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기흥구지회 소속 기흥실버악단 “신청곡 받으면 연습해서 다음에 들려줘요”
경기 용인시기흥구지회 소속 기흥실버악단 “신청곡 받으면 연습해서 다음에 들려줘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1.10 13:14
  • 호수 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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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 경기 용인시기흥구지회 소속의 기흥실버악단이 요양원에서 연주봉사를 하고 있다.
대한노인회 경기 용인시기흥구지회 소속의 기흥실버악단이 요양원에서 연주봉사를 하고 있다.

색소폰·트럼펫·아코디언 등 요양원·경로당서 공연봉사

[백세시대=오현주기자] “감정이 복받쳐 올라 연주를 잘 못할 정도였어요.”

대한노인회 경기 용인시기흥구지회 소속의 노인자원봉사클럽 기흥실버악단(코치 안종철)에서 색소폰을 부는 백장규(70·기흥구 동백동) 회원의 말이다. 

백 회원은 한 요양원에서 열린 생일파티에서 연주를 하던 중 치매를 앓는 여성 어르신이 자기를 줄곧 쳐다보는 걸 의아하게 여겼다. 공연 중간에 요양사가 백 회원에게 “할머니가 (백 회원이)자기 아들과 너무나 닯았다”며 “‘자기 집에 들렀다’가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백 회원은 “그 말을 들은 후 할머니 앞에서 노래 두 곡을 더 연주했지만 그분이 가엽게 보이기도 했고, ‘나도 언젠가는 저런 모습으로 저기에 앉아 있겠지 ’라는 생각이 들어 (연주가)매끄럽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흥실버악단은 처음에는 대원칸타빌실버악단으로 출발했다. 악단 이름은 기흥구 동백동에 위치한 대원칸타빌아파트에서 따왔다. 2014년, 생활전선에서 물러난 회원들은 젊은 날의 꿈을 실현하고자 각자 색소폰 개인교습소를 찾았고 악기를 배우면서 가까워졌다.

안종철(76·기흥구 동백동) 코치는 “교사, 회사원, 개인사업을 하던 5~6명의 남성들이 몇 년간 열심히 악기를 불다가 이왕이면 음악으로 누군가를 치유하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며 “제가 다니는 경로당 행사에 가끔씩 서곤 했다”고 기억했다. 서울 문래동에서 철강사업을 했던 안 코치는 “회원 대부분이 연주 경력 10년 이상 된다”고 덧붙였다. 

대원칸타빌아파트경로당 회장이자 동백2동 분회장이기도 한 구재식 코치(88)는 “우리 경로당 행사에 악단을 초청해 연주를 듣곤 했다”며 “기흥구지회의 노인자원봉사클럽 중 하나로 소속되면서 아마추어 작곡가를 비롯, 아코디언·트럼펫·기타주자들이 대거 합류했다”고 말했다.

악단 회원들은 대원칸타빌아파트경로당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연습을 해왔다. 레퍼토리는 ‘나그네 설움’, ‘섬마을선생님’, ‘갈대의 순정’ 등 흘러간 가요이다. 회원 중 노래를 잘 부르는 여성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안 코치는 “요양원 공연에서 단체로 연주를 하고 개인이 돌아가며 두 곡씩 연주하고 나면 한 시간이 훌쩍 넘는다”며 “요양사 중에는 노래에 소질 있는 분이 우리 반주에 맞춰 노래도 부르곤 한다”고 말했다. 이 악단은 즉석에서 신청곡도 받지만 바로 연주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어서  돌아간 뒤 연습을 해 다음 방문 때 그 곡을 들려준다고 한다.

이 악단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노인자원봉사클럽 우수사례 발표회에서 대한노인회장상을 수상했다. 안 코치는 수상과 관련해 “코로나 사태 이후 공연을 하지 못하는 대신 지하철 동백역 주변과 아파트단지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환경정화를 했다”며 “(상이)고맙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우리가 하는 일에 비춰 너무 큰 상을 받아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밝혔다. 

조영재 용인시기흥구지회장은 “지회 산하 5개 자원봉사클럽 중 기흥실버악단은 음악적 재능으로 소외계층 어르신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는 훌륭한 분들”이라며 “이분들의 헌신적인 희생과 수고가 노인은 물론 지회의 위상을 높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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