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면 행복해져요 4] ‘정리의 보람’ 경험 못하면 필요성 몰라
[정리하면 행복해져요 4] ‘정리의 보람’ 경험 못하면 필요성 몰라
  • 정경자 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
  • 승인 2022.05.02 10:41
  • 호수 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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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의 직장인 S씨의 책상은 늘 어수선하다. 컴퓨터 모니터와 키보드가 책상 중간을 차지하고 있고, 양쪽으로 여러 장의 서류들이 쌓여 있다. 책과 필기도구 등도 제자리를 찾지 못해 책상 위를 이리저리 굴러다닌다.

S씨처럼 이렇게 정리가 안 된 공간에서 지내고 있는 많은 직장인들에게 “정리 왜 안해요? 정리를 좀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라고 얘기하면 “네? 정리요? 사는데 크게 불편한 거 없는데 그거 꼭 해야 하는 거예요?”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한 마디로 정리에 대한 필요성을 모른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놀랍게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제대로 정리된 상황을 경험해 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예전에도 지금과 같이 정리가 되지 않은 공간에서 지냈고, 현재도 그렇기 때문에 정리를 해야 할 필요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부모님과 아들 세 명이 사는 가정에 정리수납 컨설팅 서비스를 한 적이 있다. 방이 3개였는데 안방을 부모님이 쓰고, 아들 한 명이 하나의 방을, 두 명의 아들이 같이 또 한방을 쓰고 있었다. 

불편 못 느낀다고 방치하기도

놀라운 것은 아들 혼자 쓰는 방에 그 가족의 속옷장이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가족이 속옷을 꺼낼 때에는 반드시 아들 방에 들어가 꺼내야 했다. 내가 가족들에게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한 번도 불편하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했다. 

나는 아들 방에 있는 속옷장을 거실 한 편에 자리를 만들어 가족 모두가 사용하기 편리하게 배치를 해줬다. 며칠 후 고객에게 전화를 해서 사용하기 어떠냐고 물었더니, 아들이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가족들이 아무 때나 자기 방에 들어와 속옷을 꺼내가지 않아서 자기만의 공간이 생긴 것 같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지금의 생활이 불편하지 않다고 해서 더 좋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어도 공간은 넓게, 생활은 편리하게 만들 수 있다.

[백세시대=관리자]

처음부터 정리를 잘하는 사람은 없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정리의 노하우를 얘기하고, 정리의 필요성도 알려주고 있지만 나도 예전에는 소위 말하는 ‘정리치’, ‘정리 바보’였다. 정리하는 게 재미도 없고 또 해도 티가 나지 않아서 어린 시절에는 참 야단도 많이 맞았다. 딴에는 정리를 한다고 했는데 다른 어른들에게 “정리 좀 해라! 이게 뭐니?”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도 상하고 정리를 하고 싶은 마음도 사라지곤 했다.

나는 습관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침대 이불을 정리했다. 생각보다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음에 놀랐다. 3분 정도면 충분히 침구 정리를 끝낼 수 있었고 무엇보다 나를 변화시킨 것은 저녁에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 정리된 안방의 침대를 보면서 편안함을 느끼며 정서적 안정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 후 나는 출근할 때마다 책상 서랍에서 물건을 하나씩 가지고 나와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서랍은 넓어졌고 남아 있는 물건들이 숨을 제대로 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정리수납의 방법 중 하나다. 작은 것부터, 아는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 정리수납 전문가가 되는 길이다. 

정리는 습관이기 때문에 한번 몸에 익숙하게 만들기 힘들어서 그렇지 몸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묻어나오게 된다. 자전거를 처음 탈 때는 힘들고 자꾸 넘어져도 제대로 타는 법을 배우게 되면 그 뒤로는 오랫동안 자전거를 타지 않았어도 내 몸이 기억하고 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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