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명 대한노인회 강원 속초시지회장 “노인회장이 대접만 바라면 안 돼…행사장에 빈손으로 안 가”
김종명 대한노인회 강원 속초시지회장 “노인회장이 대접만 바라면 안 돼…행사장에 빈손으로 안 가”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12.10 14:22
  • 호수 7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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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명 지회장이 경로당 회장들과의 소통 창구인 속초시지회 네이버 밴드를 보여주고 있다.

경로당 운영비 일부 보조, 효행장학금 등 줄곧 사비로 지원

‘네이버 밴드’ 만들어 경로당 회장 40명 소통 공간으로 활용

[백세시대=오현주기자] 대한노인회 강원 속초시지회 회관 2층 강당은 특이한 데가 있다. 대부분 노인회 강당 벽면이 그대로 비어있는 반면 이 지회의 그곳엔 ‘삶의 향기’란 타이틀 아래 경로당 어르신들의 다양한 활동 모습을 담은 사진이 수십 장 붙어 있다. 사진 아래에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처럼, 떠오르는 해오름 못지않은 저녁노을처럼, 아름답게 아름답게 걸어갑시다’라는 글이 이 공간 마련의 취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김종명(77) 속초시지회장은 “산하 경로당들의 자매결연 행사, 환경정화 봉사, 프로그램 실연 등을 담은 사진들을 전시해놓았다”며 “경로당에서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속초시 어르신들의 건강한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월 6일, 속초시 엑스포로에 위치한 지회에서 김종명 속초시지회장을 만나 3년여 지회 운영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강원 속초시지회는 8개 분회, 94개 경로당, 회원 5123명이 있다. 김 지회장은 2018년 4월에 취임했다.

-어르신들이 강당에서 열심히 뭔가를 만들고 있다.

“‘오밀조밀봉사단’이라고 해서 지회 소속의 합창단 어르신들로 꾸린 단체이다. 코로나로 공연을 중단하게 되자 그 중 몇 분이 지회에 나와 발 매트를 만들어 경로당이나 아동센터, 장애인복지센터 등 취약계층 시설에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경로당 회장들이 중심이 된 환경정화봉사단을 구성하고 유니폼까지 맞췄는데 이 역시 코로나로 인해 발대식조차 치르지 못해 안타깝기만 하다.”

-코로나 방역은 잘 되고 있는지.

“오미크론 때문에 신경이 쓰이지만 지금까지는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경로당에서 식사를 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부스터 샷 이후엔 어느 정도 (식사가)가능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

-임기 종료 수개월을 남기고 있다. 그간의 성과라면.

“선거 공약 대부분을 실현했다. 제1공약이 경로당 연회비 중 일부를 보조해 경로당 운영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켜준다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약속을 지켜 보람을 느낀다.”

김 지회장은 2018년부터 경로당 연회비(18만원) 중 일부를 사비로 지원해오고 있다. 그 액수가 연 470만원이다. ‘효행장학금’도 개인적으로 출연해오고 있다. 경로효친 사상 고취 목적으로 관내 초등학교 12곳에 10만원씩, 중·고교 7곳에 각 20만원씩 지원하고 있는 것. 그밖에 경로당 선진지 견학에도 쌈짓돈을 내놓는 등 연 1000만원에 달하는 사비를 쓰고 있는 셈이다. 

김 지회장은 “과거와 같이 노인회장이 받으려고만 하면 안 된다”며 “지회장 선거 당시 ‘행동하는 나눔을 몸소 실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실제로 행사에 초대 받아 가면 그냥 나오지 않고 반드시 찬조금 봉투를 내놓는다”며 웃었다.

-또 다른 성과라면. 

“어르신 건강증진에 매진한 결과 강원연합회 주최의 어르신체육대회에서 3년(2015~2017년) 내리 종합우승을 거둬 우승기를 지회로 가져왔다. 강원의 18개 지회가 한자리에 모여 게이트볼, 한궁, 공굴리기 등 5개 종목을 겨룬다.”

