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감자 캐며
눈물 젖도록 이랑 파던 어머니
앞산만큼 근심도 높아
이랑 무너져 내린 만큼
닳아진 호미 끝
이지러진 달
콩싹처럼 자그만 아이 여럿
황소처럼 먹성 좋던 그 배고픔 달래주랴
자갈에 손톱 긁혀 빠진 줄도 모르고
평생 흘린 땀방울
별빛 총총 흐를 때
흰 옷깃 쑥물 벗고
찔레처럼 가신 어머니
이제야 찾아보는
들꽃마저 외면한 따비밭
악보 음보 없어도 애절한 풀무치 울음
가만히 귀 기울여
옮겨 듣는
어머니 닮아가는 내 발자국
장날도 아닌데 시장에 나가 산
호미 한 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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