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귀에 솔깃한 윤석열의 이 말
[백세시대 / 세상읽기] 귀에 솔깃한 윤석열의 이 말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12.24 14:02
  • 호수 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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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축소하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발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말이다. 역대 정부의 정책 실정(失政) 대부분이 청와대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에 비춰 고무적이자 진취적인 언급이라서다. 

윤 후보는 최근 관훈토론회와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를 개혁하겠다. 청와대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집권할 경우 청와대 인원을 30% 정도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수석(비서관)자리를 없앨 생각도 있다”며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할 어젠다 중 임기 내내 해야 할 것에 대해선 정책실을 만들어 인원을 두겠다. 그 외 정책은 비서실 참모들이 대통령과 장관 간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연결하고 보좌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기구가 아니라 일, 어젠다 중심으로 하겠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청와대의 조직과 역할을 줄이면 국민 분열, 갈등도 적어지고 나라의 미래가 한층 밝아질 것이란 사실을 국민은 알고 있다. 청와대 사람들의 엉뚱한 발상과 일탈로 인해 그동안 국민이 입은 정신적, 경제적인 피해가 막대해서다. 

가장 가까운 예가 청와대 민정수석 아들의 ‘아빠찬스’이다. 문재인 정부의 다섯 번째 민정수석인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로 인해 12월 말, 자리에서 물러났다. ‘아빠찬스’는 능력부족의 자식이 부모의 사회적 영향력에 기대 특혜를 취하는 것을 냉소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김 수석의 아들은 한 컨설팅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아버지께서 현 민정수석이신 김진국 민정수석입니다”, “아버지께서 많은 도움을 주실 것입니다”, “아버지께 잘 말해 이 기업의 꿈을 이뤄드리겠습니다”고 적어 국민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실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문 정부의 초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장관을 시작으로 김조원, 김종호, 신현수, 김진국까지 민정수석 5명의 평균 재임기간은 337일로 1년도 채 안 된다. 

검찰총장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게 된 배경 중 하나인 조국 전 민정수석의 비리는 세상에 잘 알려져 있다. 조 전 수석은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고 부인 정경심 씨와 동생 조권 씨는 구속된 상태이다. 그의 딸 조민 씨는 부산대 의전대의 입학 취소가 최종 결정되면 의사 생활에 변화가 올 것이다.

두 번째 김조원 전 수석은 청와대 참모진에게 내려진 ‘1주택 보유’ 권고에도 서울 강남과 송파의 아파트 2채를 계속 가지고 있다가 결국 청와대를 떠났다. 공정과 양심에 앞서 사욕이 앞선 데 따른 결과이다.

세 번째 김종호 전 수석은 추미애 전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갈등과 징계 과정에서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네 번째 신현수 전 수석 역시 검찰 간부급 인사를 둘러싼 패싱 논란 속에 여러 차례 사표를 낸 끝에 민정수석실을 떠났다. 

문재인 정부에서만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민정수석들도 말썽을 빚기는 매한가지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박근혜 정부의 네 번째 민정수석이자 최연소 민정수석으로 그의 아들 역시 의무경찰로 복무하던 중 이른바 ‘꿀 보직’으로 전출 됐다는 논란이 불거져 주목을 받았다. 이후 강남역 인근 땅 고가 거래 의혹, 국정원을 동원한 불법 사찰 등의 혐의가 드러나 구속됐다. 그리고 지난해 9월, 대법원이 불법 사찰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해 유죄를 확정 받았다. 

우 전 수석 외에 박 정부의 민정수석 중 문제가 된 이가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다. 그의 아들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인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 50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 과정에서 곽 전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했을 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받아 국회의원 직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핵심 사업인 소득주도성장과 탈 원전, 검찰 개혁(공수처 신설) 등은 모두 청와대 작품이다. 소득주도성장으로 한국경제는 큰 타격을 받았고, 탈원전과 공수처 등은 지금도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분란과 원망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가 집권한다면 그때 보여줄 청와대의 모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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