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산불 이재민 대피소로 큰 역할
경로당, 산불 이재민 대피소로 큰 역할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3.21 09:11
  • 호수 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해안 일대 산불 사상 최대 피해… 어르신 가정 화마 덮쳐
산불로 경북 울진, 강원 삼척 등이 큰 피해를 입은 가운데 경로당이 이재민들의 대피소 역할을 했다. 사진은 지난 3월 6일 강원 강릉시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을 피해 이재민들이 남양리경로당으로 피신해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산불로 경북 울진, 강원 삼척 등이 큰 피해를 입은 가운데 경로당이 이재민들의 대피소 역할을 했다. 사진은 지난 3월 6일 강원 강릉시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을 피해 이재민들이 남양리경로당으로 피신해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로당, 안전한 위치에 취사 가능… 울진선 이재민 20% 수용

[백세시대=배성호기자] 강원 강릉 옥계면에 거주하는 김명순(92‧가명) 어르신은 최근 동해안 일대를 휩쓸고 간 산불로 수십년 간 살아온 삶의 터전을 잃었다. 평생 동반자였던 집이 불에 타버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김 어르신에게 그나마 한줄기 빛이 돼준 것이 있다. 임시대피소가 된 경로당이다. 김 어르신은 “집을 잃고 오갈 데 없는 상황에서 경로당에서 지낼 수 있게 돼 그나마 위안을 느낀다”고 말했다. 

3월 4일부터 시작된 울진-삼척, 강릉-동해 산불이 13일 오전 9시 최종 진화됐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깊은 상흔을 남긴 가운데서도 경로당이 대피소 역할을 톡톡히 하며 이재민들의 아픔을 위로해 주목받고 있다.

울진-삼척 산불 피해 추정 면적은 2만923ha(울진 1만8463ha, 삼척 2460ha)로 서울 면적의 약 35%에 이른다. 강릉-동해 산불 피해 면적(4000ha)을 포함할 경우 피해 면적은 2만4923ha로 이전까지 가장 큰 상처를 남긴 2000년 동해안 산불(2만3794ha)을 넘어선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울진 4개 읍면, 삼척 2개 읍면 주민들이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었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주택 319채와 공장 및 창고 154곳, 농·축산시설 139곳, 종교시설 31곳 등 모두 643개 시설이 잿더미가 됐고 이재민 337명도 발생했다. 

다행히 대한노인회 지회와 경로당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농어촌 지역의 경우 경로당은 마을의 중심부이면서 비교적 안전한 곳에 지어져 그간 각종 재난재해 발생시 피해가 적었다. 지난 2020년 섬진강 주변 지역에서 대규모 수해를 입었을 때에도 대부분의 경로당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고 이재민들의 대피소로 활용됐다. 실제 이번 산불에서도 울진에서는 피해 입은 경로당이 없었고 삼척의 경우 원덕읍 월천1리경로당이 외부가 그을리는 정도에 그쳤다. 

경로당은 이번에도 이재민들의 대피소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보통 자연재해로 인해 이재민이 발생하면 공간이 넓은 체육관 등을 대피소로 활용한다. 다만 체육관은 숙박이 목적이 아니어서 취사를 할 수 없는 등 장시간 머물 경우 많은 불편함이 따른다. 반면 경로당은 어르신들에게 제2의 집처럼 친숙한 데다가 일반적인 주택과 구조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 취사․식사를 할 수 있고 세면․세탁이 가능해 이재민들의 대피소로 적합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3월 4일 강릉 성상면 송암리 야산에 산불이 발생했을 때 위촌2리경로당이 큰 역할을 했다. 산 인접 지역 주민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자 코로나로 닫혀 있었던 경로당 문을 열었고 50여명의 주민들은 불이 진화될 때까지 안전하게 머물 수 있었다.

대한노인회 강릉시지회 관계자는 “불이 발생하자마자 해당 지역 주민들이 전부 경로당으로 피신해 화마를 피했다”면서 “다행히 주택들이 피해를 입지 않아 불이 꺼진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해규모가 보다 컸던 경북 울진에서도 경로당이 대피소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전체 이재민의 20% 가량인 40가구 60여명이 울진 죽변 화성4리경로당, 북면 구구3리경로당 등 울진군 15개 경로당에서 생활하며 정부와 지자체의 보상을 기다리고 있다. 

김성길 경북 울진군지회장은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경로당에서 안전하게 생활하시면서 하루 빨리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과 이재민들을 위해 사회 각계각층에서 온정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노인회에서도 기금 모금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지원에 나서고 있다. 

양재경 대한노인회 경북연합회장과 경북 시군지회장들은 3월 17일 울진군청을 방문해 전찬걸 울진군수에게 성금 300만원을 전달했다. 10일에도 영천시지회 임원진이 성금 100만원을 경북공동모금회에 기탁하기도 했다. 양재경 연합회장은 “갑작스런 화마로 피해 입은 분들에게 되길 바라며 하루속히 복구를 마치고 일상생활을 회복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충남 공주시지회 어물리경로당도 3월 11일 울진군청에 김치를 기부했다. 경로당 회원은 마을공동장의 텃밭에서 직접 일군 배추와 손수 재료를 준비해 김치 400kg(260만원 상당)을 담가 울진군청에 전달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