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다시 읽기 28] 때론 이기지 않은 것이 참다운 용기
[채근담 다시 읽기 28] 때론 이기지 않은 것이 참다운 용기
  • 백세시대
  • 승인 2022.02.14 10:11
  • 호수 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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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이기지 않은 것이 참다운 용기

무슨 일이나 분간 없이 살피기를 좋아하는 것은 참다운 총명이 아니다. 살필 일과 살피지 않을 일을 구별하는 것이 참다운 총명이다.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 해서 참다운 용기가 아니다. 이겨야 할 일은 이기고 이기지 않을 일은 이기지 않는 것이 참다운 용기이다.

好察非明, 能察能不察之謂明,

호찰비명  능찰능불찰지위명

必勝非勇, 能勝能不勝之謂勇.

필승비용  능승능불승지위용.


◆만해 강의

지혜가 밝다는 것은 사물 가운데 마땅히 살펴볼 것과 살펴보지 않아야 할 것을 아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일 살펴볼 것과 살펴보지 않아야 할 것을 분별하지 못하고, 어떤 사물이든지 한결같이 관찰하기를 좋아한다면, 이는 지혜가 밝은 것이 아니다. 능히 살펴볼 것을 살펴보고, 살펴보지 않을 것은 살펴보지 않는 것이 밝음이다. 

또 큰 용기란 분함을 설욕하기 위하여 적을 이기기도 하고, 욕을 참기 위하여 자기를 이기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일 ‘분한 마음을 푸는 것’(雪憤)과 ‘욕된 것을 참는 것’(忍辱)의 득실을 조화, 견제하지 못하고, 한때의 객기로 기어코 적을 이기고야 만다면 이는 큰 용기가 아니다. 

능력이 있어서 쉽게 적을 이기어 분을 풀기도 하고, 능히 적을 이기지 않고 욕을 참는 것이 참으로 큰 용기다. 잘라 말하면, 보고 보지 않음을 자유자재로 하는 것을 밝음이라 하고, 이기고 이기지 않음을 마음먹은 대로 하는 것을 용기라 하는 것이다.

◆한줄 생각

인생사는 이기고도 지는 것이 있고, 지고도 이기는 일이 있음을 알려준다. 비록 가슴에 맺힌 분노를 토해내고 상대를 무릎 꿇게 했을지라도, 내 부박한 밑천만 드러내고 상대의 장점을 되레 부각시키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때로는 옳고 그름을 쾌도난마처럼 명쾌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지만, 때로는 참아냄으로써 상황을 반전시키는 것이 진정한 지혜이고 용기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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