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 “품위 있는 죽음, 미리 준비하자”… 노인사회 웰다잉 교육 열기
[신년 특집] “품위 있는 죽음, 미리 준비하자”… 노인사회 웰다잉 교육 열기
  • 조종도 기자
  • 승인 2021.12.31 13:31
  • 호수 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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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 연합회‧지회, 건보공단 등과 손잡고 ‘연명의료결정’ 교육

파주시지회 ‘브라보 마이 라이프’ 인기… 인생노트 작성 통해 인생 돌아봐

교육 참여자들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벗어나 아름다운 마무리 준비”

[백세시대=조종도, 배지영 기자] #1. 지난해 10월 14일 파주시 파주읍 문화체육센터에서는 대한노인회 경기 파주시지회(지회장 김윤재)가 주관하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 수료식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차지은 어르신(78)은 지난 5주간의 활동을 뒤돌아보았다. 이전엔 ‘죽음’이란 단어는 생각조차 하기 싫었고 막연히 두려움을 느꼈었다. 그런데 매주 2회씩 10회 웰다잉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달라졌다. 죽음을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인생노트’를 쓰며 남은 인생을 어떻게 아름답게 마무리할지 생각하게 됐다.

#2. 대한노인회 세종특별자치시지회(지회장 장영)는 10월 26~29일 관내 경로당 13곳에서 웰다잉교육을 진행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해 이해를 돕는 동영상을 제공했고 조치원읍 죽림리푸르지오 경로당, 전의면분회 경로당 회원 등 약 185명이 교육에 참여했다. 일부 회원들은 대한웰다잉협회 상담사들의 지원을 받아 사전의향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새해 2월이면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4주년이 된다. 제도가 공식 시행된지 얼마 안 되었지만 우리나라 노인사회에는 웰다잉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전국 경로당, 복지관, 문화센터 등에서 대한노인회 전국 연합회‧지회를 비롯해 각 지자체,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이 손잡고 다양한 방식의 웰다잉 교육 및 홍보활동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품위 있는 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웰다잉 바람이 노인사회에 불고 있다. 왼쪽은 대한노인회 경기 파주시지회에서 ‘브라보 마이 라이프’ 프로그램 수료식을 진행하는 장면이고, 오른쪽 사진은 세종시지회 산하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웰다잉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품위 있는 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웰다잉 바람이 노인사회에 불고 있다. 왼쪽은 대한노인회 경기 파주시지회에서 ‘브라보 마이 라이프’ 프로그램 수료식을 진행하는 장면이고, 오른쪽 사진은 세종시지회 산하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웰다잉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웰다잉 교육의 내용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를 갖고 있다. 많은 경우 ‘죽음’에 대한 생각을 회피하다가 아무 준비도 없이 그 공포와 마주한다. 웰다잉은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막연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미리 잘 준비해 품위 있고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웰다잉 교육은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이해’로부터 출발한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을 ‘인생의 완성’으로 보자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이 바뀌면 ‘죽음을 당하는 게 아니라 맞이하게’ 된다. 

미 사회학자 모리 슈워츠(Morrie Schwartz) 교수는 “잘 죽는 방법을 알게 되면 잘 사는 방법을 알게 된다”라고 말했다. 모리 교수는 1994년 77세 나이에 루게릭병에 걸려 1995년 11월 4일 세상을 떠났다. 그는 자신의 병을 받아들이고, 목숨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배움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웰다잉은 내 죽음의 문제에 대해 내가 결정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현대 의학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래서 웰다잉 교육은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임종 과정에서 치료 효과가 없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항암제 투여 등의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환자 본인 또는 환자 가족에게 선택권을 주고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현 제도상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건강할 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이하 사전의향서)를 작성해 두거나, 말기 암환자 또는 사망이 임박한 환자가 의료윤리위원회가 설치된 병원에서 의사와 함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최영숙 대한웰다잉협회 회장은 “유비무환이라는 말처럼 미리 준비해서 나쁠 것이 전혀 없는 것이 사전의향서”라며 “어르신들께서 작성하신 후 때로는 ‘마음이 이상하다’, ‘후련하다’ 등의 표현을 하는데 ‘마음이 편안하다’는 모습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파주시지회 ‘브라보 마이 라이프’ 프로그램

대한노인회 경기 파주시지회는 노인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가족의 도움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현상에 주목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프로그램은 죽음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완화함으로써 보다 행복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20여명의 어르신이 참여했으며, 매주 두 차례씩 5주간 수업을 진행했다. 10회 커리큘럼 가운데 5회는 ‘웰다잉 이해와 실천’, 5회는 ‘인생노트 작성’으로 구성됐다.

수업은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매회 스스로 체험하는 활동을 반드시 포함시켰다. 예컨대, ‘품위 있는 죽음의 완성, 호스피스’편에서는 사전의향서 및 사전장례의향서 작성해보기를 실습했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묘비명과 유언장을 직접 써보며 ‘생전 장례식’을 미리 체험했다.

‘인생노트 작성’도 흥미롭게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나의 인생연표 정리하기 ▷버킷리스트 작성 ▷가족에게 주는 상장 제작 및 수여 ▷자기소개 형식의 생애사 구술 등을 하나하나 실천하며 자신의 삶이 한층 성숙해지는 경험을 했다.

마지막 회는 인생노트 소감 발표에 이은 영상촬영이었다.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좋아하는 노래, 서운했던 일, 용서를 구하는 말, 용서하는 말, 감사의 말 등을 영상에 담아내며 웃음과 눈물, 감동 속에 프로그램의 대미를 장식했다.

차 어르신은 “(영상에서) 나를 보내면서 슬퍼하고 힘들어 할 자식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전하고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행복한 나의 생전 모습을 영상으로 남길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국민참여 웰다잉 챌린지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는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한 가치를 확산시키고 웰다잉 문화 조성을 위해 2021년 6월부터 6개월간 ‘국민참여 웰다잉 챌린지’를 진행했다.

이 챌린지는 서울 관내 사회복지시설과 협업해 참가자를 모집하고 개인별 희망에 따라 미션을 수행하는 행사로 서울 관내 21개 사회복지시설과 시민 350여명이 참여했다. 미션은 연명의료결정제도 교육 수강, 사전의향서 작성, 웰다잉 인터뷰 참여 등이다.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은 인터뷰 촬영 영상과 사진 등 194일간의 기록은 하나의 영상으로 엮어 누구든지 감상할 수 있도록 건보공단 유튜브(youtu.be/ZcxHUcBUYWA), 페이스북 등 SNS에도 게시되었다.      

조종도․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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