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중앙회 ‘서면이사회’ 남용, 일방적 의사결정
대한노인회 중앙회 ‘서면이사회’ 남용, 일방적 의사결정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2.11 15:57
  • 호수 8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면이사회로 ‘H신문 봐야 회장 출마 자격’ 조항만 부결되고, 그외 안건은 모두 통과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선거관리 규정’에 특정신문(혜인시대)을 구독해야 각급회장 출마를 할 수 있는 독소조항을 넣으려던 대한노인회 중앙회(회장 김호일)의 계획이 무산됐다. 

중앙회는 지난 2월 7일 전국 시‧도연합회 및 시‧군‧구 지회에 발송한 공문을 통해 “2022년 제1차 이사회 서면 의결 결과 ‘대한노인회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애회심(혜인시대 정기구독자)이 투철한 자’를 입후보자격으로 포함한다는 각급회장 선출 및 선거관리규정 제8조 제2항, 제16조 제4호는 부결됐으며, 그 외 개정안에 대해서는 모두 찬성으로 의결됐다”고 알렸다. 

연합회장들을 비롯한 이사들의 적극적인 의사표시로 가장 악성조항이 부결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해 악용 우려가 있는 서면 결의를 남발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앙회는 지난 1월 26일 이번 1차 이사회를 서면결의로 진행하면서 “대면으로 개최 예정이었던 2022년 제1차 이사회를 보건복지부 직원 집단감염 등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으로 인해  복지부의 권고에 따라 서면이사회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당시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변경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그 이후 행보다. 설 연휴를 거쳐 확진자가 3만명 이상으로 폭증한 가운데 중앙회는 2월 7일 자문변호사‧세무사‧노무사‧회계사 초청간담회를 시작으로 전국 경로당광역지원센터장 교육(2월 8일), 정책위원 초청간담회(2월 9~17일)를 잇달아 대면으로 진행하고 있다. 서면결의를 진행한 사유와 완전히 상충되는 행보다. 

서면결의는 의결권의 대리행사가 가능하다는 점, 이사회 의사록을 작성할 수 없는 등 다양한 문제점들로 인해 각 기관‧단체들은 이를 제한하고 있다. 또 이번에 부결된 안건처럼 여파가 클 수 있는 중요한 안건은 활발한 토의와 토론을 통한 찬반 투표를 거쳐야 하지만 서면 결의는 이러한 과정마저 생략돼 반민주적인 절차라는 비판도 있다. 대한노인회 정관에서도 ‘긴급을 요하는’ 경우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번 이사회 안건이 설 연휴를 포함해 서면 이사회를 진행할 만큼 ‘긴급을 요할’ 정도였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뿐만 아니라 중앙회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화상회의 시스템도 일찌감치 마련했다. 중앙회는 지난해 9월 24일 ‘스마트 영상회의시스템 개통식’을 진행했는데, 이를 활용하면 16개 시‧도연합회장과 이사들이 중앙회를 찾지 않더라도 각자 집무실에서 회의가 충분히 가능하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는 이사회를 화상회의로 진행하는 것조차 엄격히 제한했지만 이러한 규제도 완화하면서 권고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타기관에서는 정기총회, 이사회 등서 영상회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김호일 회장도 화상회의 개통식에서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은 ‘대면회의’를 개최하고, 수시로 ‘영상회의’를 통해 중앙회의 추진사항을 공유하고 각 연합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 개최된 2021년 8차 이사회(11월 10일), 9차 이사회(12월 8일)는 서면 결의로 개최했다. 특히 9차 이사회 안건인 ‘대한노인회 신문 등 간행물 발간’의 경우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진행했다는 정황도 발견돼 관심을 끈다.

대한노인회 중앙회의 서면이사회가 거수기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실제로 이사회 의결이 종료되기도 전, 가결을 확신하고 신문 발간을 추진한 정황이 발견됐다.  H신문 정기간행물 ‘등록일’(위)과 2021년 9차 서면 의사회 ‘의결일’(아래)이 12월 17일로 똑같다. 즉, 서면 의결 통과를 기정 사실로 확신하고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노인회 중앙회의 서면이사회가 거수기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실제로 이사회 의결이 종료되기도 전, 가결을 확신하고 신문 발간을 추진한 정황이 발견됐다. H신문 정기간행물 ‘등록일’(위)과 2021년 9차 서면이사회 ‘의결일’(아래)이 12월 17일로 똑같다. 즉, 서면 의결 통과를 기정 사실로 확신하고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9차 이사회 열기도 전에 ‘통과’ 전제로 H신문 등록 정황도