이어 “스마트폰을 통해 어르신 소통의 공간을 마련했다”며 대한노인회 속초시지회 네이버 밴드를 보여주었다.  

김종명 강원 속초시지회장(사진 중앙)이 지회 회관 앞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김 지회장 왼편이 이주총 사무국장.
김종명 강원 속초시지회장(사진 중앙)이 지회 회관 앞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김 지회장 왼편이 이주총 사무국장.

-‘네이버 밴드’를 한다니 놀랍다.

“2019년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의 사업이 중단되고 위축된 가운데 뭔가 소통의 공간이 필요해 밴드를 만들었다. 밴드를 통해 지회장의 활동을 비롯 각종 지회 소식을 경로당 회장들께 전하고 있다. 최근에 제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위촉장을, 경우회 행사에서 감사장을 받은 사진도 밴드에 올려 보고했다. 현재 경로당 회장 40명이 밴드에 가입해 활동 중이다. 한 경로당 회장이 인상 깊게 본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의 강의를 공유하고자 밴드에 올리기도 했다.”

-노인일자리를 많이 하는 편이다.

“올해는 경로당도우미 170명, 시니어 인턴쉽 173명, 아동안전지킴이 10명 등 총 531명이다. 취업지원센터장이 중앙회의 취업성과보고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차례 수상하는 등 열심히 하고 있다.”

-시니어 인턴쉽은 무언가.

“60세 이상을 고용하는 기업에 급여의 일정 부분을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다. 지회는 이 조건을 충족하는 구인 인력을 기업에 알선해주고 있다.”

-지역의 유관기관들은 어떤가.

“종교단체와 자원봉사단체에서 적극 지원해줘 항상 고맙게 여긴다. 설악산 신흥사는 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과 연말에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에 5000만~6000만원의 물품을 제공한다. 따로 지회에 매달 100만원씩 지원해주고 있다. 속초시 자원봉사센터는 ‘도란도란도시락나눔자원봉사’를 통해 16개 경로당에 50개씩 총 800개의 도시락을 배달해주었다.”

-속초시청의 노인회 협조는.

“속초시장께서 헌신적으로 지원해주신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노학동에 한궁연습장(60평)을 짓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경로당 5곳에 편백나무로 황토방(개당 2000만원 상당)을 설치해줘 어르신 건강증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여담이지만 속초시장의 어머니가 최근까지 부영9단지아파트경로당 회장을 지냈다.”

김종명 지회장은 동국대 사학과를 나왔다. 육군 중위로 예편한 뒤 자영업을 오래 했다. 송훈석 국회의원 사무국장을 지냈다. 속초시지회 경로당 회장, 감사를 지냈다.

-자영업을 오래 했다고.

“30년 가까이 과자, 음료수, 라면 등 식품도매업을 대대적으로 했다. 요즘처럼 대형마트가 없던 시절에 대리점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유통망이었다. 속초에서 외형매출 2위를 점하기도 했다.” 

-대한노인회와의 인연은.

“사업을 접은 뒤 정치 쪽에 잠시 발을 담근 적이 있다. 이후에 마을 경로당 창립에 관여해 총무, 회장을 8년간 지냈다. 큰아버지께서 속초시지회 10~12대 지회장을 지낸 연고가 있는데다, 개인적인 야망도 있어 지회장 선거에 도전했다.”

당시 노인회 요직을 두루 거친 상대 후보가 압승할 거란 예측을 깨고 당당히 승리했다. 당선 비결에 대해 “뚝심만 갖고 선거운동을 한 저를 경로당 회장들께서 잘 봐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경로당 회장들께서 한 번 더 기회를 주신다면 어르신들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큰 그림 아래 회장님들 활동비 인상, 경로당 입식문화 정착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

김종명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김호일 대한노인회장께서 노인복지증진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계시지만 대한노인회 법정단체화와 경로당 운영비 잔여금 이월 사용 등 두 가지만 우선적으로 해결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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