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원 대한노인회 강원 화천군지회장 “자식에게 부모 건강 걱정 끼치지 않는 건강한 노인 돼야”
이화원 대한노인회 강원 화천군지회장 “자식에게 부모 건강 걱정 끼치지 않는 건강한 노인 돼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3.21 10:18
  • 호수 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원 호봉제로 처우 개선해… 일 덜어주려 손수 사무실 바닥청소   

화천군수는 ‘효자군수’… 경로당 회장 활동비 등 지회 적극 지원

[백세시대=오현주기자] 강원도 화천군에는 북한강이 흐른다. 강을 따라 조성된 공원에 파크골프장이 이어진다. 3월 중순, 아침 시각에 노부부 두 사람이 누런 골프장 잔디밭에서 공을 치고 있었다. 

이화원(82) 대한노인회 강원 화천군지회장은 “화천이 전국에서 파크골프장이 가장 잘 돼 있다는 말을 듣는다”며 “외지에서 매일 200여명이 찾아와 즐긴다”고 말했다.

이어 “파크골프만 아니라 그라운드골프, 게이트볼 등 노인 건강에 좋은 스포츠가 활성화 돼 매년 군수배, 지회장배 대회를 개최한다”고 덧붙였다.

화천읍 중앙로에 위치한 화천군지회에서 이 지회장을 만나 경로당 운영 소신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화천군지회에는 5개 읍면 분회, 92개 경로당, 회원 4978명이 있다. 화천군민은 2만4000여명, 노인인구는 5600여명이다. 이화원 지회장은 2018년 10월에 취임했다.

-화천은 자연이 오염되지 않아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할 것 같다.

“경로당에선 확진자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노인일자리에 참여한 노인들 중 한두 사람이 걸렸다고 한다.”

-경로당 상황은 어떤가.

“경로당 문을 열었다. 그렇지만 코로나 이전처럼 식사를 하거나 여럿이 앉아 있지는 못하고 일자리 참여자들이 추위를 피해 잠깐 쉬는 장소로 활용 중이다.”

-강을 따라 파크골프장이 잘 조성돼 있더라.

“코로나 사태로 화천의 대표 행사인 산천어축제가 중단됐다. 군에서 무얼 할까 궁리한 끝에 파크골프장을 만들었는데 그게 입소문을 타 유명해졌다. 외지에서도 찾아와 일주일씩 여관방을 얻어놓고 골프를 즐긴다. 그런 사람들에겐 입장료를 안 받는다(웃음).”

-임기가 1년 채 남지 않았다. 그간의 성과라면.

“가장 큰 변화는 지회건물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것이다. 기존 건물에 승강기를 넣는 일이 쉽지 않다. 비용(5억원)도 만만치 않고. 그리고 올해부터 경로당 회장들에 대한 활동비를 지급하고 있다.”

-지원 조례도 만들었는지.

“그게 있어야 줄 수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만들었다. 선거법에 저촉된다는 등 제약이 많았지만 노인회가 절실했고 군청에서도 해주겠다는 의지가 있어 결실을 볼 수 있었다. 지역봉사지도원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다.”

-또 다른 성과라면.

“지회 직원 대우가 열악했다. 제가 오고난 뒤로 호봉제를 만들어 조금씩 올려줘 마음이 좀 놓인다. 직원들 수고 덜어주려 지회장실 청소를 하지 못하게 한다. 출근해서 바닥 닦고 그런다.”

-경로당 시설은.

“좋은 편이다. TV·냉장고·김치냉장고·공기청정기 등 필요한 비품을 다 갖췄다.”

-경로당 운영비는.

“경로당 한 곳 당 연 300만원 이상이다. 촌에선 적지 않은 편이다.”

-군청에서 노인회에 협조적인가 보다.

