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사전 ‘간병 논의’도 필요한 시대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사전 ‘간병 논의’도 필요한 시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4.18 10:37
  • 호수 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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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3일 개봉한 ‘말임씨를 부탁해’. 필자는 지난 3월 30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먼저 접했다. 영화마케팅사에서 제공한 짤막한 홍보 문구를 봤을 때 자신의 재산을 노리는 불효자식과 요양보호사를 향해 일침을 날리는 작품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시사회에서 본 작품은 누구나 겪지만, 가능하면 최후의 순간까지 미뤄두고 싶은 아픈 부모를 부양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영화는 돌봄의 대상인 노인, 자식 된 도리를 지키려는 아들, 그리고 요양보호사의 입장을 균형감이 있게 대변하면서 극장을 나오는 순간 마음 한 켠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영화는 아픈 부모를 돌보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니 미리 가족끼리 함께 고민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직 필자는 어떻게 할까를 고민 중이다. 간병보험 가입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성에 차지는 않는다. 

그러던 중 친구의 어머니가 폐 절제 수술을 받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친구는 삼 남매의 막내지만 간병을 맡게 됐다. 아버지와 형은 사업 때문에 일주일 이상 자리를 지킬 수 없었고 큰누나는 남편의 해외 파견업무로 인해 외국에서 거주 중이어서 그나마 여유가 있는 친구가 휴가를 쓰고 곁을 지키기로 했다는 것이다. “너 답지않게 왜그러냐”며 농을 치면서도 내심 큰 결단을 내린 친구가 대견했다. 

그런데 얼마 뒤 친구의 어머니는 간병인을 불러달라 요청했다고 한다. 가족이긴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성별이 다르고, 평생 보듬기만 한 아들에게 막상 보살핌을 받으려니 낯설어서일 거라 친구는 추측했다. 수술 3일 전까지 갈팡질팡하다 결국 간병인을 택했다. 게다가 최근 간병인이 귀해지면서 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겼었다고 친구는 토로했다.

친구의 경우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다행이지만 갑자기 쓰러지신다면 온 가족이 당황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여파로 인해 보호자라 하더라도 병원 밖을 나갔다 다시 들어가면 반드시 PCR검사를 받아야 해 예전처럼 자유롭게 교대하기 어렵다. 

최근 어르신들에게 웰다잉 열풍이 불면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분들이 많다. 이런 추세에 맞춰 가족끼리 반드시 사전 간병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자식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닌 부모의 의견도 반영하고 가족의 형편도 고려해 모두가 납득할 만한 방법을 찾아서 미리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자식이 돌보는 것이 가장 최우선이지만 생업 등의 사정으로 직접 찾지 못하더라도 부모가 서운하지 않도록 사전에 약속하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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