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전통色이야기 1] ‘한국사’에 기록된 색(色)의 의미
[한국의전통色이야기 1] ‘한국사’에 기록된 색(色)의 의미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22.02.28 10:03
  • 호수 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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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조선왕조실록 등 한국사 사료(원본)에 기록된 ‘色’(색)이라는 용어는 크게 세 가지 의미로 사용되었다.
첫째,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색(colour)과 동일한 의미의 흑색(赤色), 적색(赤色), 주색(朱色), 청색(靑色), 백색(赤色), 황색(赤色), 담황색(淡黃色), 자색(紫色), 홍색, 연지색, 녹색, 옥색 등 ‘色’이라는 한자가 포함된 특정한 색명으로만 기록된 것으로서 156가지 정도이다. 

물론 ‘色’이라는 글자가 포함되지 않은 청의(靑衣), 홍의(紅衣)와 같은 형용사 색명도 있다. 이러한 형용사 색명 중에는 색깔 외에 인명(예: 碧花/벽화/여자이름)이나 지명(예: 紅島/홍도), 또는 비유적으로 사용된 것(예: 紅腐/홍부/묵은쌀)도 많다. 
‘色’ 이라는 글자가 포함되지 않은데 색깔의 의미로 사용된 색명은 오(烏), 로(玈), 비(緋), 동(彤), 감(紺), 소(素), 상(緗), 자적(紫的) 전(縓), 기(綦), 표(縹) 등 278가지 정도이다. 

둘째, ‘〇〇色’은 색깔과 관계없는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된 경우이다. 
▷승전색(承傳色)은 조선시대 임금의 뜻을 전달하는 내시부의 한 벼슬을 가리키며, ▷의대색(衣襨色)은 상의원에 딸린 부서의 하나로서 임금, 왕세자, 왕비, 왕세자빈의 옷과 비단 등의 일을 담당하는 직책이다. 
▷장색(醬色)은 간장의 색을 의미하는 기록도 있지만 장(醬), 소금, 산삼 등을 담당하는 직책이다. 
▷탄색(炭色)은 조선시대, 선공감(繕工監)에 딸린 한 부서 또는 그 부서의 사람으로 숯, 주토(朱土), 뇌록(磊碌), 정분(丁粉), 송지(松脂), 송연(松烟), 석회, 아교 등에 관한 일을 담당한다. 
그 외에 금은색(金銀色), 교자색(轎子色), 직조색(織造色), 채원색(菜苑色), 주색(酒色) 등도 직책을 의미한다. 

셋째, 국색(國色/아름다운 미인), 여색(女色), 미색(美色), 호색(好色) 등은 여성이나 여성성의 뜻으로 사용된 것들이다. 
▷파로에게 딸 있는데, 이름은 벽화(碧花)라 불렀고, 나이는 16세, 참으로 국색이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수놓은 비단옷을 입혀 수레에 태우고 색깔명주로 덮어 왕에게 바쳤다.(삼국사기) 
▷여자가 국색이면 남자들이 따르고, 꽃에 향기가 있으면 벌과 나비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이 꽃은 매우 아름답지만 그림에 벌과 나비가 없으니 틀림없이 향기가 없는 꽃일 것입니다.(신라 선덕왕 즉위년)
▷중국장수 유정이 호색의 욕정을 이기지 못하여 은 3백 냥으로 여자 한 명을 사가지고 왔다.(선조 32년)

넷째, 얼굴에 나타나는 감정의 변화를 가리키는 기색(氣色), 난색(難色/싫어하는 기색) 등이다.
▷화천군 권공이 사망. (......) 그 마음이 바르고 진실하였고, 일을 시키면 싫어하는 기색(氣色)이 없었다. 국가에 공로가 있으니 다른 부마와 비교할 수 없다.(세조 8년)
한국사 사료(원본)에 기록된 색깔을 가리키는 용어는 채색(彩色), 물채(物采), 시채(施彩), 설채(設彩) 등으로서 오늘날 우리들이 사용하는 ‘색채(色彩)’라는 용어로 표기된 기록은 없다.


◇필자 약력

• 서울미대 응용미술학과 졸업, 동 대학원(미술석사)·교육대학원 (미술교육 석사) 졸업

• 덴마크 그래픽대학 1년 수학

• 교육부 국비 연구교수(1989·런던)

• 저서 ‘현대 디자인 연구’(1980) 등

• 88서울올림픽 조직위 디자인전문위원

• 한국 전통표준색명 및 색상연구 자문위원‧연구위원(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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