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냉장고, 마을냉장고에 반찬 나눔… 이웃 돕고 환경도 살리고
공유냉장고, 마을냉장고에 반찬 나눔… 이웃 돕고 환경도 살리고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2.21 09:31
  • 호수 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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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국내에도 들어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공유냉장고가 취약계층 어르신들의 결식 문제 해결에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경기 수원시에서 운영 중인 공유냉장고.
몇 해 전 국내에도 들어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공유냉장고가 취약계층 어르신들의 결식 문제 해결에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경기 수원시에서 운영 중인 공유냉장고.

경기 수원시, 서울 서초구 등 운영… 누구나 넣고 가져갈 수 있어

유통기한 지나거나 건강보조식품 불가… 기부하면 포인트 제공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 2월 15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한 음식점 앞에 설치된 냉장고에 한 주민이 정성스럽게 담아온 각종 반찬을 넣었다. 얼마 뒤 혼자 사는 80대 A어르신이 찾아와 이 냉장고에서 주민이 넣어둔 반찬을 챙겼다. A어르신은 “혼자서 식사를 준비하는 게 어려워 고생했는데 ‘공유냉장고’를 이용하게 되면서 끼니 걱정을 덜게 됐고 고마움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몇 해 전 국내에도 전파된 공유냉장고가 취약계층 어르신의 식사를 지원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경기 수원시가 30여개 이상 설치한 것을 비롯해 최근에는 음식을 기부하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포인트를 주는 아이디어까지 속속 생겨나고 있다. 

공유냉장고의 시작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의 영화제작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발렌틴 투른이 ‘쓰레기를 맛보자’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버려지는 농산물을 소개했다. 이후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음식 공유 사이트 ‘푸드셰어링’(Foodsharing.de)을 통해 음식 공유 및 절약운동이 확산됐다. 이러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탄생한 것이 ‘공유냉장고’다.

공유냉장고는 마을주민끼리 냉장고를 공유하는 것으로, 누구나 음식을 넣을 수 있고 눈치보지 않고 아무나 냉장고 속 음식을 가져갈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240여개 도시에서 공유냉장고가 운영되고 있다.

경기 수원시의 경우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지난 2018년 공유냉장고 1호점을 설치한 이후 4년여 만인 2월 16일 현재 총 36개의 공유냉장고를 운영하고 있다. 별도의 예산편성 없이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주축으로 한 민간주도로 이뤄진다. 즉, 공유냉장고 설치부터 운영‧관리를 모두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고 있다. 수원시민 누구나 우리집 앞 혹은 가게 앞에 냉장고를 설치하겠다고 의사를 밝히면 협의회 측에서 장소와 관리 주체 등을 검토해 설치를 진행한다. 

공유냉장고 4호점에는 넣을 수 있는 음식과 불가능한 음식이 적혀 있었다. 채소나 식재료, 반찬, 통조림 곡류, 음식점 쿠폰 등은 공유할 수 있다. 하지만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 약품, 건강보조식품 등은 넣을 수 없다. 또 공유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1인당 한 개의 음식만 가져갈 수 있도록 원칙을 세웠다. 

다만 처음부터 이렇게 잘 운영됐던 것은 아니다. ‘1인 1개’ 규칙을 어기고 많이 가져가는 사람도 있었고 음식을 넣어두는 사람도 한정적이었다. 몇 년 간 시행착오 끝에 공유의 필요성과 의미를 알게 된 주민들이 늘었고 수원 전체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는 음식물 방치 등의 문제는 거의 발생하지 않고 냉장고에 음식물이 채워지면 1~2시간 안에 대부분 소진된다. 

협의회 관계자는 “1인 가구 중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특히 공유냉장고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면서 “공유냉장고는 도시 사람들 인심이 척박하다는 편견을 깨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러한 효과로 인해 수원시 외에도 서울 서초구‧성북구‧송파구, 경기 광주시‧광명시‧안산시, 전남 나주시, 경남 거창군 등 여러 지역에서 공유냉장고를 운영하고 있다. 2월 들어서도 경기 의정부시, 화성시 등이 새로 공유냉장고 설치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참여 독려 차원에서 음식을 기부하면 현금화할 수 있는 포인트를 주는 아이디어도 등장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책N꿈도서관 인근에 설치된 ‘그린냉장고’가 그것이다. 서울대 학생들이 만든 스타트업 ‘다인테이블’의 공유냉장고로 이용방법은 일반 공유냉장고와 같지만 음식의 무게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접속해 음식 무게를 재고 운영진에 사진을 찍어 보내면 고기와 야채 등 일반 식료품은 냉장고에 넣은 무게의 50%, 음료 등 액체류는 무게의 25%를 그린포인트로 지급한다. 예를 들어 감자 1kg을 냉장고에 넣으면 인증을 거쳐 500포인트를 지급하는 식이다. 이렇게 쌓인 포인트가 1000점을 넘으면 현금화 할 수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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