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문재인 정부가 뭘 얼마나 잘못했길래”
[백세시대 / 세상읽기] “문재인 정부가 뭘 얼마나 잘못했길래”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12.10 15:00
  • 호수 7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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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대선의 핵심은 ‘정권교체’이다. 각종 여론조사가 그것을 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두 거대 양당의 대선후보는 대통령 자격 면에선 함량미달이다. 두 후보에 대해선 호감보다는 비호감이 더 높다. 둘 중 한 명을 선택하라는 건 ‘자포자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렇지만 ‘정권은 바뀌어야 한다’는 말에는 절대 공감이다. 국민 대다수가 문재인 정부에 실망하고 분노하고 등을 돌린 이유는 무언가. 이 정권이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길래.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국회의원들이 최근 한 자리에 모여 문재인 정부의 잘못한 부분들을 반성해 눈길을 끈다. 정책을 만들고 집행을 이끈 이들이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고 고백해서다. 원내대표란 자리는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과 같은 원 구성 협상과 임시국회 및 정기국회의 개폐, 국회특위 구성, 최순실 국정농단과 같은 중대 사항에 대한 청문회, 공청회 등을 열기 위한 협상의 주체이다. 그만큼 국회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총선 승리 뒤 1년 동안 원내내표로 일했던 김태년 의원은 “저는 (문재인 정부)초기 부동산 정책을 만들고 결정하는데 참여했던 사람으로 2·4부동산 대책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라며 “부동산은 가장 뼈아픈 부분이다. 외부적인 변수가 있다고 해도 선제적인 대응을 정책적으로 만들어 최소한 완화하는 역할을 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고 사과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이끌고 문 정부 초기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말까지 원내대표를 맡았던 우상호 의원은 민주당의 오만을 반성했다. 그는 “야당 시절 민주당보다 여당 시절 민주당은 더 폐쇄적이었다”며 “정당이 의석수가 많아지면 힘이 세 보인다. 힘이 셀수록 겸손했어야 했다. 우리가 가진 과제를 더 친절하게 설명했어야 했다”고 반성했다. 이어 “국민은 ‘왜 의석수가 많은데 개혁 과제를 과감하게 못 밀어붙이냐’고 비판하지만 민심이라고 하는 큰 바닥을 배경 삼아 야당을 변화시키는 기제를 작동했어야 했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도 했다.

2018년 5월부터 1년 동안 원내대표를 지낸 홍영표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협소한 인사’를 지적했다. 홍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 때 탕평 인사했다고 극찬했다”며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인사를 좀 더 폭넓게 못한 게 아쉽다”고 했다. 

이들 원내대표는 하나같이 문 정부가 정책과 인사, 국민 설득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한 면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원내대표들만이 아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문 정부의 실정(失政)을 사과하는 대열에 앞장섰다. 

일례로 이 후보는 조국 사태에 대해 처음에는 사과를 하는 건지 안하는 건지 모를 ‘양비론’을 견지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일가의 일탈에 대해 “유죄가 확정된다면 조국 전 장관도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검찰의 선택적 검찰권 행사가 더 큰 문제”라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다가 지난 12월 초 “여전히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고 비판 받는 문제의 근원 중 하나”라며 “내로남불로 국민의 공정성 기대를 훼손하고 실망을 시켜드렸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잘못이 있는 건 당연히 책임져야 하고 특히 지위가 높고 책임이 클수록 비판의 강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누군가가 쓴 반성문은 당사자가 겪는 수모와 심리적 고통과는 상관없이 재미와 호기심을 유발한다. 그러나 읽는 이도 피해자의 한 사람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민주당 원내대표 출신들의 솔직한 반성이나 이 후보의 조국 사태에 대한 사죄-표를 의식한 형식적인 멘트일지라도-는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탄식을 금할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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