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美,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선언… 정부, 국익 고려 냉정히 판단을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美,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선언… 정부, 국익 고려 냉정히 판단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12.10 14:04
  • 호수 7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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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중국 신장(新疆) 지역 인권탄압을 ‘제노사이드’(집단 학살)로 규정하면서 외교 제재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보이콧 동참과 종전선언 추진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한국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2월 6일 “조 바이든 행정부는 신장 지역에서 계속되는 집단 학살과 반인륜 범죄, 인권탄압 등을 고려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어떤 외교 또는 공식 대표도 보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외교적 보이콧은 선수단은 파견하지만 개·폐회식 등 주요 행사 때 공식적인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올림픽 보이콧을 선언한 데는 12월 9~10일 110개국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통해 자유진영 국가들의 결속을 다지려는 복안이 담겨 있다. 미국이 결정하면 상당수 국가가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제로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미국의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외교적 보이콧이 확산되고 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호주의 이익을 옹호하려 했던 강력한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사절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일본도 보이콧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신문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각료 파견을 보류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렇게 되면 베이징 올림픽은 1980년 미국 전면 보이콧에 60여개국이 동참해 반쪽으로 치러진 모스크바 올림픽에 버금가는 ‘정치 올림픽’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중국은 외교적 보이콧 선언을 두고 “심각한 정치적 모욕”이라며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류샤오밍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노골적인 정치적 도발이자 14억 중국인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 또한 “미국이 이데올로기적 편견에 근거해 베이징 올림픽을 방해하려는 음흉한 속셈을 드러내고 있다”며 “미국은 스포츠의 정치적 중립 원칙에 크게 어긋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문제는 미국이 한국 정부를 향해 외교 보이콧 동참을 압박해 들어올 것이라는 점이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외교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우리는 동맹국에도 이 결정을 알렸고, 명백히 그들 각자가 결정하도록 맡겨둘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외교 사절을 보내지 말라는 압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밝힌 대로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4자 종전선언을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의 입구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12월 2∼3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을 만나고 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자리에서 우리 정부는 중국에 “북한의 종전선언 참여를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고, 중국은 시진핑 주석과의 비대면 정상회담 조건으로 올림픽 참가를 우리 정부에 요청했었다.

미·중과 정치·경제·군사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한국으로서는 선택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미국은 한국의 군사 동맹국이고 중국은 경제적으로 영향이 막대한 우리의 전략적 동반 관계다.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을 중시한다지만 한국의 국익을 미국과 100% 일치시킬 수는 없는 게 냉엄한 현실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12월 8일 “우리 정부는 현재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참석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7일 “정부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지지해 왔다”고 전했다.

올림픽 정신은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자는 것이다. 미국의 이번 결정이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고 평화를 후퇴시킬 수 있는 비판도 많다. 올림픽이 미·중 패권전쟁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이에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 잣대로 삼아 외교적 보이콧 참여 여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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