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올림픽은 올림픽다워야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올림픽은 올림픽다워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2.14 10:40
  • 호수 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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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8일, 베이징올림픽 루지 여자 1인승 3차 시기 경기가 진행됐다. 루지는 썰매 종목의 하나로 엎드려 타는 스켈레톤과 달리 바로 누워서 누가 더 트랙을 빨리 내려오냐를 가리는 종목으로 썰매 종목 중 스피드가 가장 빨라 부상이 잦다. 1~4차 시기 합산 기록이 가장 빠른 순서로 금‧은‧동메달을 수여하는데 3차 시기까지 뛴 기록이 20위 안에 들지 못하면 4차 시기에는 나설 수 없다. 그래서 3차 시기는 2차 시기까지 기록이 좋은 선수가 먼저 타고 탈락 가능성이 높은 선수는 마지막에 나선다.

필자가 TV를 켰을 때 우리나라 귀화선수인 아일린 프리쉐가 막 경기를 펼치고 있었다. 2차 시기까지 기록이 20위 밖이어서 탈락이 우려됐던 순간 그녀는 앞선 두 차례 시기보다 좋은 기록을 내며 19위에 안착했다. 이후 출전한 선수들은 사실상 탈락이 확정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혼신의 역주를 펼쳤고 자신의 기록을 보고 환히 웃었다. 마지막으로 달려 최종 꼴찌를 기록한 선수까지 말이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은 중국의 황당한 경기 운영으로 ‘사상 최악의 올림픽’, ‘중국체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쇼트트랙에서 잇달아 발생한 어이 없는 판정은 우리나라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우리 선수들의 억울함과 이를 방관하는 주최국 중국에 대한 적대감이 막바지로 치닫는 대선에 대한 관심마저 눌렀을 정도다.

올림픽뿐 아니라 대부분의 스포츠 대회는 주최국에게 유리한 판정을 주는 홈어드벤티지가 있다. 애매한 상황에서 판정은 주최국에게 유리한 점수를 주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허나 이번 쇼트트랙 경기에서 벌어진 판정은 정도를 심하게 넘어섰다.

G2라 불리며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중국은 아직까지도 스포츠 성적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그러한 문화가 있었다. 전통적인 강세종목인 하계올림픽의 양궁, 동계올림픽의 쇼트트랙에 출전한 선수들은 금메달을 못 따면 시상대에서 마치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여야 했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아마추어다. 돈을 받고 뛰는 프로야구, 프로축구 선수들과 달리 후원을 받지 않으면 자비로 연습은 물론 대회에도 출전한다. 그리고 이들의 가장 큰 목표는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올림픽이다. 한정된 수의 메달이 아닌 스스로와의 싸움, 도전에 의미를 두고 아름다운 경쟁을 펼치기 위해 출전하는 것이다. 순위는 낮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사람들은 감동을 받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메달과 국격은 무관하다. 국격은 올림픽을 얼마나 공정하게 치르는 지에서 나온다. 베이징올림픽이 남은 기간 정상을 되찾아 스포츠축제로 마무리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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