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다시 읽기 24] 세상 권세에 빌붙지 마라
[채근담 다시 읽기 24] 세상 권세에 빌붙지 마라
  • 백세시대
  • 승인 2021.12.17 13:35
  • 호수 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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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권세에 빌붙지 마라

쉬파리가 말꽁무니에 붙어 다니면 빠르기는 하겠지만, 말 뒤에 가는 부끄러움을 벗어나기 어렵다. 담쟁이가 소나무에 달라붙으면 높이 오르기는 하겠지만, 남에게 의지해서 기어오른다는 부끄러움을 면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바람과 서리를 스스로 맞고 살지언정 조롱에 갇힌 새나 어항 속 물고기처럼 남의 은혜를 바라지 않는다.

蒼蠅附驥, 捷則捷矣, 難辭處後之羞,

창승부기  첩측첩의  난사처후지수

蔦蘿依松, 高則高矣, 未免仰攀之恥,

조라의송, 고즉고의  미면앙반지치

所以君子, 寧以風霜自挾, 毋爲魚鳥親人,

소이군자  영이풍사장협  무위어조친인


◆만해 강의

쉬파리가 준마의 엉덩이에 붙어 하루에 천리를 가면 그 속도가 매우 빠르기는 하나, 이것은 스스로 움직여 가는 것이 아니라 남의 힘으로 가는 것이니, 말 엉덩이에 달라붙어 있는 부끄러움을 떨쳐 버리기 어렵다.

또한 담쟁이가 큰 소나무에 의지하여 올라가면 키가 하늘 높이 자랄 수는 있으나, 이는 스스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의지해 있는 것이니, 소나무를 쳐다보며 기어오른 부끄러움을 면치 못한다. 

사람도 이와 같아서 행실이 너절한 졸장부와 아첨하는 소인배가 자신의 자유를 내던지고, 천한 종과 같은 행동으로 세력가에 아부하여 옳지 않은 영리를 도모하면, 설혹 일시적으로 욕망을 채울 수는 있겠지만, 쉬파리가 말 엉덩이에 붙고 담쟁이가 소나무에 붙어 올라가는 것과 같은 수치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차라리 찬바람, 모진 서리 같은 빈궁, 곤란을 스스로 견디어서 송백 같은 의기와 절개를 보전할지언정, 물고기나 새가 사람에게 동정을 구하는 것처럼 권세 있는 자에 아부하여 한때의 은총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

◆한줄 생각

스스로 땀 흘려 성취하지 않고 외부 세력에 편승해 부스러기 떡고물이나 얻어먹으려는 얄팍한 속셈은 다 드러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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