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다시 읽기 29] 시류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바로잡기
[채근담 다시 읽기 29] 시류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바로잡기
  • 백세시대
  • 승인 2022.02.28 13:55
  • 호수 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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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바로잡기

시대(時代)의 흐름을 따르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그 시대를 바로잡는 것은, 선들바람이 불어와서 무더위를 씻어 주는 것과 같다. 세속(世俗)에 있으면서 능히 그 세속을 벗어나는 것은, 부드러운 달빛이 가벼운 구름을 비추는 것과 같다.

隨時之內善救時, 若和風之消酷暑,

수시지내선구시  약화풍지소혹서 

混俗之中能脫俗, 似淡月之映輕雲.

혼속지중능탈속  사담월지영경운


◆만해 강의

시대의 폐단을 없애려는 것은 무너져 어지러운 시대 상황을 바로잡아 사람과 사물을 구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사람은 때때로 시대 상황의 반대편에 서서 단순히 충돌하는 행동만 하다가, 일이 생각과 같이 되지 않을 경우 극단적인 실패를 보게 된다.

예를 들면, 남에게 의존하는 사회를 바로잡으려는 사람은 반드시 그 반대편에 서서, 남에게 의존하는 사상을 통렬히 꾸짖고 독립의 정신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러면 그것은 혼자 힘으로 사회 전체와 맞서 싸우는 것과 같다. 미친 듯이 날뛰는 거센 물결을 외로운 범선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같이 그 역류를 견디기 어렵다. 때로는 절망적인 어려움과 격렬한 분노를 감당하지 못해 자진(自盡)하는 등 참극을 연출해, 하고자하는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 격렬한 고뇌와 의지는 가히 칭찬할만하지만 이는 얄팍한 생각에서 나온 개인적 쾌락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대 상황을 바로잡는 큰 공을 원만하게 세우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마땅히 한때의 불평을 참고, 시대 흐름을 따르는 가운데서 형편에 맞춰 일을 잘 처리함으로써 차차 그 폐단을 없애도록 한다. 그리하면 선선한 바람이 지독한 더위를 물리침과 같이, 잘못된 상황이 서서히 개선되어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큰 공을 이룰 것이다. 

또 세속을 초월하고자 하는 사람이 멀리 속세를 도피함으로써 홀로 깨끗하기만 바라면, 도리어 고고함이 지나쳐서 기이한 것을 추구하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그러므로 세속에 섞여 있는 가운데서 능히 물들지 않으면, 담담한 달빛이 가벼운 구름을 비추는 것과 같이, 황홀한 색채를 내지 않고도 은은하게, 순수하고 아름다운 탈속 도인(道人)이 될 수 있다.

◆한줄 생각

‘유능제강’(柔能制剛)이란 말이 있다.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뜻이다. 무엇이든지 하려는 의지만 강해서 저돌적으로 달려들면 실패하기 쉽다. 세상과 조금도 타협하지 않는 자세는 타인의 주목을 끌 수는 있겠지만, 작은 실수에 낙마하기 쉽고 소기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는 사례를 많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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