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대통령 된 이유 아직도 모르시나”
[백세시대 / 세상읽기] “대통령 된 이유 아직도 모르시나”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5.02 10:43
  • 호수 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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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검찰총장에서 바로 대통령으로 갈아탔다. 정상적인 국가에선 보기 힘든 일이다. 국민소득 3만4000달러, 무역량 7위인 경제대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이변이 생겼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내로남불, 위선과 독선 때문이다. 그런데 5월 10일 치르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행사를 두고서도 집권 여당은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인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만찬 비용이 33억원이며, 장소가 신라호텔 영빈관이라고 밝히자 더불어민주당은 바로 “진시황 즉위식도 아닌데 초호화판 취임식에 국민의 한숨이 깊어진다”고 비판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통째로 전세 낸 특급호텔의 화려한 불빛은 국민의 시름을 깊게 만들고, 최고급 차량 558대가 도로를 가로지를 때 국민의  원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운(韻)까지 띄우며 비난했다. 윤 위원장의 발언은 기생들을 끼고 질펀하게 술판을 벌이는 변학도를 향해 이몽룡이 ‘금준미주 천인혈’(金樽美酒 千人血·금잔의 술과 옥반의 안주는 백성들의 피와 기름)운운하며 꾸짖는 장면이 연상된다. 

과연 대통령 취임식을 헐벗은 민생을 외면한 채 사치와 방탕을 일삼은 고을 사또의 부도덕한 술판으로 치부해도 옳은 일인가. 윤 대통령 취임식에서만 혈세를 쏟아 붓는 건가. 그렇지 않다. 29년 전인 1993년에 치른 김영삼 대통령 취임식은 10억2000만원, 5년 후인 김대중 대통령은 14억5000만원, 노무현 대통령은 20억3400만원, 이명박 대통령은 24억7900만원, 박근혜 대통령은 31억원이 들었다. 대통령이 바뀌는 5년 주기로 대략 5억원씩 늘었다.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한 인상이다. 2013년 박 대통령 취임식보다 겨우 2억원 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 탄핵 사태 여파로 약식 취임식을 했다. 국회의사당 본관 로텐더홀에서 500여명의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20여 분만에 끝난 것으로 기억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만찬 장소와 관련해서도 청와대 영빈관을 두고 음식 값이 비싸고 대관료도 나가는 호텔 영빈관에서 한다고도 비판했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해도 음식서비스는 어차피 외부업체(케이터링)에 맡겨 별 차이가 없다. 취임준비위 측은 대관료도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윤호중 위원장의 발언은 모순 그 자체이다. 33억원은 윤석열 당선인 측에서 이번에 새롭게 요구한 예산이 아니다. 윤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민주당 원내대표로 있을 당시 국회에서 야당과 합의 하에 통과시킨 예산이다. 다시 말해 윤 위원장이 책정한 예산이다.  

예산 통과 당시엔 윤석열, 이재명 두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될지 모를 때다. 만약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고, 이번이 이재명 대통령 취임식이었다면 윤 위원장이 지금처럼 국민혈세 낭비라고 비난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윤석열이기 때문에 ‘진시황 즉위식’, ‘국민의 한숨이 깊어진다’ 는 둥 원색적인 비난을 해대고 있는 것이다.

물론 33억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잔치국수 한 그릇’으로 때우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대통령 취임식은 나라의 국격에 맞게 치러져야 한다. 박주선 취임준비위원장이 지적했듯 대통령 취임식은 법에 정해진 국가 행사이기 때문에 외국 정상들이나 외빈들이 참석하는 만찬을 포장마차나 텐트촌에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취임식은 국가 간 외교의 연장일 수 있다. 외교적 마찰을 빚던 국가의 정상들이 만나 대화함으로써 소원했던 두 나라 관계가 호전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일본의 유력 신문들이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한국과 오래 동안 얼어붙었던 관계를 정상 궤도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자기들이 책정한 예산으로 하겠다는데, 거기서 한 푼도 더 요구하지도 않는데 그걸 내로남불 식으로 비난하는 더불어민주당의 기만적인 행태. 그것이 바로 일개 검사를 대통령으로 만든 근본 원인인 것을 민주당은 여전히 모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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