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순 대한노인회 인천 부평구지회 “‘경로당이 천국’… 집에서 며느리 눈치 보지 말고 나오시길”
윤성순 대한노인회 인천 부평구지회 “‘경로당이 천국’… 집에서 며느리 눈치 보지 말고 나오시길”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2.21 11:01
  • 호수 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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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지회장실’ 운영…경로당 회장들 자유롭게 만나며 애로사항 청취

경로당 회장 지역봉사지도원 위촉…임기 내 총무 활동비도 해결할 터

[백세시대=오현주기자] 따듯한 정이 느껴지는 지회가 있다. 지회장실 문은 항상 열려 있고 그 안에선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경로당 회장은 사무실 밖 엘리베이터 앞까지 따라 나와 배웅하며 내미는 지회장의 손을 잡는 순간 친밀감을 느끼기도 한다. 대한노인회 인천 부평구지회의 일상적인 정경이다.

지난 2월 초, 윤성순(82)인천 부평구지회장에게 지회 운영 소신을 묻자 “지회장이라고 군림하지 않고 가족과 같은 ‘허허실실’ 분위기에서 일한다”고 대답했다. 

5년째 지회장 직을 수행해오면서 이룬 성과에 대해선 “경로당 활성화에 최선을 다한 시간들이었다”고 간략히 대답했다. 경로당 활성화, 막연하게 들렸으나 조금만 생각하면 그게 정답이었다. 

인천 부평구지회에는 178개 경로당, 회원 9300여명이 있다. 윤 지회장은 2021년 6월에 재임했다. 부평구지회는 부평구노인복지관 5층에 위치하고 있다. 윤 지회장을 방문한 날 마침 오미크론 확산으로 전국의 경로당이 다시 문을 닫았다. 

-인천 부평구는 어떤 도시인가.

“인천은 10개 구군에 전체 인구가 49만여명(노인 6만7000여명)으로 줄고는 있지만 개발이 끝나는 대로 다시 늘 것이다. 원래 북구에서 부평·서구·계양구로 갈라져 나가 부평이 모구(母區)이다. 동두천, 소요산행 지하철1호선과 인천1호선이 통과하는 등 교통이 잘 발달됐다. 음악·미술·전시 등 문화예술 활동이 활발한 ‘문화도시’로 노인이 살기 편안한 지역이다.”

-경로당 문이 다시 닫혔다.

“답답한 심정이다. 경로당을 다녀본 분은 알겠지만 ‘경로당이 천국’이다. 노인들이 갈 데가 경로당 밖에 더 있나. 3차 접종 마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4차까지 맞으라는 소리가 나오고, 이번에 또 문을 닫으라고 하니…. 무슨 일만 터지면 경로당이 가장 먼저 매를 맞는 것 같아 기분이 언짢다. 당국에서 융통성 있게 대처해줬으면 좋겠다.”

-코로나 확진자 상황은 어떤가.

“경로당에서 아직까지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노인회가 부평구노인복지관까지 위탁 받아 운영하지만 그곳에서도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코로나 이전에는 복지관 이용이 하루 300~400명에 달했다. 매일 150여명에게 무료점심도 제공했는데 지금은 급식이 금지돼 직원들이 도시락을 준비해 복지관을 찾아오는 노인들에게 전달하거나, 일부 홀몸어르신에게는 일일이 집까지 배달해주고 있다. 쉽지 않은 일들이다.”

-노인복지관 운영은 어떤가.

“복지관 5층 건물의 1~3층에서 포켓볼·탁구·요가·바둑·서예·컴퓨터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카페, 체력단련실, 이미용실 같은 편의시설도 갖췄다. 지회가 임명하는 복지관장을 비롯 30여명의 직원들이 노인일자리, 경로당여가프로그램 등을 담당하고 있다.”

윤성순 부평구지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맨 왼쪽이 고건배 사무국장.
윤성순 부평구지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맨 왼쪽이 고건배 사무국장.

-재임 1년이 다돼 간다. 그간의 성과라면.

