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호미
[시] 호미
  • 박민순 시인‧수필가 / 경기 오산
  • 승인 2022.05.23 11:18
  • 호수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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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박민순 시인‧수필가 / 경기 오산

감자 캐며

눈물 젖도록 이랑 파던 어머니

앞산만큼 근심도 높아

이랑 무너져 내린 만큼

닳아진 호미 끝

이지러진 달

 

콩싹처럼 자그만 아이 여럿

황소처럼 먹성 좋던 그 배고픔 달래주랴

자갈에 손톱 긁혀 빠진 줄도 모르고

평생 흘린 땀방울

별빛 총총 흐를 때

흰 옷깃 쑥물 벗고

찔레처럼 가신 어머니

 

이제야 찾아보는

들꽃마저 외면한 따비밭

악보 음보 없어도 애절한 풀무치 울음

가만히 귀 기울여

옮겨 듣는

어머니 닮아가는 내 발자국

 

장날도 아닌데 시장에 나가 산

호미 한 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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