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다시 읽기 31] 어려운 과정을 겪고 피어나는 우정
[채근담 다시 읽기 31] 어려운 과정을 겪고 피어나는 우정
  • 백세시대
  • 승인 2022.03.28 09:26
  • 호수 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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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과정을 겪고 피어나는 우정

사람을 사귀는데 있어서, 처음에 안이하게 접촉했다가 뒤에 가서 멀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차라리 처음에 친밀하기 어려운 것만 못하다.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도 처음에 잘 나가다가 뒤에 가서 적당히 얼버무리는 경우가 있다. 이는 차라리 처음에 솜씨가 서툰 까닭에 조심하는 것만 못하다.

與人者, 與其易踈於終, 不若難親於始,

여인자  여기이소어종  불약난친어시

御事者, 與其巧持於後, 不若拙守於前.

어사자  여기교지어후  불약졸수어전


◆만해 강의

다른 사람과 잘 사귀는 사람이 끝에 가서 소원(踈遠)해지기 쉬운 것은, 처음에 벗의 도리를 가리지 않고 조심성 없이 사귀어서 그 형세가 오래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처음에 친하기 어려운 것은 벗의 지혜와 덕을 가려서 쉽사리 교제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이 벗으로서 도리를 가리는 이는 처음에는 친하기 어려우나, 한번 친하진 뒤에는 쉽게 멀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타인과 교제하는 도리는, ‘끝에 가서 쉽게 멀어진다면 처음에 친해지기 어려운 것보다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일이 이미 진행된 후에 구차스럽게 교묘히 꾸며 유지하는 것은 처음에 일을 너무 경솔하게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일에 대해서 깊은 생각이 없어서, 사리의 옳고 그름을 확실히 알지 못하고, 사후 대비를 미리 하지 못한 채 경솔히 행하다 실패에 이르면, 구차스럽게 미봉하고 교묘하게 꾸며 유지하게 된다. 이는 차라리 처음부터 보수적으로 지키면서 적당한 계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좋지 못하다.

◆한줄 생각

인간관계에서 쉽게 사귄 사람은 쉽게 헤어지기 마련이다. 많은 어려움을 무릅쓰고라도 친밀함을 유지하기 위해선, 관계의 깊이와 상호 존중과 애정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오랜 기간 이어져온 벗은 금은보화와도 바꿀 수 없는 존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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