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세대갈등을 넘어 세대공존으로 / 김동배
[백세시대 금요칼럼] 세대갈등을 넘어 세대공존으로 / 김동배
  •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 승인 2022.04.11 11:38
  • 호수 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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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고령친화도시 확대 등을 통해

세대공존의 주거 양식 회복하고

전통문화체험을 함께 하는 등

세대 간 정서적 교류도 늘리며

상생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야

이번 대선 기간 중 후보들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사회적 이슈로 가장 많이 거론한 것 중 하나는 세대갈등이다. 특정 세대에 표를 호소하면서 세대갈등 해소를 주장하는 모순이 있었지만, 20∼30대, 40∼50대, 60∼70대의 후보 선호도는 상이했다. 

청년층은 진보, 장노년층은 보수라는 공식도 깨졌다. 정치·사회 제도나 안보 등 국가 정체성 같은 매크로 이슈만이 아니라 ‘나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뭐가 있나’라는 마이크로 이슈가 투표의 중요한 기준으로 등장했다. 이번 대선에서 나는 일상을 살아가는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에서 세대 간 공유할 수 있는 요소가 점점 줄어드는 안타까운 현상을 보았다.  

고령사회가 되어 연령층 수가 과거에 비해 더 많아지면서 동시대인이 3∼4세대에서 이제 5세대로 변화하고 있다. 아니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앞으로 인생의 나이를 120, 150세로 가늠해 본다면 7∼8세대가 동시대에 같이 살아야 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세대갈등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일어난다. 가족 차원에서, 가족구조가 변화되고 전통적 가족규범이 약화되는데 이를 대체할만한 새로운 가족규범이 형성되지 않아 부모-자녀 관계에 세대갈등이 일어난다. 

사회 차원에서, 연금과 고용 등 희소한 경제 자원과 기회를 둘러싸고 세대갈등이 일어난다. 세대갈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장수는 축복이 아니고 끔찍한 일이 되는 것이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의 ‘혐오차별 국민인식 조사’에서 청소년의 노인에 대한 혐오 표현이 심화됐으며, 2020년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 실태조사’에 의하면 세대 간 소통은 5년 전에 비해 약화됐다는 보고가 있다. 개인 중심 문화가 확대되는데 청년세대와 장노년세대가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면서 세대 간 편견과 부정적 태도는 더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세대갈등은 양 세대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 차별당한 장노년은 자기 비하나 심리적 위축 등을 경험하고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내재화하여 사회적 고립현상이 나타난다. 사회적 지지자원이 고갈되면서 노인 자살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이유이다.  

한편, 연금개혁의 골자는 연금개시연령을 높이고 연금수령액을 줄이는 것인데, 이에 장노년층이 저항하면 결국 청년층이 현재에 부담해야 할 몫이 많아지고 미래에 받는 몫이 줄어드는 현상을 피할 수 없다. 

세대공존이란 세대교류, 세대통합,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한다. 세대공존은 개인보다 집단을 더 중시하고 위계와 수직적 질서에 익숙한 장노년세대와 틀에 짜여진 인간이기를 거부하고 개방적이고 감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청년세대가 각기 갖고있는 가치관과 생활양식을 유지하면서도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패러다임이다. 그러한 패러다임은 안정과 변혁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역동사회를 발전시킬 것이다. 이를 위한 실천전략으로서 다음 3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물리적 공존이다. 도시화 현상과 개인주의 사상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지금 거의 사라지고 만 세대공존의 주거 양식을 회복하는 것이다. 2세대 중심의 핵가족은 이미 오래 전에 보편화됐고, 최근에는 오히려 전 세대에 걸쳐 독신주의 및 독거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유리함을 극대화하는 방향에서 세대공존의 주거양식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지자체별로 시행하고 있는 고령친화도시를 확대한다. 이는 중고령자가 거주하고 활동하는 환경에서 장애 요소를 제거하면서 전 연령이 함께 혜택을 누림으로 공동체 정신을 강화할 것이다. 3세대 동거, 인거, 근거 주택 모형을 새롭게 개발하고, 공공 및 복지 시설 이용에 있어서 세대교류의 환경을 조성한다.

둘째, 정서‧문화적 공존이다. 어느 나라건 각기 다른 삶의 기억과 경험을 가진 3∼4세대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살고 있지만 세대교류 시스템의 정비에 따라 세대갈등 정도가 달라진다. 

농업사회, 산업사회, 정보화사회를 짧은 기간에 돌파하면서 급격한 사회변화를 경험한 세대와 태어나서 곧 IT 산업의 소비자로 성장한 세대가 삶의 양식에 있어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세대교류는 결국 각자도생(各自圖生)의 몰인간적 가치관에서 인간성 회복을 위한 공동체적 가치관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다양한 공공 및 민간의 교육, 복지, 문화, 체육 기관에 세대교류 프로그램 권장하고 지원하거나, 다세대가 참여하는 자원봉사나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이웃 간 교환 노동의 형태로 공동육아 제도를 활성화하고 이에 조부모 참여를 권장하는 것이다.

셋째, 경제적 공존이다. 노인 연령을 높이자는 주장이 현실적으로는 맞지만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연금소득이 노후 생활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퇴직 후 노인이 되는 연령까지 재취업을 통한 소득보장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령자 고용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청년의 활력과 패기를 접목시킬 공존의 해법은 무엇일까? 

한 해법은 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수평적 기업문화와 생산성에 부합하는 임금체계를 가속화 하는 것이다. 30대 팀장과 50대 팀원이 각자의 역할과 직무에 따라 어색함 없이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만들어진다면 여기에서 창의와 집단지성이 발현될 것이다. 

또한 청년층을 위해서는 IT 계통의 일자리를, 장노년층을 위해서는 사회적 기업이나 커뮤니티 비즈니스 등 상생적 일자리를 확충하면 일자리에 있어서 세대 간 제로섬(zero sum) 게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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