“인화와 단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경로당 회장의 절반 가까이가 여성 회장들인데 이분들이 남성 회장들과 친구처럼 격의 없이 지낸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최근에 아파트단지가 많이 들어서면서 전체 경로당 중 아파트경로당이 60%를 차지할 정도로 늘었다. TV, 에어컨 등 비품 교체나 도배·장판 등은 구청서 예산을 세워 지원을 잘 해주고 있고, 부평시설관리공단에서도 웬만한 건 수리를 해주고 있다.”

-최근 지역봉사지도원 위촉식을 가졌다.

“선거공약의 하나였던 경로당 회장 활동비 문제를 해결해 마음이 훨씬 가볍고 성취감도 느낀다. 작년에 구청장에게 적극 건의해 성사가 됐다. 액수(5만원)가 많지 않다는 측면이 있지만 일단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코로나 때문에 위촉식이 늦어졌고 올해 1월부터 지급하고 있다.”

이전부터 경로당 회장 활동비(3만원)를 지급해오다 일시 중단된 것을 이번에 윤 지회장이 액수 인상과 함께 새롭게 부활시켰다고 한다.

-또 다른 성과라면.

“경로당 회장으로 있을 때 강사 자격을 취득해 경로당을 다니며 노인학대,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경로당 활성화가 안됐다는 걸 느꼈다. 경로당마다 문을 닫아놓고 있고 경로당 회장들이 지회장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첫 선거(2017년)에서 ‘열린 지회장실’을 공약했다. 경로당을 순회하며 회장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그걸 신속히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공통적인 현안이 무엇이었나.

“경로당에 사람들이 많이 나오지 않는 점을 고민 하더라. 사람들이 경로당에 나가는 것 자체를 스스로 나이가 많다는 걸 인정하는 것으로 여겨서다. 그래서 회장들에게 경로당 문을 항상 열어놓고 자기 가족처럼 따듯하게 대하고 경로당을 쉼터이자 생활의 일부처럼 여기게끔 하라고 말씀드렸다.”

-‘경로당이 천국’이라는 말의 의미는.

“경로당은 전라댁, 충청댁, 경상댁 등 전국에서 모인 여성 어르신들이 가난했던 시절, 피난 간 얘기, 시집살이 등을 털어놓으며 웃으며 지내는 공간이다. 집에 혼자 있으면 며느리 눈치나 봐야 하니 얼마나 답답한가. 그런 점에서 경로당은 마지막으로 살다가는 천국이란 말이다.”

경기 안성 출신의 윤성순 지회장은 군 제대 후 부평에 정착했다. 한전에서 33년을 근무한 뒤 정년퇴직해 부평신용협동조합 이사장을 지냈다. 부평 동아아파트 1단지 경로당 회장을 지냈다. 

-한전에 있을 때 전봇대도 올라갔나.

“신입 시절에 당연히 했다. 1959년 비원 옆 현대사옥 자리에 있었던 ‘경성전기 북부영업소에 입사했다. 당시 남한의 전기 사정이 열악했다. 경무대(현 청와대)에 고작 50kw 발전기 한 대 뿐이라 그게 고장 나면 제가 자전거 타고 들어가 고치기도 했다. 4·19 때 경찰의 발포로 끊어진 전선을 올라가 잇기도 했다(웃음).”

-신용협동조합은 무언가.

“독일에서 경제적으로 소외 받던 이들을 위해 처음 만들어졌고 우리나라는 1960년 미국인 수녀가 부산의 한 성당 사무실 한켠에서 가톨릭 신자를 대상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게 쉽지 않았던 시절, 가진 이들이 얼마씩 내놓은 돈을 어려운 이들이 저리로 빌려다 쓰는 식이었다. 제가 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자본금을 두 배인 500억원으로 불렸다. 박정희 정권에서 신용협동조합을 벤치마킹해 만든 게 바로 새마을금고다.”

윤성순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대한노인회가 하루 빨리 법정단체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임기 내에 경로당 총무 활동비 지급, 지회 사무실 확장 이전 사업 등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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