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보가 그리워지는 세상
[기고] 바보가 그리워지는 세상
  • 관리자
  • 승인 2009.04.03 17:10
  • 호수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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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흥 경기 용인 수지구 죽전동 주공2단지 경로당 회장
▲ 김춘흥 경기 용인 수지구 죽전동 주공2단지 경로당 회장
언제부턴가 이 세상은 바보가 없는 천국(?)이 돼 가고 있지만 이러한 현상에 대해 기쁘기 보다는 슬픈 생각이 앞선다. 남이야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든 저마다 똑똑하고 잘난 체하는 사람들만 늘어갈 뿐,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고개 숙일 줄 아는 사람은 자연도태라도 됐는지 만나보기가 힘든 세상이다.

툭하면 가시바늘부터 곧추세우려 드는 과민반응의 고슴도치들이 늘어만 가고 있는가 하면, 죄를 짓고서도 금관자 서슬에 기침하듯 카메라 앞에서 당당하게 미소를 짓는 사람들, 반성도 부끄럼도 모르는 망나니들이 천진난만한 바보들을 사라지게 했는지도 모른다.

믿는 사람이 바보요, 속일 줄 모르는 사람도 바보요, 속은 사람은 당연한 바보이며, 고지식한 사람은 구제불능의 영원한 바보로 취급받는 세상에 너도나도 바보가 안 되려고 발버둥 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슬프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하다.

알아도 모른 척, 똑똑하면서도 어수룩한 체 하는 겸손한 사람은 없고, 모두가 잘난 척 똑똑한 척 하니 이기려는 자만 있고 지려는 자는 없으며 주려는 자는 없고 받으려는 자만 있다.

이웃은 고사하고 부모형제자매까지 짓밟고 제몫부터 챙기려 드는 ‘똘똘이’들과 우직하여 땅 한 뙤기 집 한 채 장만하지 못하고 묵묵히 살아온 바보들과 공존하는 세상이 됐으니 헐벗고 못살던 옛날이 오히려 그리워질 때도 있다.

어쩌다 이웃 간에 잘못이 있어도 자고나면 이해와 정으로 묻어버릴 줄 알았고, 자신보다 이웃을 생각할 줄 알았던 진짜 바보들, 그들은 벙어리 삼룡이 같은 아름다운 심성과 순진무구한 영혼으로 세상을 푸르게 가꾸어 주었던 기둥이었다.

똑똑하고 영악한 사람보다 순박하고 진실한 사람들이 더 잘살게 하는 세상, 이것은 우리가 갈망해 온 유토피아(utopia)련만, 오늘날과 같은 세상에 온정과 사랑과 믿음이 넘치는 사회로 전환될 날은 언제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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