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봉사의 즐거움과 보람 / 김동배
[백세시대 금요칼럼] 봉사의 즐거움과 보람 / 김동배
  •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명예교수
  • 승인 2022.02.21 11:26
  • 호수 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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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명예교수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명예교수

금년에 자원봉사 일복 터진 듯

다일공동체에서 제빵 도우미로

교회 역사관서 안내자로 활동

순수하고 진정 어린 봉사로

나도 남도 행복해지길 기대

금년에 난 일 복이 터졌다. 봉사 일 복이 터진 것이다. 그동안 직업과 관련해 여러 가지 봉사활동에 참여했지만 순수하고 진정 어린 봉사는 별로 하지 못했다. 봉사자란 ‘세상을 섬기는 일’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꾼’이라고 강연은 많이 하고 다녔지만 나 스스로 작은 짐 하나라도 짊어지는 일에는 소홀했던 것 같다. 그래서 즐겁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봉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사실 봉사는 나의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적은 목록)에 들어 있는 항목이기도 했다. 

지난 1월 초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다일공동체에서 제빵 도우미 봉사를 하게 되었다. ‘밥퍼’로 알려져 있는 이 단체는 30년여 년간 청량리 일대에서 밥 먹기 어려운 노숙인과 독거노인들 수백 명에게 매일 따뜻한 밥을 해드리고 있다. 헐벗고 굶주린 형제들을 위해 누구도 해내기 어려운 일을 오랫동안 묵묵히 해오고 있다. 

그런데 밥을 먹으러 올 수 없거나 빵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하루에 빵 5000개를 만들 계획인데 여기에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선뜻 자원하였다. 제빵 실습을 거쳐 교회의 60〜70대 남녀 선후배 10여 명과 함께 하는 봉사는 즐거움과 보람 그 자체이다. 바게트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빵을 만든다. 이웃 사랑이라는 말을 하기 부끄러울 정도의 작은 실천이지만, 그래도 내가 만든 빵을 먹고 어떤 사람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난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      

2월 초 내가 출석하는 교회에서 70대 초반 은퇴자를 중심으로 하는 갈렙봉사단이 만들어졌다. 갈렙은 이스라엘이 출애굽 후 가나안을 정복할 때의 장수로 85세에도 전쟁에 나가 승리할 정도로 강건하였다 하여 기독교에서 노익장을 표현할 때 자주 거론되는 인물이다. 내가 총무를 맡아 몇 달 준비했고 3월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이곳은 서울 시내 중심에 있는 한국 최초의 조직교회로서 한국 근대사 관련 자료를 전시한 역사관도 있고, 새로 지은 예배당이 국제적인 건축디자인 상을 여러 개 받을 정도로 외관이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봉사는 방문객들에게 교회 시설, 집회와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일인데 일반 박물관 안내봉사와 비슷하지만 일이 좀 더 많다. 교양있고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갖고 있는 분 20여 명이 자원했다. 자칫 무미건조한 삶을 살게 되는 노년기에 봉사활동을 통해 보람과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봉사단 문을 두드린 분들이다. 

창단 예배와 함께 기초교육을 하게 되었는데 나는 ‘시니어 봉사의 의의’에 대해 짧은 강의를 했다. 내가 수강생이라면 꼭 들어야 하는 내용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강의를 준비했다. 시니어 봉사의 즐거움과 보람에 대해 역설했다.

첫째, 이타심 발휘로 행복해진다. 봉사는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이어서 남에게 주는 기쁨이 자기에게 돌아와, 나도 남도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자부심과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하고, 웃는 일이 많아지면서 얼굴도 환하게 변한다. 

둘째, 자신감과 열린 마음을 갖게 한다.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면서 일상생활에 자신감이 생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며. 타인과 공공의 이익을 고려하는 열린 마음을 갖게 된다.

셋째, 소외감으로부터 벗어난다. 봉사자들간 친밀한 인간관계가 형성되어 소외감과 고독감을 극복한다. 소속감과 자존감이 향상되며, 시간을 의미있게 보냄으로 삶의 원동력이 된다.

넷째, 시니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모범이 되고, 훌륭한 어르신과 선배로서 존경을 받게 된다. 활동적 노화(active aging)의 표본이 된다.

교회는 영적 기관이며 동시에 사회적 기관이므로 사회적 요구에 적절한 반응을 해야 한다. 특히 100세 시대에 교회 어르신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그동안 습득했던 기술이나 잠재되어 있었던 재능을 발휘하는 것은 고령사회에 대처하는 지혜로운 방안이다. 

처음엔 이렇게 비교적 쉬운 교회안내 봉사로 시작하지만 향후 여건이 마련되는 대로 봉사영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교회 안에서는 조경, 도서관리, 청소년동행, 사별상담 등을 할 수 있겠고, 교회 바깥에서는 다른 시니어 봉사단체와 연합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머리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느껴도 손과 발로 행하지 않으면 껍데기 신앙생활임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우리 갈렙봉사단 단원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영적으로도 성숙된 삶을 살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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