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나라에 도둑이 너무 많다”
[백세시대 / 세상읽기] “나라에 도둑이 너무 많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2.14 10:58
  • 호수 8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며칠 전 언론사에 다니는 지인이 억울함을 하소연했다. 업무 조정을 위해 출장을 하루 앞당겨 왔는데 회사에서 사용하지 않은 하루치 출장비를 토해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지인은 “2박3일 일정의 출장을 정상적으로 다녀오면 일이 밀려 야간근무가 불가피해 하루 18시간씩 강행군으로 일정을 단축, 하루 먼저 회사에 복귀했다”며 “뒤늦게 그 사실을 안 총무과에서 출장비를 도로 반납하라고 독촉했다”고 말했다. 지인은 회사 공금을 떼먹으려는 것처럼 사람을 쳐다봐 그게 더 기분 나빴다고 한다.

샐러리맨 세계에선 출장비와 관련해 소소한 잡음이 일곤 한다. 그런데 공무원 세계에선 출장비가 ‘짭짤한 용돈벌이’로 여겨지고 있다. 일부 공무원들이 가지도 않은 출장을 갔다 하고, 근무하지도 않았는데 초과근무를 했다고 허위서류를 올려 출장비와 초과근무수당을 받아내 용돈처럼 쓰고 있는 것이다. 

서울 25개구 자치구의 출장여비, 초과근무수당 지급실태를 보면 공무원들이 한달에 30번씩 출장을 가거나, 일부 동 주민센터 직원 평균 초과근무시간이 코로나19로 격무에 시달리는 보건소 직원보다 20~30시간 이상 길게 나타나는 등 비상식적인 관행이 확인된다.  

한 언론사가 공무원의 ‘출장비 먹튀’를 파헤치자 김부겸 국무총리는 전국 자치단체에 감사를 요청하고 자치구들이 감사를 벌였다. 그 결과 해당 지급액이 25% 이상 크게 줄어들었다. 1인당 평균 출장비 상위권을 기록한 송파구가 25만6000여원에서 8만2000여원(32.1%)이 줄었고, 용산구가 11만9000여원(54.9%) 줄었다. 광진구 역시 10만3000여원(54.9%)이 뚝 떨어졌다. 그동안 부풀려진 출장비가 많았다는 얘기다.

송파구는 지난해 상반기 평균 초과근무 시간이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가장 많았다. 일부 직원의 대리인증 정황이 의심됐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송파구는 지문인식을 하는 타 자치구와 달리 카드(공무원증)로 출퇴근 기록을 남긴다. 송파구 장지동 주민센터 4명은 휴일에 비슷한 시간대에 출퇴근했고, 마천2동 직원 4명은 7일 동안 평일, 휴일을 가리지 않고 출퇴근 시간이 일치했다. 예닐곱 명 씩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같은 날이 수두룩했다. 서울의 한 지방 공무원은 이를 두고 “직원 한 명이 여러 사람의 카드를 돌려 찍은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부정수급은 일하는 시늉이라도 내지만 국민혈세를 자기 지갑의 돈처럼 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개인적인 용도로 식료품 등을 구입하고 지자체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공사를 구분 못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대선 후보 부인의 지시로 ‘개인비서’ 역할을 하던 5급 공무원이 정육점에서 쇠고기 12만원어치를 부하 여직원으로 하여금 구입케 하고 나중에 도 법인카드로 결제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비용이 도정시책발전 방안 모색 및 지역 현안과 애로사항 청취를 위한 간담 비용 지출로 결제된 것과 일치한 것으로 나타나 사적 유용의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는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놈이 너무 많다”며 “대통령이 되면 30세 이상에 매달 150만원씩 주겠다”고 호통 친다. 황당한 말인 것 같지만 맞는 말이기도 하다. 요즘 우스개 소리로 ‘허경영이나 찍을까’라는 말이 나온다. 그런 말이 나올 정도면 나라가 정상이 아니다.  

궁금한 게 한 가지 있다. 대선후보 토론회에 허경영보다 지지도가 낮게 나오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들어가는데 왜 허경영은 빠져 있나. 그가 토론장에서 위선과 거짓말로 가득 찬 후보들의 면전에 대고 준엄하게(?) 야단치는 모습이 보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