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면치기’를 둘러싼 식사예절 논란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면치기’를 둘러싼 식사예절 논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5.02 10:13
  • 호수 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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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BC의 인기 예능인 ‘나 혼자 산다’에서는 개그맨 박나래가 동료 연예인들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는 과정을 방영했다. 해당 회차에는 소식하는 것으로 유명한 힙합 프로듀서 코드쿤스트도 출여했다. 그는 박나래가 정성껏 준비한 면 요리를 ‘끊어’ 먹었는데 이때 함께 출연한 이들이 이를 못마땅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언제부턴가 ‘먹방’의 기본이 된 ‘면치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면치기란 라면, 칼국수 같은 면요리를 끊어 먹지 않고 최대한 시끄럽게 ‘호로록’ 소리를 내면서 한 번에 먹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먹방을 통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식당에서 이를 시도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누가 더 면치기를 요란하게 하는지 대결을 펼치는 것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면치기’는 우리나라 식사예절에 맞지 않는데 이를 강요하는 방송가 분위기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과거 대가족이 함께 살던 시절에는 밥상머리 교육이 진행됐다. 식구끼리 함께 밥을 먹으며 식사예절을 비롯한 한국인으로서 알아야 할 다양한 예법을 가르친 것이다. 필자 역시 ‘가장 큰 어른이 숟가락을 들기 전까지 식사를 하지 마라’, ‘쩝쩝거리며 먹지 마라’ 같은 식사예절을 배운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대가족 시절을 체험한 40대 전후 사람들은 여전히 식사예절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들은 면치기는 과도한 소리와 국물이 튈 수 있다는 점 등이 함께 먹는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기에 예법에 어긋나는 행위로 본다. 

하지만 핵가족화를 거쳐 1~2인 가구가 대세가 된 현재는 이러한 식사예절을 배울 기회가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예로부터 내려온 식사예절 역시 효 문화와 함께 쇠퇴하는 분위기다. 전통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면치기를 옹호하는 이들은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니 최대한 행복을 추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당사자가 맛있게 먹으면 그만인데 왜 제3자가 간섭하냐는 식이다.

사실 이러한 논쟁은 탕수육 ‘부먹’(소스를 부어먹는 것), ‘찍먹’(소스에 찍어먹는 것)처럼 어느 쪽 손을 선뜻 들어주기 힘들다. 개인의 행복도, 타인을 배려한 예절도 중요하기에 무엇이 맞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최대한 주변에 비말을 적게 분출해야 하는 코로나 시대에는 부적절한 방법이기는 하다.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식당에서는 지양해야 하는 식사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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