“화천군수가 ‘효자군수’로 노인회에서 요구하는 건 대부분 들어주신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자연부락에 경로당이 필요하다고 하면 바로 설치해준다. 최근에 120여 세대가 입주한 실버주택에도 경로당을 만들어줬고, 경로당에서 내던 시청료도 지회에서 일괄적으로 내게 됐다. 그라운드골프장을 ‘붕어섬’에 조성해주기도 했다.”

이화원 화천군지회장(오른쪽 세 번째)이 지회 청사 앞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오른쪽부터 지무진 사무국장, 이병화 부회장.
이화원 화천군지회장(오른쪽 세 번째)이 지회 청사 앞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오른쪽부터 지무진 사무국장, 이병화 부회장.

최문순(68) 화천군수는 공약 실현율이 높은 군수 중 한명이다. 군 환경개선의 하나로 노후 상가 리모델링을 했고 보건소에 산후조리원을 만들어 출산을 장려했다. 이 지회장은 “서울·춘천 등지로 유학 간 화천의 청소년들에게 장학재단을 통해 장학금을 지원해 공부하는데 지장 없도록 한다”고 말했다.

-공공 일자리는 어떤가.

“경로당 도우미(170), 빨래방(24), 어린이집(17) 등 총 245명이 참여하고 있다.”

-그 밖의 특별한 사업이라면.

“저를 비롯해 부회장, 감사 등 임원 14명으로 구성된 산천어행복나눔봉사단이 대한민국 자원봉사상을 수상했다. 공원 의자 수리해주고 칼갈이 기계 갖다놓고 칼도 갈아준다. 여성 홀몸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아주 좋다.”   

이화원 지회장은 화천 출신으로 하남면장, 화천읍장 등 공무원 생활을 오래 했다. 화천군의회 의원, 화천군 새마을지회장, 화천군사회복지협의체 공동대표 위원장,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회장 등을 지냈다. 대통령·국무총리 표창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다. 

-가장 보람을 느끼는 상은.

“공무원 일 잘 했다고 준 국무총리상이다. 화천읍사무소 병무행정을 담당했는데 어느 날 강원도 병무청장이 읍사무소를 방문해 브리핑을 받게 됐다. 읍장, 부읍장, 민원계장 등이 못한다고 하자 병무청장이 노발대발했다. 제가 평소 밤샘 작업을 하다시피하며 작성한 병무자료를 가지고 마을장정들의 입대·전역 현황을 보고하자 병무청장의 표정이 바뀌었다. 19개 시·군을 다 돌아 본 병무청장이 군청 강평에서 ‘그 친구(이화원)라면 믿고 일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더라.”

-군의원도 했다.

“군의원 한 명이 군민들로부터 원성이 자자했다. 주위에서 제가 적임자라며  군의원 선거 출마를 권했다.”

-왜 재선 도전을 하지 않았나.

“정치인의 생리가 맞지 않아서다. 예를 들어 저라면 실현 불가능한 민원은 솔직히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표를 얻기 위해 그 앞에서 거짓말을 한다. 그런 것이 제 성격과 맞지 않았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회계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마을 경로당에서 (제가)면장 출신이라고 총무를 맡아달라고 했다. 1년여 봉사하던 중 전임 지회장의 유고로 갑자기 선거를 치르게 됐고 주변에서 나가보라고 했다.” 

-중앙회에 건의할 사항은.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 공약으로 내세운 대한노인회 법정단체화를 하루속히 실현해 주기를 바란다. 65세 이상 국민은 자연적으로 노인회원이 돼 젊은이들의 앞길에 지침이 되는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노인회 운영 소신이라면.

“제가 노인대학에서 인사말 할 때마다 ‘건강해야 한다’고 말씀 드린다. 자식들에게 부모 건강 걱정 끼치면 안 된다. 그리고 ‘배려할 줄 아는 노인이 되자’고 강조한다. 남에게 베풀 줄 알아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전에 경로당이었던 자리에 빨래방을 설치하려고 한다. 세탁기기를 비롯해 빨래수거용 차량, 운전기사 인건비 등 5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큰 사업이다. 남은 임기 동안 사업 마무리에 최선을 다하겠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