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다시 읽기 34] 남의 은총을 탐내지 마라
[채근담 다시 읽기 34] 남의 은총을 탐내지 마라
  • 백세시대
  • 승인 2022.04.25 09:34
  • 호수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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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은총을 탐내지 마라

원수의 활은 피하기 쉬우나, 은혜(恩惠)의 창은 막기 어려우며, 고난의 때에 구멍에서 빠져나기는 쉬우나, 즐거운 곳의 함정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仇邊之弩易避, 恩裡之戈難防,

구변지노이피  은리지과난방 

苦時之坎易逃, 樂處之阱難脫.

고시지감이도  낙처지정난탈


◆만해 강의

내게 해를 가하려고 벼르고 있는 원수의 활은 항상 신중히 살펴봄으로써 쉽게 피할 수 있지만, 은혜 속에 감춰진 창과 같이 사람을 은밀히 해치는 것은 명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방어하기 어렵다. 

원수의 활은 누구나 쉽게 알아보지만 은혜 속의 창은 잘 알아보지 못한다. 예컨대 주인이 종에게 깊은 은혜를 베푸는 것은 그 노비로 하여금 충성과 근면을 다하게 하기 위해서다. 노비가 그 은혜를 느껴 충성을 다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유와 인권을 잃게 된다. 이는 주인의 은혜 가운데 인권을 박탈하는 무기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장군이 부하에게 큰 상을 주는 것은, 그 부하로 하여금 목숨을 걸고 싸우게 하기 위해서다. 군사가 은혜를 갚기 위하여 자기의 행복과 권리를 희생하는 것은 장군의 은혜 가운데 생명을 빼앗는 무기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남의 은총을 독차지할 때에는 다른 사람의 시기와 질투를 입어 뜻밖의 참화를 당하기 쉽다. 이와 같은 화가 모두 은혜 속에 잠재하건만, 이것을 깨닫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은혜 속의 무기는 막기 어려운 것이다. 

또 고통의 구덩이는 피하기 쉬우나 쾌락의 함정은 벗어나기 어렵다. 빈궁과 신체적 구속의 고통은 사람을 괴롭히는 함정이지만, 사람이 항상 근신하고 죄악과 방탕에 빠지지 않으면 그 재화의 함정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부귀공명과 맛있는 술, 색의 쾌락을 맛보는 사람은 한때의 정욕을 탐내고 집착하여, 생명을 해치는 함정이 있음을 알지 못하고 차차 깊이 빠져 들어가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므로 사람은 마땅히 남의 은총을 탐내지 말고, 쾌락을 조심해야 한다.

◆한줄 생각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격언이 있다. 은혜 속에 도사린 함정을 알아채기란 어려워도, 뭐든 대가 없이 주어지는 것은 없다는 간단한 진리만 새긴다면, 남의 은혜를 마냥 바라기만하는 ‘은혜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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