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추위에 혈압 건강 ‘빨간불’… 외출 땐 장갑·모자 착용을
고혈압, 추위에 혈압 건강 ‘빨간불’… 외출 땐 장갑·모자 착용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01.28 14:52
  • 호수 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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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환자가 추운 환경에 노출되면 혈관 벽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치솟기 때문에 체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림=게티이미지뱅크
고혈압 환자가 추운 환경에 노출되면 혈관 벽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치솟기 때문에 체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림=게티이미지뱅크

뇌혈관질환의 50%, 고혈압이 원인… 기온 떨어지면 혈압 상승 일어나

음주는 고혈압 환자에게 독… 수면무호흡증 땐 고혈압약 잘 안 들어

[백세시대=배지영기자] 겨울은 다른 계절보다 건강관리가 특히 중요한 계절로 통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우리 몸의 근육, 혈관, 신경 등은 수축되고 경직된다. 또한 활동량이 줄고 면역력이 약해져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질병이 악화되거나 숨어있던 질병이 발현되기도 한다. 건강에 빨간불이 켜지는 셈이다.

고혈압 환자라면 더욱 그렇다. 추운 환경에 노출되면 혈관 벽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치솟게 되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도 기온이 1℃씩 떨어질 때마다 혈압이 0.2~0.3㎜Hg 올라간다. 

이는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피부 혈관이 수축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특히 잠에서 막 깨어난 아침에는 더욱 위험하다.

이동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겨울철에 찬 바람이 불고 일교차가 심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질환은 고혈압”이라며 “실제로도 뇌출혈, 뇌경색, 심근경색 등 고혈압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은 10월부터 늘기 시작해 1~2월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뇌혈관질환의 절반 원인인 ‘고혈압’

고혈압은 우리 몸의 중요 장기인 심장, 뇌, 신장, 눈을 손상시킨다. 전체 뇌혈관질환의 50%가 고혈압으로 인해 발생하고, 협심증과 심근경색 등 심장병의 30~35%, 신부전의 10~15% 역시 고혈압이 원인이다.

또한 고혈압은 동맥경화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나이가 들면 혈관의 탄력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레 느슨해진다. 여기에 고혈압으로 인해 높은 압력이 가해지면 혈관 벽에 상처가 나게 되고 이렇게 병든 혈관에 혈소판 등이 굳어져 딱지가 앉고 콜레스테롤이 붙으면 결국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동맥경화증으로 번지게 되는 것이다. 

이동재 교수는 “동맥경화증은 우리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 3대 질환 중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발생과 깊은 관련이 있다”며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인 고혈압을 치료하면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의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체 마비, 치매, 심부전에 의한 호흡곤란 등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이 뇌혈관과 관상동맥에 나타나면 뇌졸중과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느 혈관에 문제가 발생하느냐에 따라 뇌혈관질환, 만성 신부전, 대동맥질환, 안저출혈(망막의 혈관이 터져 생기는 출혈) 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더불어 혈압이 높아지면 심장에 부담을 줘 심부전 같은 심장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고혈압 환자, 겨울철 체온 유지 중요

겨울에는 뇌졸중과 심장질환에 따른 사망률 역시 증가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열 손실을 막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이다. 추위에 따른 혈압 상승은 활동량이 적은 밤보다 많이 움직이는 낮에 많다. 특히 노인과 마른 체형에서 자주 관찰된다.

고혈압 환자가 실내외 온도 차에 의한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체온 유지가 중요하다. 외출할 때 따뜻한 외투는 물론 모자·장갑·목도리 등을 착용하는 게 좋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날에는 실외운동은 삼가고 실내운동으로 대신해야 하며, 실외운동을 꼭 해야 한다면 이른 아침보다는 기온이 상승한 낮에 하거나 각종 보온 장비를 이용해 몸을 따뜻하게 보호해 주어야 한다. 

새벽이나 출근 시간대에는 고혈압으로 인한 뇌출혈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집에서 나서기 전에 가벼운 맨손 체조 등으로 체온을 높이고 갑자기 혈압이 상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음주도 조심해야 한다. 하루 2잔 이하의 음주는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는 연구결과가 있긴 하지만, 고혈압 환자에게 이보다 많은 양의 술은 독주가 될 수 있다. 하루 3잔 이상을 습관적으로 마시면 혈압이 상승하고, 심근경색증·뇌졸중·심부전·부정맥 등을 부추겨 결국 사망률이 증가한다.

이 교수는 “반대로 술을 마시던 사람이 금주를 하면 수축기 혈압은 3~4㎜Hg, 확장기 혈압은 2㎜Hg 정도 떨어진다”며 “이렇게 되면 심혈관질환 발생은 6%, 뇌졸중 발생은 15% 각각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수면무호흡증, 혈압약 효과 떨어뜨려 

코골이도 그냥 지나쳐선 안 된다. 고혈압 환자가 코를 곤다면 단순히 소음을 일으키는 수면 습관으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코골이 하는 사람 중의 30%는 10초 이상 숨이 멎는 수면무호흡증을 일으켜 피로·두통·집중력 저하로 이어져서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고혈압 환자는 혈압약의 치료 효과가 적거나 없다는 보고도 있다. 실제 한 연구에 따르면 혈압 조절이 잘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 중 남자 96%, 여자 65%가 수면무호흡증이었다. 50세 이하 고혈압 환자 중 약물치료 효과가 적다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야 한다.

코골이는 체중 감량에 따른 기도 확보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고, 금주·금연·옆으로 눕는 수면 자세 등으로도 코골이를 줄일 수 있다.

◇일상 속 고혈압 예방법

혈압을 조절하려면 처방 받은 약물을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또한 식습관을 개선해야 하는데 염분 섭취량을 제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은 혈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지나치게 과격한 운동은 삼가야 한다. 일주일에 4~5회 정도, 하루에 30분가량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과체중이나 비만인 상태라면 감량을 통해 체중을 정상 범위로 회복할 필요가 있다. 

이동재 교수는 “평소 고혈압이 있다면 혈압을 자주 측정해 자신의 혈압을 미리미리 확인하고,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약물 투여량을 최소로 한 상태에서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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