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내 몸의 병을 알자 13] 당뇨와 치주질환, 알고 보면 무서운 악연
[백세시대 / 내 몸의 병을 알자 13] 당뇨와 치주질환, 알고 보면 무서운 악연
  • 홍지연 경희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
  • 승인 2022.01.17 10:38
  • 호수 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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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연 경희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
홍지연 경희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

치주질환은 흔히 풍치라고도 불리는데, 병의 정도에 따라 치은염(gingivitis)과 치주염(periodontitis)으로 구분한다. 치은염은 염증이 잇몸에만 국한된 형태로,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면 회복이 가능한 반면, 치주염은 잇몸과 잇몸뼈 주변까지 염증과 손상이 비가역적으로 진행된 경우를 말한다. 

치은(잇몸)과 치아 사이에는 치은열구라는 V자 모양의 틈이 있는데, 이 홈의 잇몸 선을 따라 세균성 치태가 지속적으로 쌓이면 잇몸 안쪽 내부 조직의 염증으로 이어진다. 

세균성 치태는 치주질환 발생의 주된 원인이 되는데, 이는 구강 내 세균이 치아 표면에 남아있는 음식 찌꺼기에서 증식하면서 형성되는 것이다. 

세균의 침입과 세균이 만들어 내는 독성 물질은 우리 몸의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자극원이 되어 치아를 감싸고 있는 치주인대 및 인접 치주조직의 파괴를 유발하면서 치주염으로 자리 잡는다. 

염증의 진행과 함께 손상 범위가 확대되면 치은열구는 치주낭이라는 깊은 주머니 형태로 발전하고 이 공간은 세균이 자리 잡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여 질환을 악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치주염이 심할수록 골 소실을 동반한 깊은 치주낭이 쉽게 관찰된다. 

구강 내 세균 외에도 흡연, 전신질환, 스트레스, 유전적인 요인, 영양 상태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염증 반응에 영향을 주어 치주질환을 악화시키는 위험 인자로 작용한다. 그중 조절되지 않은 상태의 당뇨는 치주질환의 진행을 크게 악화시키는 주요 위험 요소로 알려져 있으며 치주 치료 후 결과에 악영향을 끼치고 재발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치주질환은 ‘당뇨의 6번째 합병증’이라고 알려질 만큼 당뇨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조절되지 않는 고혈당은 단백질과 지방의 당화 및 산화를 유발하고 최종당화산물을 증가시키는데 이는 염증에 관여하는 다양한 세포를 촉진하고 염증성 매개물질을 증가시켜 치주질환의 감염, 염증의 진행 및 치유에 악영향을 끼친다. 

고혈당증의 당뇨환자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치주질환이 3배 정도 높게 나타나고, 흡연까지 동반될 경우 위험성은 20배에 이르기도 한다. 

그 외에도 구강건조증, 충치, 구강 칸디다균 감염 등 구내 불편감과 통증을 동반하는 다양한 구강질환을 유발시킬 수도 있으므로 당뇨환자는 치주질환 감염에 유의해야 하며, 증상이 없더라도 3~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인 구강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한편, 치주질환 역시 당뇨와 그 합병증을 악화시키는 위험 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심한 치주염 부위에서 우세한 감염 양상을 보이는 세균과 세균의 독소 및 여러 산물 혹은 치주조직에서 발생한 염증성 매개물질이 혈류를 통해 전신으로 퍼져나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염증성 인자들은 당과 지방의 대사를 방해하고 인슐린의 작용을 약화시켜 당뇨 환자의 혈당치를 악화시킬 수 있다.   

그동안 여러 연구를 통해 치주질환과 당뇨병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질환의 진행 과정에서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음이 밝혀진 바 있다. 또한 상반된 견해에도 불구하고 당뇨 환자에서의 치주 치료가 당화혈색소 수치의 유의한 개선을 가져왔다는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처럼 당뇨 환자에서 심각한 치주염이 동반되어 있다면 치주질환의 치료와 예방은 구강 건강의 개선뿐 아니라 혈당 조절의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치주염과 당뇨병을 같이 앓고 있는 환자라면 치주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할 경우 고혈당의 조절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꼭 함께 치료받는 것이 두 질환을 모두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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