정기간행물 등록관리시스템에 따르면 혜인시대의 등록일은 ‘12월 17일’로 표기돼 있다. 등록일이란 신문 등록을 신청한 날이 아닌 모든 서류가 구비되고 결격사유가 없어 말 그대로 등록 절차가 마무리된 날을 의미한다. 통상 신청부터 등록까지 걸리는 시간은 25일 이내다. 그런데 9차 이사회에서 의견 회신을 요청한 날짜는 12월 17일 오후 12시까지였다. 이는 가결될 것을 기정 사실화 하고 미리 신문 제호 등을 정해서 등록 신청을 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정기간행물로 등록하려면 신문법 제13조에 따라 발행인 또는 편집인이 결격사유가 있는지를 확인한다. 문제는 이 결격사유를 확인하는데 상당 시간이 소요돼 반나절에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기간행물 등록을 담당하는 서울시 민원실 관계자는 “등록일은 ‘신청한 날’이 아닌 등록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날이며 발행인‧편집인의 결격사유를 확인하는 과정 역시 등록 절차의 하나여서 하루만에 처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또한 신문 제호 결정부터 사업계획 수립 등 전체 과정은 아예 이사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대한노인회 신문이라고 하면 구성원을 대표하는 이사들이 참여해 신문의 이름부터 사업방향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하지만 이사회를 통한 의견 교류 없이 올해 열린 1차 이사회에서 ‘혜인시대 발행 운영규정’을 넣는 것에 대해 동의 여부를 묻는 방법으로 대체했다. 사실상 민주적 이사회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서면이사회는 토론 없이 찬반 표시만 가능해 '거수기' 위험성

이에 노인회 관계자들은 거수기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서면결의는 정말 긴급한 경우에만 진행하고 대면회의를 원칙으로 하되 코로나로 어렵다면 화상회의 등 민주적 절차로 진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앙회 이사진들도 또한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 대면회의를 원칙으로 하고 정말 긴급한 경우에도 충분한 설명 후 서면결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A이사는 “대한노인회 전체에 큰 여파를 미치는 주요 안건은 만나서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찬반 투표를 해야 한다”면서 “정말 급하더라도 개정 취지를 충분히 설명해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를 무시한 서면결의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B이사도 “대면회의를 원칙으로 하되 현재처럼 코로나가 확산돼 만나기 어렵다면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식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호일 회장은 “9월부터 12월에 걸쳐 전국을 돌며 각종 연합회장 및 지회장, 사무처장 간담회 등을 개최하며 이사회 안건과 관련된 의견을 수렴해 화상회의는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1차 이사회를 서면결의로 전환한 것에 관해서는 “대면으로 개최하려고 계획을 세웠지만 1월 19일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과 신년인사 겸 간담회 차원에서 복지부를 방문했을 당시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부득이하게 서면결의로 전환했다”고 해명했다. 

또 코로나 확진 이후 대면 간담회 재개에 대해서도 “확진자 접촉 이후 최종 음성판정을 받았다. 이를 복지부에 보고했고 외부인사 모임이 허용돼 최근 대면 간담회를 재개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본지 취재에 따르면 이는 사실관계가 다르다. 복지부에서 긴급하게 연락을 해왔다는 주장과 달리 중앙회에서 먼저 물어왔고 서면 결의를 권고한 적도 없다는 것이 복지부의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앙회에서 먼저 대면이사회를 해도 되는지 문의를 해서 해당 사안은 복지부 소관이 아니지만 코로나 상황이니 잘 판단해 결정하라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서면이사회 결과에 대한 통보도 불충분하다. ‘선거관리 규정’, ‘지방조직 운영규정’ ‘혜인시대 발행 운영규정’을 비롯한 10개가 넘는 중요한 안건을 상정했음에도 정족수는 채워졌는지, 몇 명이 찬성을 하고 몇 명이 반대 또는 기권을 했는지 등에 대해 전혀 알 수가 없다. 서면이사회 의결 결과 공문을 받아든 한 지회장은 “의결에 참여한 이사뿐 아니라 노인회 각급조직, 노인회 회원들을 존중한다면 보다 상세한 결과보고를 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