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급물살 타고 있는 ‘주 4일제’ 도입 논의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급물살 타고 있는 ‘주 4일제’ 도입 논의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12.24 13:42
  • 호수 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음주부터는 토요일도 개인정비 시간이다.”

필자가 군 복무를 하던 지난 2005년, 중대장은 모든 부대원들을 모아 놓고 이와 같은 소식을 전했다. 당시 전역까지 9개월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한 주에 쉴 수 있는 날이 하루가 더 늘어났다는 사실이 마냥 기뻤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는 달랐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주 6일 근무제’가 시행되었다. 그러다 2001년부터 ‘주 5일 근무제’에 대해 논의가 시작됐다. IMF로부터 경제관리를 받고 있었던 시기인지라 “일주일에 고작 5일만 일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긴 논의 끝에 2003년 주 5일제와 관련된 법안이 통과됐고 2004년 7월부터 금융·공공 부문을 담당하는 몇몇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주 5일제가 시범적으로 시행된 데 이어 점차 민간기업으로 확대됐다. 우려와는 달리 주 5일제는 정착됐고 2021년 12월 현재 우리나라는 코로나라는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 잘 버텨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주 4일 근무제’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미국은 지난 7월 발의된 ‘주 32시간 근무제도’ 도입 법안이 하원 내 진보 진영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위한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이웃 나라 일본 또한 지난 4월 집권당인 자민당이 주 4일제 추진을 공식화했다. 국내에서도 ‘배달의 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 형제들 등 일부기업이 내년부터 ‘주 3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 4일제에 찬성하는 쪽은 노동시간을 줄일 때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한국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1908시간으로 OECD 국가(38개국) 중 세 번째로 길다. 반대로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41.7달러로 27위에 불과하다. 근로시간이 길어 삶의 질도 낮은 데다 생산성마저 좋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근로시간을 줄이면 생산성이 높아질까. 아이슬란드는 국가 차원에서 실험에 나섰다. 5년간(2015~2019년) 아이슬란드 노동 인구 1.3%에 해당하는 노동자 2500명이 노동시간 단축 실험에 참여했다. 이들은 주당 40시간 근무에서 35~36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줄였다. 지난 6월 영국의 리서치센터 ‘오토노미’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아이슬란드의 여정’ 보고서를 통해 “일하는 시간이 줄어도 생산성이 유지되거나 향상됐고 근로자의 삶의 질도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이 실험의 성공으로 아이슬란드 노동 인구 86%가 근로시간을 단축했거나 단축할 예정이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 주 4일제는 언젠가는 실현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흐름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선 국가 차원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