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텍도 건전한 여가 시설로 활용해야… 운동·문화 등 욕구 충족
홀몸 어르신들 생활상 다큐 물로 제작…서울노인영화제서 수상도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전염병 확산에 취약한 어르신들이 집단적으로 있는 시설(요양병원 등)을 선제적이고 집중적으로 잘 관리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4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6층에 위치한 보건복지위원장실. 김민석(58)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 영등포구을)은 백세시대 창간 16주년 기념 특별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다시 발생한다면 국가는 어르신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어 “코로나는 생태계 파괴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이번 일을 교훈 삼아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면서도 “앞으로 또 다른 팬데믹이 온다면 여전히 경로당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근황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의학, 약학, 식품 안전 등 보건의료를 담당하고, 어린이부터 장애인 노인복지까지 총괄해서 법안을 만들고 예산을 심의해 확정하기 때문에 할 일이 아주 많다. 이번에는 전대미문의 감염병 사태로 계획했던 일들을 다 중단하다시피 하고 코로나에만 매달렸다.”
-최근 ‘코로나 방역에서 글로벌 백신 허브까지’란 저서를 내고 출판기념회도 가졌다.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한 내용은.
“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이 자식들과 접촉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돌아가시더라도 함께 슬퍼하지도 못하고 화장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문제가 코로나로 인해 생겼고 앞으로도 유사한 상황이 오면 또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궁극적으로 그런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공개적으로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K-바이오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을 제시하면서 코로나 유행에 따른 방역과 바이오산업, 공공의료, 국제보건 등에 대해 국회, 정부, 기관과 토론해왔던 우리 보건의료 전략도 포함했다.”
-경로당을 가봤는지.
“경로당을 많이 다녀봤지만 낡고 비좁은 경로당은 노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K-뉴딜’처럼 ‘노인뉴딜’이 필요한 시기이다.”
-경로당을 어떤 식으로 바꾸는 게 좋은가.
“노인문화센터 비슷한 역할을 해야 한다. 나이 들어서는 몸이 건강하고 삶이 즐거워야하기 때문에 운동, 문화 등의 지원이 돼야 한다. 단층인 경로당을 헐어 복층 건물로 짓고 그 안에 운동시설도 넣고 도서관도 만들고 영화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모델을 (지역구인)영등포에서 좀 하고 싶었다. 특히 경로당 가까이 공원이 많은데 아이들 놀이터와 경로당을 잘 결합해 1·3세대가 어울리는 공간으로 활용해도 좋지 않겠나 싶다.”
-대한노인회가 지향하는 경로당 모델도 그와 비슷하다.
“경로당은 젊은 노인이나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던 분들은 가기를 꺼려한다. 그런 점에서 콜라텍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콜라텍을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보지 말고 공공의 건전한 여가선용 공간으로 크게, 고급스럽게 만들어 모든 노인들이 골고루 이용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정치하면서도 노인복지에 관심이 많았나보다.
“2013년 12월, 정치를 안 할 때 색다른 일을 하나 했다. 직접 카메라를 들고 안양의 카네이션하우스란 독거노인시설을 촬영해 16분짜리 다큐 물로 만들었다. 23명의 여성 어르신들이 함께 식사하고 잠자고 일하며 지내는 모습을 담았다. 홀몸 어르신들의 공동체 자체가 또 다른 의미의 가족이란 점에서 제목을 ‘독거 가족’이라고 했다. 유튜브에 올라가 2만7000뷰를 기록했다.”
김 위원장은 “기획서부터 편집, 촬영을 혼자 다 했다”며 “그 작품으로 그 해 서울노인영화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며 웃었다.
-촬영하면서 느낀 점은.
“어르신들의 대화가 재밌고 다양했다. ‘치매로 가족들 괴롭히기보다는 스위스에서 행해지는 안락사를 택하는 게 낫지 않겠나’, ‘장성택이 북한에서 민주정치를 하다 총살당했다’는 등등. 중요한 사실은 어르신들의 노동에 대한 욕구가 크다는 점이다.”
-홀몸 어르신들이 일하기를 원한다고.
“그렇다. 하루 종일 일해도 천원 남짓 벌지만 즐겁게 일을 하고, 또 그런 일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서로 더 달라고 한다. 그걸 보고 인간에겐 노동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김 위원장은 “노인 문제에 관심이 많아 10여년 간 유럽의 노인공동체를 다 둘러봤다”며 “노인에 대한 지원, 노인에 대한 심리적인 케어 등 노인에 대한 전반적인 인프라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도 지금과 같은 한시적인 아닌 일정한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노인회의 현안 중 하나가 대한노인회 법정단체화이다. 가능할까.
“대한노인회로부터 그에 대한 법안 발의를 부탁받았지만 중재의 입장에 있는 저로선 ‘무리’라고 답변했다. 대한노인회는 타 단체에 비해 많은 지원을 받고 있는데다 여타 노인 단체와의 형평성 문제가 따른다.”
-노인 나이 상향에 대해선.
“65세를 노인이라고 하기엔 좀 어려운 세상이 되지 않았나. 세계적으로도 지금 75세를 장년으로 보는 추세이고.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지하철 무임승차, 연금 수령 나이 등 이런 것들과 연동되기 때문에 섣불리 올려야 된다고 하기도 어렵다. 국민 논의가 필요하다.”
-노인 복지청 신설도 현안 중 하나다.
“그건 괜찮다고 본다. 워낙 고령화가 진행되고 노인인구가 많아져 (노인복지 등을)한 곳에서 전문적으로 맡아하는 ‘청’ 정도는 필요하다.”
김민석 위원장은 서울대 사회학과를 나와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발탁돼 정치이력을 쌓았다. 15·16·21대 국회의원이다. 김 위원장의 정치적 삶에 가장 중요한 인물은 어머니 김춘옥 여사다.
-모친이 김 위원장의 정치 인생에 각별한 분이다.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제가 (서울대)총학생회장이 되고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아들 면회하고 옹호하고 이런 과정에서 구속자가족협의회를 만들어 구속자 가족과 수배 학생들을 돌봤다. 후에 재야단체인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약칭 민가협) 초대 의장으로도 활동하셨다. 1987년 시위하면서 전경들에게 장미 한 송이를 선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90이 넘었지만 혼자 지내는 걸 원하셔서 집 근처에 모시고 찾아 뵐 때마다 방 청소도 해드리고 목욕도 시켜드리곤 한다.”
김민석 위원장은 인터뷰 말미에 ‘대한노인회가 노인을 대표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국회에 내보내길 원한다’고 하자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과연 어떤 사람을 노인 대표라 볼 수 있는가 그런 것들에 대해선 국민적 토론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 약력
▷1964년 서울 출생 ▷숭실고·서울대 사회학과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과정 수료 ▷칭화대법학원 중국법 석사과정 수료 ▷러트거스 뉴저지주립대학교 로스쿨 J.D. ▷15·16·21대 국회의원 ▷21대 국회의원 전반기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