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노인 돌봄, 사회의 책임으로 전환해야 / 김광일
[백세시대 금요칼럼] 노인 돌봄, 사회의 책임으로 전환해야 / 김광일
  •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 승인 2022.03.21 10:46
  • 호수 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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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지역사회 통합돌봄 가능하려면

돌봄 인프라 등 제대로 갖춰야

욕구는 다양한데 서비스는 정형화

다양한 시설‧서비스 개발하고

IT‧로봇기술 접목 노력도 필요

노인병내과를 담당하다 보니 부부를 같이 진료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젊었을 때는 병원 다닐 일이 없거나, 한두 개 정도의 진료과만 방문하면 됐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다녀야 할 진료과가 많아지고 검사와 투약이 중복되기도 해 포괄적으로 진료받기를 원하는 분들이 많아진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가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 등 비슷한 만성질환으로 외래 진료를 받다 보니 부부가 함께 병원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나이가 많더라도 외래를 다닐 때까지는 괜찮지만 갑작스럽게 뇌졸중이나 고관절 골절 등의 문제로 식사나 이동에 도움이 필요하게 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예전처럼 부모와 자식이 같이 생활하는 경우에는 자식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요즈음은 대부분 독립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돌봄의 부담은 고스란히 배우자의 몫이다. 

간혹 처음에는 자식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장기화되면 돌봄의 부담은 가족의 문제로 떠오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외래 진료 시간에 환자 자신의 문제보다도 배우자 돌봄과 관련된 궁금증에 대해 물어보고 답하느라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2019년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남자 80.3세, 여자 86.3세이다. 그런데 건강수명은 남자 71.3세, 여자 74.7세이다. 즉, 9~12년 정도는 질병으로 치료를 받으면서 돌봄이 필요한 상태로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도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중 12%가 기능 제한으로 독립적인 생활이 어렵지만 85세 이상에서는 42%가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75세 이상의 후기 고령자가 급증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향후 돌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고민거리 중 하나이다.

전통적으로 유교의 영향을 받았던 아시아 국가에서 부모 또는 배우자를 돌보는 것은 가족의 문제로 생각하고 가족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입원했던 노인 환자분을 집에서는 제대로 돌보기 어렵다 판단되고 재활치료를 받으면 조금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여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것을 추천하면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실 수는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금은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이 많아졌고 집에 계시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환자분에게 필요한 치료와 돌봄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받아들여지면서 이전만큼 반대가 있지는 않지만, 아직까지도 돌봄을 어떻게 해결하는가 하는 문제는 돌봄이 필요한 노인분이 있는 가정에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가족의 부담으로만 생각했던 것에서 벗어나 사회 공동의 책임으로 생각하고 해결하려는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측면이 고려돼야 하겠다.

먼저 질병에 대한 치료와 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평가하고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를 통해 의료와 복지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은 상태이다. 

또한 지역사회에서 노인을 돌볼 수 있는 인프라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생각된다. 향후 이 서비스가 제대로 자리잡아 의료와 돌봄이 잘 연계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다.

두 번째로는 노인분들의 돌봄 욕구에 맞는 다양한 시설과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겠다. 노인을 모시는 가족이나 노인분의 돌봄 욕구는 매우 다양한데 아직까지 돌봄 서비스는 정형화되어 있고 기대치에 모자라는 경우도 많다. 국가의 지원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부담이 조금 들더라도 다양한 돌봄 서비스가 개발되어 제공된다면 노인분을 모시는 가족에게는 보다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돌봄을 노동집약적 서비스로만 생각하지 말고 IT와 로봇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돌봄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돌봄 로봇이나 디지털 동반자와 같이 아직까지는 개발초기 단계인 다양한 돌봄 서비스가 구현될 수 있는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출생률 감소로 인해 인구가 차츰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나라에서 노인 돌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대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의 돌봄을 받고 자라나게 된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삶의 마지막에서도 돌봄이 필요하게 됐지만 그 부담을 고스란히 가족에게만 지우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같이 나누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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