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교육·성상담사 도전하세요!”
“노인성교육·성상담사 도전하세요!”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3.27 13:42
  • 호수 1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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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보건복지협회, 3월 25일~31일까지 ‘전문가 양성과정’ 교육
▲ 인구보건복지협회와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3월 25일 실시한 ‘노인성교육·성상담 전문가 양성과정’에 참가한 55세 이상 중고령층이 강의에 몰두하고 있다.

#4년 전 상처한 김모(서울 화곡동·68)씨는 요즘 말 못할 고민에 빠져 잠을 이루지 못한다. 얼마 전 외로움에 지쳐 일명 ‘박카스’ 아줌마와 하룻밤을 보낸 것이 문제가 됐다. 그날 저녁부터 성기가 가렵더니 다음날 아침엔 빨갛게 부어올랐다. 따끔따끔한 통증 때문에 걷는 것조차 쉽지 않다. 체면상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사이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양모(경기 수원·71)씨는 아내를 옆에 두고도 밤이 늘 외롭다. 아내가 폐경기 이후 성관계를 극도로 꺼려 각방을 쓰게 돼 졸지에 홀아비 신세가 됐다. 한 달에도 두 서너 번 성(性)적 욕구가 되살아나지만 그때마다 참아야만 했다. 아내에게 부탁까지 해 봤지만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말을 꺼냈다가 괜히 ‘밝히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닌가 싶어 얘기도 못 꺼내고 있다.

김모씨와 양모씨처럼 어르신들도 한번쯤은 성(性) 때문에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속 시원하게 드러내 놓고 표현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유교적 관념이 강한 어르신들에게 성은 그저 부끄럽고 금기시 되는 대상으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을 터놓고 싶어도 털어 놓을 곳도 마땅찮은 것이 노인 성문화의 현주소다.

현실이 이러하다보니 성병 발생률이 증가하거나 성폭력 등 다양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성병감시자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이후 2006년 상반기까지 법정전염병에 해당하는 성병으로 인해 진료 받은 65세 이상 어르신은 7만3431건으로 매년 1000여건 이상씩 증가했다.

또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장준오 박사가 지난 1월 펴낸 ‘노인범죄 및 범죄 피해’ 논문에 따르면 노인 성폭행범이 1996년 94명에 비해 10년 후 423명으로 4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폐쇄적이고 잘못된 성인식으로 인해 이른바 ‘박카스 아줌마’ 등과 음성적인 성관계로 인한 에이즈, 매독 등 성병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도 이렇다할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청소년 성교육 및 성상담은 비교적 활성화된 데 비해 노인을 위한 체계적인 성교육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어르신들의 성교육을 담당할 전문가조차 갖춰지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노인의 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최근 노인 대상 성교육·성상담 전문가 양성과정이 마련돼 화제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이하 협회)와 보건복지가족부는 3월 25일부터 31일까지 모두 40시간 동안 ‘노인성교육·성상담 전문가 양성과정’을 실시한다.

그동안 협회는 지난 2006년부터 성교육·성상담 전문가 과정을 개설, 어르신들의 성교육 전문가를 양성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가 노인 성교육·성상담 전문가 양성과정에 관심을 갖고 동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0여명이 참석한 이번 교육은 성관련 교육 및 상담능력이 있는 노인인력을 성교육 및 성상담 전문가로 양성해 노년세대들에게 올바른 성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재가시설 종사자 및 이용자 500여명을 대상으로 ‘노인성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94.8%가 ‘성상담 성교육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41.9%는 ‘성상담 및 성교육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참가자들은 55세 이상~75세 이하 중고령자들이다. 문화적 공감대를 공유하고 정신적 신체적 변화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다. 이른바 노(老)-노(老)상담인 셈이다.

이번 교육에는 한국성건강센터 홍성묵 소장을 비롯해 한국노인상담연구소 이호선 소장, 한국노인성교육연구소 임장남 소장 등 성교육 전문가들이 초빙돼 ‘성 교육자의 자세’를 비롯해 ‘노인 성상담의 실제’ ‘노년의 성문화와 이성교제’ 등 다양한 주제로 강의한다.

이번 교육에는 부산, 경남 창원·마산, 충북 청주 등 전국 각지에서 상담 및 교육능력을 갖춘 중고령자들이 참여해 노인 성문제의 안타까운 현실과 어르신들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경남 창원에서 참석한 김진도(62)씨는 “성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갖고자 참여하게 됐다”며 “교육 후 창원지역에서 성상담가로 봉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부로 참가한 김홍만(72·충북 청주)·박미레(58)씨도 여생을 어르신들을 위한 성교육 성상담가로 봉사하고 싶어 참여했다.

이번 교육을 받은 수료생들은 4월 중 개소할 예정인 서울·인천·충북지역의 노인성상담소에서 상담원으로활동하거나 지역 내 복지관 등을 통해 노인 성교육 강사로 활동할 예정이다.

노인성교육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종준 인구보건복지협회 고령화대책본부장은 “이번 교육은 그동안 남성중심으로 이뤄졌던 성 교육의 굴레를 벗어던질 수 있도록 ‘양성평등’과 ‘서로사랑’이라는 목표를 설정했다”며 “노-노 성교육·성상담 교육을 통해 노년세대의 성 문제를 해결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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