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구부리기도 힘든 ‘방아쇠 수지’, 여성에 많아
손가락 구부리기도 힘든 ‘방아쇠 수지’, 여성에 많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03.28 13:28
  • 호수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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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쇠 수지의 증상과 치료

주부·골퍼 등 과도한 손가락 사용 시 발병… 방치 땐 관절 굳는 강직현상

약물‧물리치료로 대개 호전… 아픈 손가락 잡고 천천히 당기는 운동 도움

[백세시대=배지영기자] 손녀를 돌보고 있는 주부 김영숙(62) 씨는 얼마 전부터 손가락 통증이 심하고 잘 펴지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집안일을 하는 것이 불편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자 병원을 찾았고, 김씨는 ‘방아쇠 수지’라는 진단을 받았다.

다소 생소한 질환명인 ‘방아쇠 수지’(방아쇠 손가락)는 손가락을 구부릴 때 느낌이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처럼 ‘딸깍’거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손가락을 구부리게 하는 힘줄은 섬유형 터널인 활차를 통과하게 되는데, 보통은 이 활차가 굵어지거나, 손가락을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힘줄의 일부분이 굵어진다. 이로 인해 손가락 힘줄이 활차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게 되면 방아쇠 수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김철우 유성선병원 수부정형외과 전문의는 “특히 방아쇠 수지 환자는 아침에 손이 붓고, 손가락 움직임이 뻑뻑하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경우, 마사지나 따뜻한 물에 온찜질을 한 후에야 손가락이 움직여진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손가락 마디에서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통증이 생기거나 손가락이 잘 펴지지 않는 경우 ‘방아쇠 수지’를 의심해야 한다. 	사진=국제성모병원
손가락 마디에서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통증이 생기거나 손가락이 잘 펴지지 않는 경우 ‘방아쇠 수지’를 의심해야 한다. 사진=국제성모병원

◇방아쇠 수지의 원인과 증상

방아쇠 수지를 일으키는 염증의 원인은 확실하지 않지만, 칼을 오랫동안 사용하는 주방장이나 주부, 골프나 테니스를 즐기는 사람들, 호미나 망치 같은 도구를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들 등 손가락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잘 생긴다. 또한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질환으로 인해 여러 손가락에 다발성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노화 및 여성호르몬의 변화 등으로 인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실제로 건강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 방아쇠 수지로 병원을 찾은 전체 환자의 약 74%가 여성이었다.

방아쇠 수지의 주요 증상은 손가락 중간 마디가 구부리거나 펼 때 뭔가 걸리는 느낌과 함께 ‘딸깍’ 소리가 나며, 심해지면 구부러진 상태로 손가락을 펴기 힘들어지는 잠김 현상이 발생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 손가락이 완전히 펴지지 않아 반대쪽 손으로 굽혀진 손가락을 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또한 손가락 안쪽 손바닥에 혹 같은 결절이 생기게 되는데 누르면 통증이 심해진다.

이처럼 방아쇠 수지는 증상이 뚜렷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대개 손가락 밑 부분에 통증이 느껴지고 초기에 미세하게 걸리는 느낌으로도 촉진할 수 있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초음파 검사를 통해 손가락 힘줄이 부어있거나 힘줄 주위에 염증이 있는 것을 관찰해야 한다.

김철우 전문의는 “증상이 악화될 경우에는 손가락이 아예 굽혀지거나 펴지지 않아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씻는 등의 간단한 일상생활도 힘들어지게 된다”며 “적절한 치료 없이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면 강직(관절이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이 초래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방아쇠 수지 치료

통증이 심한 정도가 아니라면 방아쇠 수지는 충분한 휴식으로 대부분 자연 치료가 될 수 있지만 보조기를 착용할 만큼 통증이 심한 환자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스트레칭 치료를 병행해 치료한다. 이에 증상 초기에는 냉찜질이나 간단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이용해 치료한다. 

그러나 손가락을 구부렸다가 펼 때 바로 펴기 힘들고,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걸리는 느낌이 들 정도가 되면 주사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김 전문의는 “스테로이드 주사는 강력한 항염증 작용을 통해 치료 효과를 보이게 되는데 주사 방법이 간편하고 단기적 치료 효과가 좋아 많이 사용되고 있다”며 “그러나 잦은 주사는 피부의 위축이나 변색을 초래할 수 있어 반드시 정형외과 전문의와 상담 후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환자는 이 같은 보존적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지만 주사를 여러 차례 맞았는데도 낫지 않거나 재발할 경우에는 수술치료가 불가피하다. 

수술은 활차를 약간 절개한 후 힘줄이 움직이는 통로를 넓혀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cm 정도의 절개로 수술이 진행되기 때문에 수술 시간이 짧고,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 

그는 “국소 마취로 10~20분 정도면 시행 가능한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수술 후 2~3일 정도면 가벼운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무리가 없고, 수술 경과가 좋아 많이 시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방아쇠 수지 예방법

특별한 예방법은 없지만 평소 꾸준한 스트레칭이 도움이 된다. 일단 손바닥을 책상 위에 올려 놓는다. 그리고 반대편 손으로 아픈 손가락을 잡고 천천히 당긴 후 5초간 머무른다. 이 동작을 5회 반복 시행하면 된다.

엄지의 경우 손가락을 움켜쥐고 엄지를 위로 향하게 한 다음 반대쪽 손으로 엄지손가락을 잡고 올려 5초간 머무른다. 이 동작을 5회 반복한 후 엄지손가락을 밑으로 구부리며 스트레칭을 마무리한다. 손가락 스트레칭은 하루 3회, 회당 5초씩 총 5세트를 시행하면 좋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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