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박물관 ‘청계천 기계공구상가’ 전… 인공위성까지 만들 수 있는 ‘청계천 기술’의 뿌리
청계천박물관 ‘청계천 기계공구상가’ 전… 인공위성까지 만들 수 있는 ‘청계천 기술’의 뿌리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3.21 13:33
  • 호수 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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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서울 청계천 일대 기계공구상가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주요 제작품을 통해 소개한다. 사진은 한 관람객이 청계천 일대에서 만든 붕어빵틀을 감상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 청계천 일대 기계공구상가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주요 제작품을 통해 소개한다. 사진은 한 관람객이 청계천 일대에서 만든 붕어빵틀을 감상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청계천 일대 상권 형성기부터의 역사와 주물‧가공‧조립 공정 등 소개 

서울올림픽 엠블럼 뱃지 등 제작품 눈길… 붕어빵틀 제작 과정도 흥미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 2013년 미디어아티스트 송호준은 개인 자격으로 처음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며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그의 도전은 2015년 개봉된 ‘망원동 인공위성’에서 상세히 소개됐는데 티셔츠 1만장을 팔아 1억원의 발사비용을 마련하는 도전 과정 자체도 흥미로웠다. 특히 놀라웠던 점은 그가 인공위성 제작에 필요한 상당수의 재료와 기술을 청계천 기계공구상가에서 얻었다는 점이다. 비록 기계공구상가의 입지는 변두리로 밀려났지만 여전히 청계천의 기술은 유효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다.

서울 청계천 일대 기계공구상가가 가진 가치를 조명하는 전시가 서울역사박물관 분관인 청계천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4월 10일까지 진행되는 ‘청계천 기계공구상가-붕어빵틀에서 인공위성까지’ 전에서는 88서울올림픽 엠블럼 뱃지부터 붕어빵틀, 인공위성까지 청계천 기계공구상가에서 탄생한 주요 제품들을 통해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청계천 일대에 상권이 형성된 역사와 이곳에서 실제 생산한 물건들을 소개한다.

전시의 첫 번째 공간에서는 청계천 기계공구상가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소개한다. 청계천 일대는 한국전쟁 이후부터 기계공구상의 싹이 텄다. 세운상가를 남북 방향의 가운데에 두고 왼쪽에 면한 블록은 장사동과 입정동이, 세운상가 오른쪽은 각각 예지동과 산림동이 자리한다. 이 네 개의 블록 안 실핏줄 같은 골목에는 물건들이 빼곡히 채워진 상점들과 작업장들이 들어섰다. 청계천 일대 기술인들은 자동차, 철재, 건재, 전기·전자 등 각종 분야에서 기술력을 자랑했다. 상권 형성 초기인 1950년대엔 미군기지에서 유입된 부품으로 만든 라디오가 널리 유통됐고, 1980년대엔 국내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부품 생산지로 전성기를 누렸다.

이어지는 ‘공정, 정밀하게 빈틈없이 완벽하게’에서는 1960~1980년대 서울시민들을 사로잡았던 청계천 기술장인들의 꼼꼼한 공정(工程) 과정을 소개한다. 장인들의 공정은 크게 주물(鑄物) 등의 과정을 거치는 ‘선가공’, 용접‧절삭 등을 통해 물건을 만드는 ‘가공’, 조립 등으로 마무리하는 ‘후처리’까지 3단계로 나뉜다. 전시에서는 각 과정을 담은 상세한 사진을 통해 현재까지 청계천을 지탱해온 장인정신을 보여준다. 

청계천의 기술들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이어져 온 것이 많다. 이로 인해 이곳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일본어에서 파생된 것이 많다. 사각형 틀을 뜻하는 ‘와꾸’, 주조 작업 시 사용하는 금형틀인 ‘가다’ 등 우리 실생활에 스며든 단어 외에도 ‘기레빠시’(원재료의 자투리), ‘기리꼬’(절삭 작업 중 발생하는 금속 부스러기), ‘보루방’(구멍 뚫는 기계) 등이 많이 쓰였다고 한다.

이어지는 ‘청계천 제작연대기’에서는 1990년대까지 청계천 기계공구상가에서 만들고 유통한, 일상과 혁신의 물건들을 소개한다. 중고라디오, 기어, 모터, 조명기구 그리고 대기업의 의뢰로 만든 냉각기용 밸브 등 여러 제작물을 통해 청계천 일대의 기계공구 업체들의 탄탄한 협력망이 산업화 과정에서 어떤 기여를 했는지 살펴본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 청계천 일대 기계공구상가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주요 제작품을 통해 소개한다. 사진은 한 관람객이 청계천 일대에서 만든 붕어빵틀을 감상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 청계천 일대 기계공구상가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주요 제작품을 통해 소개한다. 사진은 한 관람객이 청계천 일대에서 만든 붕어빵틀을 감상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중 가장 인상적인 제품은 88올림픽 엠블럼 뱃지다. 1960~1980년대는 청계천 금형의 전성기였다. 당시 수작업으로 금형을 만들어 제품을 수출하기도 했다. 88올림픽 엠블럼 뱃지는 청계천의 대표 공업사 중 하나인 광신공업사의 금형(규격이 동일한 제품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금속재료를 사용해 만든 틀)을 통해 생산됐다. 청계천 전성기의 기술, 수탈과 전쟁을 극복하고 올림픽까지 개최한 우리나라의 역사 등이 반영된 작은 뱃지는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어지는 ‘붕어빵틀에서 인공위성까지’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부터 최첨단 제품까지 현재도 유효한 청계천의 넓은 제작 기술을 소개한다. 이중 붕어빵틀을 만드는 과정을 소개한 공간이 흥미롭다. 붕어빵틀은 제작 의뢰가 들어오면 먼저 석고로 모양을 만든 후 주물(융해된 금속을 주형에 넣고 응고시켜 원하는 금속제품으로 만드는 일)을 거쳐 제품을 완성한다. 전시에서는 이 공정을 상세히 소개하며 저마다 제각각인 붕어빵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호기심을 풀어준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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