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중앙회 “H신문 구독해야 각급회장 피선거권 준다” 서면이사회 상정해 물의
대한노인회 중앙회 “H신문 구독해야 각급회장 피선거권 준다” 서면이사회 상정해 물의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1.28 10:55
  • 호수 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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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급회장 선출 및 선거관리 규정’ 비상식적 개정 시도
중앙회가 특정신문을 보지 않으면 각급 회장에 출마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선거관리 규정’ 개정안을 서면이사회에 상정해 물의를 빚고 있다. 위 자료는 신구 조문 대비표로 현행(왼쪽) ‘학식과 경륜 및 덕망을 갖춘 자’를 삭제하고 ‘애회심(혜인시대 정기구독자)이 투철한 자’(왼쪽)를 추가하고 있다. 이는 명확히 ‘혜인시대 정기구독자’로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대한노인회 정관(제7조)에도 위배된다.

“특정신문 안 보면 각급 회장 출마도 못한다니…”

 연합회장·지회장 등 “기본권 침해” “철회하라” 비판 봇물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신문 구독’이랑 ‘대한노인회를 사랑하는 마음’(애회심)이랑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지난 1월 26일 임수성 부산 북구 우곡경로당 회장은 최근 대한노인회 중앙회가 ‘慧人時代’(혜인시대) 신문을 구독해야 각급 회장 출마자격을 주도록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반문했다. 여기서 ‘혜인시대’는 김호일 회장이 주도해 최근 창간한 주간신문이다. 임수성 회장은 “이름도 생소한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다고 회장 출마도 못하게 막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 침해”라고 밝혔다.

대한노인회 중앙회(회장 김호일)가 특정신문을 구독해야만 대한노인회 각급회장 출마를 할 수 있도록 ‘각급회장 선출 및 선거관리 규정 일부 개정’을 시도해 파문이 일고 있다. 

중앙회는 지난해 12월 23일 법제심의위원회(위원장 김성보)를 개최해 ‘각급회장 선출 및 선거 관리 규정’ 제8조(선거권자 및 피선거권자) 항목에 기존 ‘학식과 경륜 및 덕망을 갖춘 자’를 삭제하고 ‘대한노인회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애회심(혜인시대 정기구독)이 투철한 자’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안건은 1월 26일 ‘2022년 제1차 이사회’에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사회 하루 전인 25일, 코로나 상황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이사회를 취소한 뒤 27일 서면이사회 개최를 통보했다. 그러면서 2월 4일까지 안건에 대해 찬반을 표시해 통보해줄 것을 요구했다.

본지에서 입수한 1차 이사회 공식 자료를 보면, 중앙회는 ‘피선거권 입후보자격’에 ‘애회심이 투철한 자(혜인시대 정기구독)’를 추가했다. 중앙회가 만드는 혜인시대를 유료로 구독해야 애회심이 있다고 간주하겠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후보자 등록’ 항목에도 기존의 회원가입(회비납부) 증명서 외에 ‘혜인시대 정기구독 확인서’ 제출 조항을 추가했다. 즉, 해당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경로당 회장에 출마하려면 연 6만원에 달하는 신문대금을 내고 정기구독 확인서를 발급받아 제출해야 한다. 현재 전국 경로당만 6만8000곳인데, 모든 후보자가 신문을 봐야 하므로 엄청난 사람들이 압박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조항은 대한노인회 정관에도 위배되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 침해의 소지도 크다. 

대한노인회 정관 제7조(회원의 권리 및 의무) 1항에서는 ‘본회의 회원은 평등한 선거권과 피선거권 및 의결권을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특정신문 구독 여부로 피선거권 여부가 결정된다면 이 평등 조항에 위배될 수 있다. 일정 기간 회비를 내온 모든 대한노인회 회원들은 누구나 피선거권을 갖고 있는데, 특정신문을 보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원으로서의 기본 권리를 박탈당하게 된다.

대한노인회 중앙회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분회장과 경로당 회장 등은 대체적으로 “황당하다”, “당혹스럽다”는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김팔강 경기 용인시수지구지회 죽전3동분회장은 “그런 신문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는데 신문을 보지 않는다고 출마를 막는 것은 강제적 행위이고 상식 밖의 일”이라면서 “실제 개정이 되면 전국적으로 경로당 회장들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로당 회장은 “신문 안 본다고 출마도 못하게 하는 조직은 80평생 살면서 본 적이 없다”면서 “2022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믿기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연합회장과 지회장 등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오병채 광주연합회장은 “회장뿐 아니라 일반 회원들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정”이라면서 “대한노인회 중앙회가 직접 소식을 전한다면 혜인시대 신문은 돈을 받지 않고 ‘무가지’로 배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렬 인천연합회장도 “신문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출마를 제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김두봉 전북연합회장은 “이런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상식적인 결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철연 대전연합회장은 “신문을 보라고 권장하는 것까지는 이해되지만 규정을 통해 강제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고광선 서울연합회장도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 중 참정권과 대한노인회 정관에도 위배되는 무리한 규칙 개정은 철회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황수연 서울 강남구지회장은 “호소를 통해 구독을 늘려야지 피선거권을 규제하는 반헌법적인 규정 개정을 통한 방법은 부적절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 관계자는 “이러한 피선거권 제한은 여러 문제가 있어 보인다. 노인회 일반 회원들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해당 내용을 잘 살펴보겠다”고 전했다.

한편 김호일 중앙회장은 “그간 대한노인회는 기초조직인 경로당 회원으로 가입해 경로당과 지회 및 연합회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숙지하고 임원이 될 수 있도록 각급회장 입후보 규정에 ‘경로당 회비납부’를 뒀다. 그런데 실태를 확인해 보니 1년치 회비만 납부하고 경로당 활동을 하지 않는, 취지를 퇴색케하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이에 중앙회‧연합회‧지회‧경로당의 활동 상황을 파악하고 주무부서인 복지부와 국회 복지위원회 활동을 혜인시대 신문을 통해 숙지한 후 각급 회장이 출마하라는 취지로 개정을 추진했다. 대한노인회 발행 신문을 구독해 업무 숙지를 돕는 것은 피선거권 제한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중앙회 법제심의위원장을 맡은 김성보 경기 동두천시지회장은 “본 건은 김호일 회장의 발의로 심의하게 됐다. 문제점이 있다는 주장이 있었고 찬반에 결론이 나지 않아 이사회 안건으로 올리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회에서 토론을 통해 결론이 나기를 기대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면 이사회가 불발되고 서면 이사회로 대체되면서 토론의 기회조차 차단되고 말았다. 해당 안건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위험성을 감안할 때 너무 안이한 의사결정이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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