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전통色이야기 5] ‘한국사’에 기록된 색(色)의 의미
[한국의전통色이야기 5] ‘한국사’에 기록된 색(色)의 의미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22.04.04 11:17
  • 호수 8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복궁 교태전의 칠색. 기둥엔 주홍이 창틀엔 녹색이 칠해져 있다.
경복궁 교태전의 칠색. 기둥엔 주홍이 창틀엔 녹색이 칠해져 있다.

기둥은 주홍으로 칠하고, 창문은 녹색으로… 음양 조화

경복궁의 색채 ②

경복궁의 두 번째 색채는 전각(殿閣)의 칠색(漆色)이다. 전각은 문자 그대로 경복궁의 근정전(勤政殿), 창덕궁의 인정전仁政殿), 창경궁의 명정전(明政殿), 그 외 숭문당(崇文堂), 환취정(環翠亭), 능원(陵園)의 정자각(丁字閣)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공  건물을 가리킨다. 

전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둥과 창문이다. 그 외의 것은 부수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경복궁의 칠색(漆色)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각 기둥의 주칠(朱漆: 주색)과 창문에 칠한 뇌록(磊綠: 녹색)이다. 

주칠(朱漆)의 주(朱)색은 오행의 두 번째 색(赤, 정색)으로서 주홍(朱紅)으로도 기록되었다. 주홍(朱紅)의 홍(紅)은 오행 주‧적(朱‧赤)의 간색이므로 같은 붉은 색이다. 주칠(朱漆)은 주사(朱砂), 단사(丹砂), 진사(辰砂) 등의 색소로 물건의 표면에 칠한 붉은 색을 가리키는데 그 뉘앙스가 다양하고 색명도 당(唐)주칠, 번(磻)주칠, 왜(倭)주칠, 주홍(朱紅)칠, 번주홍(燔朱紅)칠 등 여러 가지로 기록되어 있다. 

고려시대에는 왕실용 기완(器玩)을 담당하는 관청(中尙署, 중상서)에 주홍장(匠)이 있을 정도로 주홍은 왕실에서 사용하는 색이어서 일반사람들은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으며, 색료(色料)를 만드는 기술도 어렵고 귀한 색소여서 공무역으로 수입하는 것으로도 기록되어 있다. 

◎종묘 각 실(室)의 신탑(神榻: 신주를 놓아두는 탑상)을 처음에는 번주홍(燔朱紅)으로 칠했는데 수리해 고칠 때마다 당주홍(唐朱紅)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러므로 각 실의 신탑은 그 색이 같지 않습니다. (......) 같지 않은 것은 불가하니 모두 당주홍(唐朱紅)으로 고쳐 칠하고 이후의 법식으로 하라.<영조 16년> 

◎혼전(魂殿: 종묘 배위 전까지 신위를 모시는 사당)에 설치하는 보책(寶冊) 삼층장과 향장(香欌)에 파손된 곳이 있어 개조해서 칠함이 마땅합니다. 『보편』에 당(唐)주칠(朱漆)로 실려 있고 계묘년과 기유년에는 모두 번(磻)주칠(朱漆)로 실려 있으며, (......) 정사년, 계해년, 갑오년의 예에 따라 왜(倭)주칠(朱漆)로 거행하였습니다.<고종 15년> 

◎반주홍(磻朱紅)은 종묘와 영녕전(永寧殿) 각 실의 신탑(神榻)과 책보장(冊寶欌)의 칠색으로 기록되었다. 당주홍은 중국산 주홍(朱紅)색으로서 주홍(朱紅)보다 품질이 더 나은 것으로서 왜주홍보다 선명한 색으로서 기록되었다. 진상하는 외의 주홍은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고, 전문(箋文: 나라의 길흉 때 신하가 임금께 올리는 글) 외에 주홍(朱紅)으로 도장을 찍는 것을 금했다.<세종 1년> 

◎궁궐 외에 관부(官府)와 사적인 장소의 보통건물에 주칠(朱漆)의 사용을 금하는 것은 이미 이전에 입법했는데, (......) 서울은 사헌부에서, 지방은 관찰사가 살펴서 다스리기를 청합니다.<세종 11년> 

◎제안대군(예종의 둘째 아들)에게 준 두모포(豆毛浦: 옥수동 한강 연안) 정자의 기둥은 모두 주홍(朱紅)칠을 사용했으니 어찌 신하의 거처로 마땅하겠습니까?<중종 11년> 

경복궁의 모든 칠색(漆色)은 전각(殿閣)의 창문에는 뇌록(磊綠)을 칠하고 기둥에는 주칠(朱漆)을 했는데 이 또한 음(陰, 녹색)-양(陽, 주색)의 조화에 그 본뜻이 있다.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