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정신 잃고 몸 떠는 ‘뇌전증’… 약물로 치료 가능
갑자기 정신 잃고 몸 떠는 ‘뇌전증’… 약물로 치료 가능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02.21 14:08
  • 호수 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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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증상과 치료법

뇌종양·뇌염‧유전 등 원인 다양… 호흡곤란‧근육수축 등 발작 증상 보여

뇌전증 발작 시 숨쉴 수 있게 기도유지… 30%는 난치성, 수술 받아야

[백세시대=배지영기자] 소위 ‘간질’이라고 불리는 뇌전증은 국내의 경우 한 해 30~40만 명 정도가 병원을 찾는 뇌질환이다. 뇌질환 중 치매(70만명), 뇌졸중(60만명) 다음으로 많다. 20세 미만의 소아청소년기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인구 고령화와 함께 노년층 환자가 늘고 있다. 

뇌전증은 비정상적인 뇌파 때문에 발생한다. 뇌 속에 있는 신경세포는 서로 연결돼 미세한 전기적 신호로 정보를 주고받는데, 이 과정에서 뇌신경 세포에 과도하게 전류가 흐르면 발작이 나타나는 것이다.

뇌전증 발작을 일으키는 원인은 무수히 많다. 지금까지 확인된 뇌전증의 원인은 △유전 △분만 중 뇌손상 △뇌염이나 수막염 후유증 △뇌가 형성되는 중에 문제가 있는 경우 △뇌종양 △뇌졸중 △뇌혈관 기형 △뇌 내 기생충 등이 있다. 이처럼 원인이 다양한 탓에 일부 환자의 경우 그 원인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뇌전증 증상

뇌전증의 증상은 크게 부분발작과 전신발작으로 나뉜다. 부분발작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한쪽 손이나 팔을 까딱거리거나 입꼬리가 당겨지는 ‘운동발작’과 얼굴이나 팔다리 한쪽에 이상감각이 나타나는 ‘감각발작’이 있다. 

또한 가슴이 두근거리고, 털이 곤두서거나 땀을 흘리는 ‘자율신경발작’, 갑자기 예전 기억이 떠오르거나 과거의 물건·장소 등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정신발작’ 등이 있다.

전신발작이 나타나면 발작 초기에 갑자기 정신을 잃고 호흡곤란·청색증·근육 수축이 나타나 몸을 떠는 증상 등이 생긴다. 더불어 갑자기 행동을 멈추고 어딘가를 응시하거나 고개를 떨어뜨리는 증세가 5~10초 정도 지속되는 ‘소발작’과 불규칙한 근육수축으로 온몸이 깜짝 놀라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발작 등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같은 증상이 일어나도 대부분의 환자들은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 노인들의 경우 손 떨림, 기억장애 등을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증상들은 뇌전증으로 인해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된다.

◇뇌전증 발작 대응 방법

일단 뇌전증 발작이 발생하면 당황하지 말고 환자를 안전한 곳에 눕힌 후 몸을 조이는 벨트나 넥타이 등을 느슨하게 해야 한다. 특히 숨을 잘 쉴 수 있도록 기도유지를 해주는 것이 중요한데 입에 이물질이 있는 경우 반드시 기구를 사용해 빼내야 한다. 자칫 손가락을 이용하면 다칠 수 있어서다. 또한 상비약 등을 입으로 투여하면 흡인성 폐렴이나 기도폐색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절대 하면 안 된다.

발작이 발생할 때마다 곧장 응급실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몇 분 이내에 자연적으로 회복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루에도 수차례 이상 발작이 반복되거나 의식 회복 없이 30분 이상 지속되면 매우 위급한 상황(뇌전증 지속증)이므로 즉시 응급실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뇌전증 치료법

뇌전증의 치료는 약물치료와 수술치료로 나뉜다. 뇌전증 발작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항경련제 복용이다. 뇌전증 환자의 약 60% 이상은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단, 뇌전증 발작의 종류와 뇌전증 증후군에 따라 사용하는 약물은 조금씩 다를 수 있으므로  신경과 전문의와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 최근 뇌전증 치료를 위한 약물 개발속도가 빨라지면서 20가지가 넘는 다양한 기전의 항뇌전증 약물이 소개되고 있다.

반면, 뇌전증 환자의 약 30%는 약물치료로도 발작이 잡히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으로 진단되는데, 이때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최윤호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최근 뇌전증에 대한 수술기법이 발달하고 수술 성적이 향상되면서 굳이 난치성 뇌전증이 아니더라도 수술 후 뇌전증의 조절률이 높은 일부 질환에서는 조기에 수술을 일차적으로 고려하기도 한다”며 “뇌종양이나 동정맥 기형 등 뇌전증의 원인이 되는 병소가 뚜렷이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뇌전증 예방법

뇌전증 환자의 경우 음주는 되도록 멀리하는 게 좋다. 알코올은 항경련제와 상호작용을 일으키기도 하고 그 자체로 발작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감기에 걸렸을 땐 일반 종합감기약을 복용하기보다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감기약 성분 중 약물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성분이 있을 수 있고 항히스타민제를 많이 먹게 되면 발작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윤호 교수는 “뇌전증 환자의 발작이 잘 조절되는 경우에는 지적 능력이나 업무능력에서 다른 일반인들과 차이가 없다”며 “뇌전증 발작은 신경세포의 일시적이고 불규칙적인 이상흥분현상으로 발생하는데 이러한 현상을 억누르는 약물을 쓰거나 병소를 제거하면 대부분 조절이 가능하고 일부에서는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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