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책박물관 ‘잡지 전성시대’ 전…‘여원’, ‘사상계’ 등 시대 풍미하던 잡지 한자리에
송파책박물관 ‘잡지 전성시대’ 전…‘여원’, ‘사상계’ 등 시대 풍미하던 잡지 한자리에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3.07 13:31
  • 호수 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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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근대 종합잡지 ‘소년’ 등 100여종 통해 우리나라 근현대 잡지사 조명

가로쓰기 시도한 ‘창비’, ‘학원세대’란 신조어 만든 청소년지 ‘학원’ 등 눈길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미용실에 가면 대기공간에 늘 비치돼 있던 ‘여성조선’과 ‘우먼센스’, 매주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설레게 했던 ‘아이큐점프’와 ‘소년챔프’(현 코믹 챔프), 휴가에서 복귀하는 군인들이 의무적으로 구매해왔던 ‘맥심’, 그리고 영화광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준 ‘씨네21’까지. 스마트폰 혁명 이전만큼의 영향력은 줄었지만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잡지들이다. 그리고 해당 잡지들에는 당대 한국인들이 선호했던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러한 잡지들의 역사와 함께 당시 시대상을 조명하는 전시가 서울 송파책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8월 31일까지 진행되는 ‘잡지 전성시대-대중, 문화 그리고 기억’ 전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종합잡지인 ‘소년’을 비롯 한국인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주요 잡지 100여 종을 통해 대한민국 현대사를 되돌아본다.

먼저 1부 ‘시대의 목소리를 담다’에서는 대한제국부터 현대까지 대중의 계몽과 교양 함양을 위해 발행된 시사·교양 잡지와 우리나라 문학계를 이끈 다양한 문학잡지를 소개한다. 우리나라의 잡지 역사는 독립협회가 1896년 기관지인 ‘대조선독립협회회보’를 발간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일제강점기에 창간된 ‘개벽’, ‘삼천리’ 등은 민중을 계몽하기 위한 정보와 함께 문학적인 욕구를 채워줬고 광복 이후에는 ‘희망’, ‘사상계’가 발간되면서 사회문제 전반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전시에서는 잡지들의 표지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문예지의 본격적인 발전기라 할 수 있는 1950년대에는 국내 화단을 이끌어온 김환기, 이중섭, 천경자 등의 작품이 표지를 장식해 문예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1955년 창간된 국내 최장수 문예지 ‘현대문학’은 유명 화가의 그림으로 표지를 장식했고 ‘문학사상’은 화가들이 문인의 얼굴을 그린 표지로 유명한데, 1972년 10월 발행한 창간호는 구본웅 화가가 그린 시인 이상의 초상화를 사용하기도 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잡지 이름을 한글명 또는 네 글자 이상으로 쓰거나, 본문을 가로쓰기하거나, 너무 의미 있는 표지사진을 쓰거나, 잡지 두께가 두툼하지 않거나, 부록이 없으면 망한다는 속설이 있었다. 이런 속설을 깬 것이 문예지 ‘창작과비평’(이하 창비)이었다. 창비는 1976년 3월에 발간된 창간호부터 순한글 잡지 이름과 순한글 본문, 얇은 두께로 신선한 충격을 전했다. 창비의 성공 이후 국내 잡지계는 본격적인 가로쓰기가 정착됐고 다양한 개성을 가진 잡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2부 ‘여성, 다양한 나를 표현하다’에서는 1950년대부터 1980년대를 풍미한 여성 종합잡지를 통해 당대 패션과 미용의 역사를 살펴본다. 여성 잡지는 1906년 6월 유일선과 신채호가 최초의 여성지 ‘가뎡잡지’를 창간한 이후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여성상을 제시했다. 1950년대 이후에는 교양 있는 여성의 필수품이었던 ‘여원’(1955)을 필두로 현모양처라는 전통적인 여성상을 제시했다. 1970년대는 인기 여성 잡지에서 패션, 미용과 관련한 화려한 화보가 등장했고, 1990년대 이후에는 여성들의 다양한 표현 욕구에 발맞춰 여성 잡지가 전문화되고 세분화됐다.

이어지는 ‘미래의 꿈나무를 키우다’에서는 우리나라에 ‘어린이’의 개념을 보편화 한 아동잡지 ‘어린이’, ‘아이들보이’와 함께 한국전쟁 후 아이들의 교양을 길러준 잡지 ‘새벗’과 ‘학원세대’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청소년 문화의 상징이 된 ‘학원’ 등 청소년 잡지를 소개한다. 

이중 1952년 새벗사에서 창간한 ‘새벗’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사회 속에서 독서조차 하기 힘들었던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새벗과 같은 해 출간된 ‘학원’은 청소년문화의 상징이 됐고 동시대 일간지에 버금가는 판매 부수를 올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마지막 공간인 ‘취향대로 골라보다’에서는 대중오락‧영화‧미술 잡지 등 대중의 취미와 기호를 반영한 다채로운 잡지들을 소개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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