 살펴본다.
◇한옥의 역사
집은 문화적 산물이므로 그 나라의 자연적 기후에 적응하고 관습, 생활, 제도 등의 영향을 받아 발전해 고유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우리가 대부분 떠올리는 한옥의 구조는 대체로 목조 구조의 기와집이지만 볏짚, 황토로 지은 초가집 또한 한옥의 범위에 포함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한옥은 선사시대의 막집, 움집과 같은 수혈식(땅을 파서 지은) 구조에서부터 시작됐으며, 삼국시대 때는 여러 기둥을 세워 지은 비교적 넓은 형태의 가옥으로 발전했다. 신라와 고려시대에는 귀족 문화의 융성으로 매우 사치스러운 형태의 주택을 짓기 시작하다 조선시대에는 궁궐에 청기와를 사용했다.
우리가 현재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오래된 한옥은 주로 조선시대 후기의 집으로, 조선시대의 사회문화적인 영향과 그 당시 사람들의 자연관, 세계관이 반영됐다.
◇한옥의 특징
한옥의 구조방식은 나무를 연결하는 목구조로 기단(건물을 건립하기 위해 지면에 흙이나 돌을 쌓고 다져서 단단하게 만들어 놓은 곳)과 기둥, 벽, 지붕 등으로 이뤄져 있다. 먼저 땅 위에 습기를 막기 위해 기단을 만들고 그 위에 기둥을 세워 사이를 흙벽으로 채운다. 이후 기둥 위에 보(윗부분의 무게를 지탱하는 수평 구조재)를 얹고 지붕틀을 만드는 서까래를 얹은 다음 지붕을 만든다.
한옥은 대지 안에 여러 채로 구성돼 있는데, 각 채는 취사와 난방을 하는 부엌과 온돌·마루로 거주공간을 구성한다. 겨울에 바닥을 따뜻하게 하여 좌식생활에 좋은 온돌과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지내기 위한 마루는 기후에 적응하기 위한 우리 조상의 훌륭한 지혜의 산물이다.
또한 유교의 영향이 반영돼 성별, 신분에 따라 공간이 구분, 양반과 서민의 집이 규모와 장식에서 차이가 있다. 여성은 안채를, 남성은 사랑채를 사용했으며, 하인은 행랑채에서 생활했다.
한옥에는 조상의 위패를 모시는 사당도 있다. 사랑채에 가깝게 집의 동쪽이나 안쪽에 사당을 만들고 4대까지 조상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냈다.
◇최신 한옥 트렌드
최근 주택시장에서는 생활 한옥이 새로운 주택의 트렌드로 조명되고 있다. 과거에는 민속촌이나 전통 한옥마을에서 하루, 이틀 묵는 체험형 주택에 머물렀던 한옥이 실거주용 주택으로 재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옥의 뼈대는 그대로 두면서 내부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리모델링한 독특한 형태의 한옥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한옥의 단아하고 간결한 멋은 살리면서 현대의 세련미와 편의성을 돋보이게 하는 방식이다. 이에 주택단지와 같이 한옥이 밀집해있는 새로운 한옥마을이 생겨나고 있고, 전원주택의 용도로 한옥을 짓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전통한옥의 온돌은 방바닥, 윗면의 온도 차가 심하고 방을 따뜻하게 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으며 황토, 나무, 돌 등으로 구성된 벽은 스티로폼 유리섬유보다 단열성능이 떨어진다. 더불어 구조상 생활 동선도 불편하다. 이러한 전통한옥의 단점을 보완한 주택이 바로 생활 한옥이다.
한옥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에는 기와지붕, 기둥 혹은 보가 노출된 목구조, 마루, 마당 등이 있다. 생활 한옥은 이러한 기본 요소를 만족시키면서 보강재, 도료(도장에 사용되는 재료) 등 현대 건축자재를 적용, 단열성 및 관리 용이성을 높여 기존의 단점을 보완했다.
여기에 한식 폴딩도어(여러 쪽의 좁은 문짝을 경첩으로 연결해 접어서 여닫는 문), 전통 창호문의 형태를 살린 이중창 등의 자재를 활용, 편의성을 높이면서 현대적인 미를 더하고 있다. 한겨울에는 쓸모가 없던 툇마루도 난방설비를 갖추면 사계절 내내 활용할 수 있다.
한옥은 다른 건축물보다 손이 많이 가 건축기일이 많이 소요되고, 인건비가 많이 지출되는 등 전체적인 시공비가 일반건축물이나 철근 콘크리트조의 건축물, 미국식 목조주택의 경우보다 비싸 주로 관용이나 공용 성격의 건축물로 시공되는 편이다.
그러나 최근엔 공장에서 미리 기계로 재단한 목재를 현장에서 조립만 하는 방식이 보급되면서 인건비 부담과 공사 기간도 크게 줄어들었다.
손으로 목재를 깎아내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게 되면 전용면적 84㎡의 한옥을 짓기 위해서는 숙련된 목수 5명이 8개월간 꼬박 작업에 매달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3.3㎡(1평)당 건축비도 평균 2000만원 수준에 이른다. 반면, 현장 조립 방식으로 시공하면 공사 기간은 3~4개월로 단축되고 건축비도 3.3㎡당 1000만~1200만원으로 감소한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