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여는 고전의 향기 [162] 권력과 망상
마음을 여는 고전의 향기 [162] 권력과 망상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12.10 14:12
  • 호수 79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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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망상

흙덩이 뭉쳐 떡 만들어 소꿉 노는 아이들

앞 다투어 몰려다니며 머리채를 잡아 뜯네

벼슬판 난장 다툼 이와 다를 게 무에랴

명줄 닳고 몸 망쳐도 알지를 못하누나

團土作糕戱小兒 (단토작고희소아)

爭來爭去髮相持 (쟁래쟁거발상지)

宦塗傾奪曾何異 (환도경탈증하이)

捨命捐身不自知 (사명연신부자지)

- 안정복(安鼎福, 1712~1791), 『순암집(順菴集)』 권1 「감회가 있어[有感]」 제1수


권력은 무엇이며 권력은 왜 가지는가. 토마스 홉스는 그의 저서 『리바이어던(Leviathan)』에서 그 유명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제창한 바 있다. 곧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개인의 만족스러운 생활과 자기 존재의 보존을 추구하는 본능을 지니고 있고, 개별 인간 모두가 동등하게 소유한 이 본능은 필연적으로 갈등과 투쟁을 유발하여 나의 온전한 이익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기꺼이 모사꾼과 약탈자와 침략자가 되며, 폭력은 필수불가결의 수단이 되어 모든 인간이 모든 인간에 대해 폭력으로 투쟁하는 전쟁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조정하고 평화를 도모하는 사회와 국가의 존재, 그리고 그 사회와 국가를 대표하는 대표자의 존재가 필요하며, 이 존재에게 공동체 구성원들이 자신의 권한을 일정 부분 포기하고 위임한다는 사회계약론의 토대가 여기에서 마련되었다. (중략)

권력은 기본적으로 통제와 조정이라는 공동체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들의 합의와 희생으로 도출되고 위임되었다는 측면에서 그 자체로 경건하다.(중략)

그러나 권력의 모순은, 이익을 추구하는 본능을 가진 인간이 이익을 조정하고 환원하는 대표자가 되었다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유사 이래로 권력의 속성이 추악하다고 인식된 데에는 바로 권력의 대표자가 자신의 임무를 망각하고 본래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자기 것으로 망상하여 대표자의 지위에 서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벌였기 때문이다.(중략)

이 시를 지은 안정복은 성호(星湖) 이익(李瀷)의 학통을 이어 경세치용(經世致用)의 실용적 학문을 모색하였으며 특히 사학(史學) 방면에서 출중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는 그의 스승인 성호와 마찬가지로 당대 권력에서 소외된 남인(南人)으로 만년에 가서야 만녕전 참봉(萬寧殿參奉), 의영고 봉사(義盈庫奉事), 사헌부 감찰(司憲府監察), 목천 현감(木川縣監) 등의 미관말직을 잠시 맡았을 뿐 자신의 뜻과 사상을 실제 정치에 적용하여 펼쳐보지 못하고서 투철하고 순수한 학자의 일생을 살다가 세상을 마쳤다. 경세치용을 중시하고 실제적인 학문을 하던 안정복이 볼 때 벼슬판의 권력 다툼이란 것은 그저 흙으로 만든 가짜 떡을 가지고 다투는 아이들의 난장판 싸움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속에 무슨 인민의 복지가 있으며 사회의 안녕이 있었던가. 설혹 입으로 그것을 떠든다고 해도 그 안에 무슨 실질이 있었겠는가. 제 것이 아닌 허깨비 같은 것을 두고 다투며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이 멈추지 않는 정치판을 냉소하면서 그저 묵묵히 자신의 학문을 닦고 후대에 남길 저술을 써내려갔을 따름이다.(하략).    

이승현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권역별거점번역연구소 책임연구원

(출처: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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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1-12-11 19:19:56
필자는 국사와 세계사, 헌법.국제법 중심이라, 대중언론이나 입시지의견은 반영치 않습니다.국사,세계사 기준이 옳음. 법이나 교과서자격이 없으면, 입시점수!. 왜구잔재대학은 주권.자격.학벌이 없음.Royal성균관대(국사 성균관 자격, 한국최고대)와 서강대(세계사의 교황반영, 국제관습법상 성대다음 Royal대 예우)는일류,명문끝. 法(헌법,국제관습법).교과서(국사,세계사)>>>주권.자격.학벌없는 왜구잔재 경성제대 후신 서울대의 입시점수는 참고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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