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돈 룩 업’, ‘인류 종말’도 돈벌이 삼는 지도자들 통렬히 풍자
넷플릭스 ‘돈 룩 업’, ‘인류 종말’도 돈벌이 삼는 지도자들 통렬히 풍자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1.17 13:22
  • 호수 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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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종말’을 소재로 정치인과 경제인의 추악한 모습을 신랄하게 비판한 블랙코미디 ‘돈 룩 업’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진은 극중 민디 박사와 케이트(왼쪽에서 3, 4번째) 방송에 출연해 혜성 충돌을 경고하는 모습.
‘인류 종말’을 소재로 정치인과 경제인의 추악한 모습을 신랄하게 비판한 블랙코미디 ‘돈 룩 업’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진은 극중 민디 박사와 케이트(왼쪽에서 3, 4번째) 방송에 출연해 혜성 충돌을 경고하는 모습.

지구와 혜성 충돌 다룬 블랙코미디… 메릴 스트립, 디카프리오 등 출연

잇속 챙기기에 몰두하는 정치인, 자극적 기사에 골몰한 언론 등 비판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 1998년, 지구와 혜성간 충돌을 다룬 영화 ‘아마겟돈’과 ‘딥 임팩트’ 두 편이 나란히 개봉한다. 두 작품에서 지구를 구할 해법은 혜성을 파괴해 궤도를 바꾸는 것이었다. ‘아마겟돈’은 아버지의 희생으로 감동적으로 인류를 구해냈고 ‘딥 임팩트’도 일부 조각이 지구의 충격을 가해 큰 피해를 입었지만 사람들이 살아남은 희망적 결말로 마무리된다. 

두 작품은 흥행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지구와 혜성 충돌을 다룬 영화로 현재까지 꾸준히 거론된다. 그리고 이 목록에 한 작품이 더 추가돼 오랫동안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를 통해 최근 공개된 ‘돈 룩 업’(Don't Look Up)이다.

넷플릭스 역대 주간 최다시청시간 기록

혜성 충돌로 인한 지구 멸망 과정을 블랙코미디(잔혹하고 통렬한 풍자를 내용으로 하는 희극)로 그린 ‘돈 룩 업’이 공개와 동시에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메릴 스트립, 티모시 샬라메, 아리아나 그란데 등 내로라하는 신구 할리우드 톱스타들을 대거 캐스팅해 공개 전부터 큰 관심을 받은 이 작품은 올해 첫 일주일간 1억5200만 시간이 넘는 시청시간을 기록했다. 넷플릭스는 2분간 시청한 유료가입자 숫자로 순위를 내던 기존 방식을 지난해 11월부터 총 시청시간으로 바꿨는데 ‘돈 룩 업’은 역대 최다 주간 시청시간을 기록했다.

6개월 후 다가온 종말의 상황에도 눈앞의 선거만 신경 쓰는 정치인들과 그 와중에도 돈벌이를 생각하는 기업, 종말 얘기도 시청률을 위해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언론 등을 통렬하게 풍자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작품은 어느 날 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 분)가 한 번도 목격되지 않은 한 혜성을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케이트는 새로운 혜성이 발견되면 최초 발견자의 이름을 붙이는 관행에 따라 ‘디비아스키 혜성’이라 명명한 후 자신의 담당교수 랜들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와 궤도 계산에 나선다. 그리고 둘은 6개월 뒤 혜성이 지구와 직접 충돌하는 궤도에 들어섰다는 엄청난 사실을 발견한다. 에베레스트산 크기의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면 인류는 종말을 맞을 수 있다.

두 사람은 백악관에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하지만 올리언 대통령(메릴 스트립 분)과 그녀의 아들이자 비서실장 제이슨(조나 힐 분)은 무심하게 대응한다. 대통령은 자신의 남자친구를 대법관에 임명시키려다 그가 과거 음란방송에 출연했다는 사실이 공개돼 정치적인 위기에 몰린 상황이었다. 지구 멸망보다는 눈앞의 정치적인 이슈가 더 중요했던 것. 

랜들 박사와 케이트는 언론의 힘을 빌리려 하지만 상황은 비슷했다. 언론은 지구 멸망보다는 앞서 소개된 인기 연예인 커플의 결별과 재결합이 더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위기에 몰린 올리언 대통령이 이들을 이용하며 상황이 급반전된다. 혜성에 핵미사일을 쏴서 궤도를 바꾸는 전 지구적인 이벤트를 벌인 것이다. 랜들 박사와 케이트는 자신들이 이용당하는 걸 알면서도 인류를 위해 ‘정치 쇼’에 참여한다. 우여곡절 끝에 혜성을 향한 핵우주선을 쏘아 올리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또 발생한다. 최첨단 스마트폰 회사 ‘배시’의 최고경영자 피터 이셔웰의 한 마디 때문에 우주선이 되돌아오게 된다. 그는 혜성에 천문학적 가치의 광물들이 담겨 있다며 궤도를 되돌리기보다는 그걸 조각내 바다로 떨어뜨린 뒤 그 돈으로 세상을 구하자고 제안했고 올리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인 것. 

결국 세상은 혜성의 궤도를 바꿔야 한다는 측과 혜성을 조각내 번 돈으로 지구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자는 측으로 갈라진다. 혜성이 날아오는 게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가까워졌음에도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고 지구는 대위기에 봉착한다. 

추가영상 통해 통쾌한 웃음 선사

작품은 블랙코미디의 교과서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시종일관 쓴웃음을 짓게 한다. 인류가 종말을 맞든 말든 자신의 잇속만 챙기려는 정치인과 경제인, ‘정론직필’은 온데 간데 없고 자극적 기사로 조회수 늘리기에 급급한 언론 등을 꼬집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모티브로 삼은 듯한 올리언 대통령에 대한 풍자가 통렬한데,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우리나라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선택만 한다. 인기를 얻을 속셈으로 옳은 선택을 했다가 지지율을 회복하자 금세 돈의 유혹에 넘어가 국민을 등지는 결정을 내린다. 이 선택은 온 인류를 파국으로 몰아넣는다. 

국민과 인류를 무시한 자들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 감독은 이에 대한 해답을 영화의 말미 추가영상으로 대신한다. 쓴웃음 대신 통쾌한 웃음으로 말이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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