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전통色이야기 2] 우리 전통색은 역학에서 비롯된 오행색
[한국의전통色이야기 2] 우리 전통색은 역학에서 비롯된 오행색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22.03.07 11:33
  • 호수 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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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인 전통색, 또는 한국적인 색을 오방색(五方之色)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동서고금을 통해서 인간이 지각하는 색은 동일하다. 단지 시대와 문화에 따라 표기하는 색명이 다르고, 구성하는 방법이 다르고, 상징하는 의미가 다를 뿐이다.

오늘날 세계 모든 사람들이 향유하고 있는 밀리언 컬러는 뉴턴의 분광색(分光色/prismatic colour)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로부터 여러 가지 색채체계가 개발되었는데 그 중에서 많이 알려진 것이 먼셀 컬러시스템이다. 

우리나라는 1975년부터 중등교육(미술교과서)을 통해서 먼셀 20색상에 한국색명을 붙여 문교부 제정 표준색상으로 교육해 왔지만, 그 색명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현대 색채, 뉴턴 분광색서 비롯

먼셀컬러 시스템의 기본색은 한글색명으로 빨강(red), 노랑(yellow), 녹색(green), 파랑(blue), 보라(purple)이다. 기본 다섯 색이 10색, 20색, 100가지 색으로 체계화한 것이다. 

색깔의 뉘앙스가 100가지에 이르면 일일이 색명을 붙일 수 없다. 그래서 각색에 색명의 두문자와 숫자로 조합한 먼셀 컬러-기호(color-notation)로 체계화한 것이다. 

우리나라 총무처에서도 이 먼셀 컬러-기호로 태극기의 빨강과 파랑의 표준색을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대 색채체계는 뉴턴의 분광색 파장(波長)의 순서(붉은색의 장파장에서 푸른색의 단파장)대로 체계화된 것이다. 

전통색의 체계는 오행(五行)색의 순서(黑-赤-靑-白-黃)로 체계화할 수 있다. 오행은 중국의 역학(易學)에서 비롯되어 2000여 년간 우리의 정신세계를 지배한 원리로서 ▷오성(五性: 智禮仁義信‧지예인의신), ▷오장(五臟: 腎心肝肺脾‧신심간폐비), ▷오체(五體: 骨血筋皮肉‧골혈근피육), ▷오감(五感: 耳舌眼鼻身‧이설안비신), ▷오음(五音: 羽徵角商宮‧우치각상궁), ▷오정(五情: 懼喜怒哀憂‧구희노애우), ▷오기(五氣: 寒暑風燥濕‧한서풍조습), ▷오미(五味: 醎苦酸辛甘‧함고산신감), ▷오계(五季: 冬夏春秋晩夏‧동하춘추만하) 등 인간의 모든 것은 오행과 상응(相應) 또는 대응(對應)한다는 사상이다. 

색도 오색(五色)이 기본색으로서 오행(五行)의 순서 水‧火‧木‧金‧土(고려사 오행지와 이퇴계의 성학십도 중의 제1 태극도)에 상응하는 黑(흑)‧赤(적)‧靑(청)‧白(백)‧黃(황)이다. 

수많은 색의 뉘앙스 차이 구분도

그러나 어느 시대에나 원칙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있듯이 ‘한국사’에도 이 순서대로 말하지 않는 기록도 있다. 예컨대, 조선 순조10년 ‘승정원일기’에는 “청‧주‧황‧백‧흑은 정색(正色)이라 말하고, 홍‧녹‧벽‧자‧유(騮)는 간색(間色)이라고 말한다(靑朱黃白黑謂之正色……紅綠碧紫騮謂之間色)”라고 기록돼 있다.

조선시대 지식인들은 이 기본색뿐만 아니라 수많은 색의 뉘앙스를 구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광해군 2년(1610년), 54세였던 좌의정 이항복은 “채색은 1만여 가지가 있지만 그 기본은 오색(五色)에서 벗어나지 않는다(采色雖有萬品而其源要不出於五色)”라고 말했다. 오색은 곧 오행색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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