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밖에서 본 문 정부 5년”
[백세시대 / 세상읽기] “밖에서 본 문 정부 5년”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4.25 10:57
  • 호수 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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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랑은 보기에 민망하고 실망스럽다. 정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책을 잘 만들어 국민이 살기 좋아졌다고 스스로 좋은 점수를 매기면 국민은 외면한다. 국민은 그런 정부가 무능과 위선을 거짓과 기만으로 가린다고 비난한다. 남이 바라보는 시선, 다른 나라에서의 객관적인 평가를 중요시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5년 간 어땠나. 미국 국무부의 인권보고서가 참고할 만 하다. 미국 국무부는 1977년부터 매년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미국은 대외원조와 수혜국의 인권을 연계하는 ‘해외원조법’이란 것을 만들어 이 법에 근거해 유엔 회원국 대상의 인권 실태 평가서를 만드는 것이다. 미국 대사관과 직원들이 현지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작성해 미 의회에 보고하고 외부에도 공개한다. 이 보고서는 미국 정부가 다른 나라를 상대로 외교, 경제, 전략 정책을 수립할 때 근거 자료로 사용된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4월 초, ‘2021년 인권 관행에 관한 국가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의 한국편은 “한국 정부 내 모든 계층에서 수많은 부정부패가 보고 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한국의 공직자들은 때때로 처벌 받지 않고 부패 관행에 관여했고 모든 계층에서 정부 부패에 대한 수많은 보고가 있었다”고 적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부패 사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임직원의 땅 투기 의혹 수사 ▷성남시 대장동 택지개발 비리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아내 정경심씨의 자녀 입시비리 등이다. 2020년에는 윤미향 의원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재직 기간에 사기, 횡령 등 범죄 혐의로 기소된 사실을 적시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부동산 가격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설계된 문재인 대통령의 ‘2·4공급 계획’에 따른 향후 정부 부동산 개발 사업 예정지를 LH공사 전·현직 임직원 수십 명이 내부 정보를 활용해 매입한 혐의”라고 적었다. 사건이 알려진 뒤 임직원 2명이 자살했고 문 대통령의 사과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퇴를 불러왔다.

보고서는 지난해 대장동 사건과 관련 “검찰이 확보한 증거에 따르면 이 사업 지분 1%를 가진 자산운용사인 화천대유가 이익 분배 매커니즘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시 공무원과 공모하고 정치인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2020년에 이어 조 전 장관 부부의 입시 비리를 정부 부패 사건으로 다뤘다. 서울고등법원이 지난해 8월 하급심 판결을 유지하고 정경심씨에게 딸을 대학 및 대학원에 입학시키기 위해 입시 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징역 4년과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적었다. 조 전 장관은 형사 사기와 뇌물 수수혐의로 기소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고도 전했다. 

문 정부는 지난 5년여 국정 운영에 대해 자화자찬을 늘어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청와대는 최근 온라인 백서 발간을 통해 국정 홍보를 했고 그 직전에는 ‘마음에 와 닿았던 문 정부의 정책’을 묻는다면서 9개 분야 48개 항목을 예시하는 온라인 투표를 실시하기도 했다. 

당연히 역대 최악으로 급등시킨 부동산 관련 항목, 청년 취업난을 가중시킨 고용 정책, 소득 양극화를 심화한 소득주도성장 정책, 김정은 눈치 보기로 일관한 저자세 대북 정책, 세계 최강의 원전 생태계를 궤멸시킨 탈 원전 관련 항목은 하나도 없었다. 

자기 자랑을 유도하는 사람은 역겹기까지 하다. 문 정부는 어떻게 치장을 하던 좋은 소리 듣기는 힘들게 됐다. 이제는 한바탕 어지럽혀놓은 자리를 제자리로 돌려놓고 깨끗이 청소하고 떠날 시간이다. 그래야 뒤탈도 좀 덜 하고, 원성도 원망도 좀 덜 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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